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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TransCond
작성일 2013-06-06 16:40:37 KST 조회 227
제목
계단 이야기

 제가 아직 젊고 경험없는 엄마였던 10년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그날 집안에서 설겆이를 마치고 빨래를 세탁기에 넣은 뒤 겨우 쉬는 시간이 찾아와 식탁에서 사과를 깍고 있었습니다. 저하나 쉬면서 먹고 곧 하나 뿐인 저희 아들 내미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 다 됐으니, 지쳐있을 아이를 위해 찬 우유와 사과를 준비해놓고 있었죠. 이사 온지 얼마 안되어 아들이 새 학교에 적응 중이라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나름대로 아이에게 많이 신경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돌아와야 할 아이가 1시간이 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걱정은 되는데 주변에 친한 아주머님들도 없고 아이 친구들도 누군지 모르겠어서 그냥 발만 동동구루며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걱정도 잠시 저희 아이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딩똥거리는 반가운 소리에 반색하며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는데 뜻밖에도 저희 아이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우리 아들 옆으로 밝은 얼굴의 또래 친구들이 몇명 더 있었던 것이죠. 아무래도 제 걱정과 달리 저희 아이는 새 학교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반갑게 맞이하면서 들어와서 맛나게 같이 먹을 거라도 만들어주려는데 저희아이는 금방 나가봐야한다면서 제 방에 축구공만 하나 꺼내어 다시 쪼르르 친구들을 따라 나가버리는게 아니겠어요? 저는 그냥 재밌게 놀다가 늦기 전에 들어오라는 소리 밖에 못해줬습니다. 그러나 몇 분 안되서 저희 집에 아이들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저는 무슨 일인가 하고 문을 열었는데...


 곱슬거리는 파마머리를 한 아주머니가 아이들과 함께 계셨어요. 아주머니는 얹짠은 표정이셨는데 아이들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 몹시 두려워 하는 눈치였습니다. 왜 아주머니가 올라오셨느냐 물었더니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저희 집은 그리 좋은 집이 아닌데다가 이미 낡고 오래된 아파트 였습니다. 25평의 작은 평수지만 저희 바깥 사람의 직장이 근처 인데다가 아이의 학교도 가까워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엘리베이터라고 1대 밖에 없는 17층 아파트 꼭대기 층이었는데, 아이들이 그 맨 윗층 부터 시끄럽게 떠들면서 축구공을 계단으로 뻥뻥 차면서 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계시던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 아이들을 붙잡았구요. 그리고 제 아들과 아이들은 따끔하게 혼내야겠다면서 저희 집 앞까지 찾아 오신 거였지요.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주머니의 표정에는 짜증스러운 분노 보다는 왠지모를 걱정과 안쓰러움이 담겨있었습니다.


 그걸 눈치 챘어야 했는데... 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네요.


 저는 제 아이와 친구 애들 앞에서 기가 죽거나 죄송하다면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버릇없이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그럴 수도 있지 그런 일로 이런 곳까지 애들을 데려오셨느냐면서 오히려 화를 냈지요. 아주머니는 의외의 반응에 깜짝 놀란 표정이셨지만 곧 더 씩씩거리는 표정으로 저에게 아이들 교육에 문제가 있는 건 부모 탓이었다면서 기분 나쁜 말씀을 하셨습니다. 곧 저희 아파트 복도는 소란스러워졌고 주위에 큰소리가 오갔지요. 하지만, 전 한말도 지지 않고 아주머니에게 맞섰습니다. 저희 애와 아이들이 당황하여 울음보를 터트렸기에 소란이 일단락 되고 아주머니는 화를 있는대로 내시면서 볼일을 보러 가시는 듯 했습니다. 울음을 터트린 아이들과 제 아이를 집에 들여와 진정시키고 맛난 떡뽂이를 해서 보낸 뒤에 다시 밝은 얼굴로 돌아가는 아들의 친구들을 보면서 솔직히 이번 일은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무식함 때문에 저희 집은 더 큰 사건을 겪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아파트 계단에서 저희 애가 또 축구공을 굴리면서 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이가 누구를 만나서 또 혼나고 돌아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집에 돌아와서 저에게 축구공을 사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왜 그러느냐고 본래 있던 축구공은 어디 갔느냐고 물었더니 아파트 계단에서 차고 내려오다가 잃어버렸다는 것 이었습니다. 전 축구공을 하나 사줄 생각보다는 가서 찾아오라고 시켰습니다만, 아이는 그 축구공이 정말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저에가 하나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저는 아들의 말에 축구공을 같이 가서 찾아보자면서 끌고 갔습니다. 아파트 층 몇층 정도에서 잃어버렸느냐고 물었는데, 아이는 어물 어물 거리면서 8층 혹은 9층에서 잃어버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이를 데리고 9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분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뒷통수에서 불꽃이 뛰는 듯한 아찔함. 그 누가 나를 쏘아보는 기분이 들어 깜짝 놀랐습니다. 순간 뒤를 쳐다보았지만 엘리베이터는 유유히 문이 닫히면서 다시 내려갈 뿐이었습니다. 가슴은 콩닥거리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났습니다. 그러나 저희아이는 아무렇지도 않는 눈치였습니다.


'엄마 왜그래?'


 갑작스럽게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 제가 의문스러운지 치맛자락을 꽉잡고 묻는 아들은 걱정스런 얼굴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별것 아니라고 잠깐 딴 생각을 했다면서 아이를 데리고 9층 이곳 저곳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9층 복도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12층부터 6층까지 내려오면서 뒤져보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와 제 아들은 그날 결국 축구공을 찾지도 못하고 후들거리는 다리만 이끌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시간을 흘러흘러 그날 밤이 되었습니다.


 아이와 같이 이불을 깔고 누워 우리 식구 3명 모두 안방에서 잠을 자려는데 저희 애가 갑자기 뜬금없는 소릴했습니다. 아이의 감이라는 것일까요? 혹은 앞으로의 일을 예견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는 갑자기 무섭다면서 제 이불 속으로 몸을 부비면서 안겨왔습니다. 그리곤 하는 소리가.


'사실 낮에 축구하러 축구공갖고 내려갈 때 잠깐이지만 진짜 무서웠어. 공을 뻥 뻥 차면서 벽에 축구공을 부딪치고 난간에 맞추면서 내려가고 있는데. 10층에서 9층 내려가는데 찼을 때는 나보다 먼저 튕겨져 내려가던 공의 소리가 멈췄어!'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잘 못들었을지도 모른다면서 대충 아이를 안심 시켰지만 아이는 아니라면서 오히려 펄쩍 뒤었습니다.


'분명히 내가 내려가는 계단에서 뻥 쳤을 때는 중간 계단 창아래 벽에 팡하고 맞고 튕겼는데 그게 튕겨서 9층으로 내려갔을 때는 공이 튕기는 소리가 안들렸어!'


 그 말에 저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들었지만, 솔직히 별 무서운 느낌이 들지는 않았기에 걱정하지 말라면서 아이를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잠자코 아이의 말을 듣고 있던 제 남편은 아이에게 따끔하게 혼을 내면서  아파트 계단에서는 공을 차거나 시끄럽게 굴면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라고 꾸중을 하였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왜 화를 내냐면서 오히려 아이의 아빠를 꾸짖고는 아이에게는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당부만 하고 말았습니다만... 솔직히 왜 그랬을까요... 아직 젊은 주부라 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날 새벽에 저희 집은 발칵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갑작스럽게 동공이 커지면서 눈이 확 떠지는 것을 느끼고는 누워있다가 몸을 벌떡 일으켰습니다. 정확히 무슨 악몽을 꾸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등골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잠옷에는 땀이 흥건하고 목에도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잠시 진정을 하고 있는데 목이 막히면서 타는 듯한 갈증이 밀려왔습니다. 저는 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습니다.


 물을 한잔 마시고 화장실에서 흐르는 땀을 닦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퉁! 퉁! 퉁!]


 저희 현관 옆 화장실이 울릴 정도로 커다란 소리에 저는 깜짝 놀라서 몸을 숙일 정도였습니다. 소리를 듣고 깼는지 아니면 그전에 일어났는지 저희 아이 또한 무섭다면서 저에게 다가와 야단이었고요. 저는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화장실을 나왔고 아이는 울먹거리면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소리는 밤이나 더 컸습니다. 저희 집 벽에 무엇인가 쌔게 와서 부딪치는 소리였습니다.


 저는 너무 두려워서 아무 생각도 안났지만, 곧 일어난 남편 또한 소란에 놀랐는지 밖에서 들리는 소리라는 말에 잠에서 덜깬 멍한 표정을 하고 가만히 밖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퉁 퉁 거리면서 저희집 현관을 때리던 소리는 그런데 남편이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현관문을 열어보겠다고 나서는 순간 거짓말 같이 멈췄습니다. 저는 나가지 말라면서 말렸지만, 남편은 안되겠다면서 골프채를 들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하지만 현관 앞에 나간 남편은 아무도 없고 계단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면서 그냥 들어왔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저는 제 품에 안긴 아이의 말에 깜짝 놀라 머릿털이 쭈뼛 섬을 느꼈습니다.


'축구공 소리 무서워!'


 벽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어본적 없던 저는 그게 무슨 소린지 몰랐지만 저희 아이는 단박에 듣고 알아 맞췄습니다. 그건 축구공 소리였습니다. 저와 제 남편은 그 자리에서 얼음 같이 멈춰버렸고 한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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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TransCond (2013-06-06 16:41:4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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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려했는데 또 늘어짐. 미치겠음.
므너킹 (2013-06-06 16:46:1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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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서운 이야기만 쓰세여
야설도 좀 써줘요 내 취향에 맞춰서
Kirnot (2013-06-06 18:29:3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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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야기 다 창작이엇음???????
아이콘 Kyrie. (2013-06-06 19:37:2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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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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