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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TransCond
작성일 2013-06-07 20:48:23 KST 조회 211
제목
[브금] 제시어를 넣어 쓴 기담.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hpcSH


 난 평소에 자주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을 다녔다. 때문에 그 쪽의 사서 언니와 친해질 수 있었고 뜻하지 않게 그곳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사서 비슷한, 아니 그보다 봉사활동 비슷하게 도서관 일을 맡을 수 있었다. 시에서 지정한 도서관이라고 일이 어렵거나 복잡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 방학 도중 아르바이트 식으로 몇 달간 그곳의 일을 도와주는 형식적인 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솔직히 시간당 8000원으로 이보다 훌륭한 곳을 찾을리도 없었고 엄청 만족하며 일을 했다.


 첫날 난 책을 정리하거나 반납도서 미반납 도서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을 사서 선배한테 배우고 있었는데 선배는 간단히 미반납 도서를 확인하고 인원 모두에게 확인 문자를 보낸 뒤 장기 미납인에겐 전화를 하라고 지시하시고 다른 일을 보러가셨다. 난 당연히 배운데로 문자를 보내고 장기 대출 사례엔 연락처로 직접 연락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일이 웃긴 것이 이 다음에 빨리 가져오겠다는 답변보다 오히려 왜 전화해서 바쁜 사람을 귀찮게 하느냐라는 똥배짱들 혹은 아예 번호가 없거나 번호가 다른 연락처도 많은 것이었다.


 전화를 할 때마다 어이도 없고 황당해서 점점 눈살이 찌뿌려지는데 마지막으로 건 전화는 지금까지의 장기 대출자들과 달랐다. 이 미납자 핸드폰 연락처는 없는 번호라고 하여 선배가 알려준대로 이번엔 기재사항에 적힌 집전화로 전화를 걸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힘없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난 별 생각없이 내 직함과 이름을 대고 대출자 이름을 물어보면서 아주머니의 자녀가 빌려간 책이 며칠째 반납이 되고 있지 않아 전화 드렸다고 했더니 이게 웬걸 어머님으로 생각되는 분께서 갑자기 오열을 하셨다.


'저희 애가......'


 변을 당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아주머니의 말씀. 너무 갑작스런 상황에 나는 깜짝 놀라 아무말도 잇지 못하고 있는데 그 아주머니는 빠른 시일 내에 책을 반납하겠다고 만 하시고 전화를 끊어버리셨다. 난 벌렁거리는 심장에 이유모를 죄책감까지 더 해져 순간 제정신이 아니었고 다시 수화기를 들고 어떻게든 오열하던 아주머니를 달래 드리고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어 다시 그 번호로 전화를 드렸는데, 계속 발신음만 들릴 뿐 아주머니는 다시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머리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을 느끼면서 멍한 상태로 난 장기 대출자 명단 위에 그 이름을 빨간펜으로 문대듯이 여러번 그어 버렸다.


 난 조용히 선배 사서에게 그날 점심시간에 그 이야기를 하는데 솔직히 그런 반응을 보일줄은 몰랐다. 행동도 목소리도 과장되서는 소리를 빽빽 질러가며 나보다 더 충격받은 듯이 헛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솔직히 너무 어이가 없고 화도 나서 그 앞에서 성질을 내며 화를 낼 뻔 했지만 입맛도 뭐라 할 힘도 없어서 난 그냥 허투로 듣는 척 그냥 선배의 말에 제대로 대꾸도 않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충 기억해보자면 직접 찾아가서 빌어라도 보라는데 그건 솔직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그런 일을 겪고 난 뒤 내 몸상태나 심정이 매우 들쑥날쑥 좋지 않았다. 늘 알 수 없는 찝찝함과 어깨나 등이 결리는 등 예상치 못한 피곤에 시달렸으며 입맛도 잃어서 살이 조금씩 빠졌던 것 같다. 사실, 어쩌면 내 직감이 먼저 알고 사고 날 것을 경고하고 이었는지 모르겠다.


 며칠 뒤 나에게 이상한 택배가 배달되어 있었다. 우리 도서관 주소에 부서명까지 적혀있었는데 분명 내 이름이 쓰여 있었다. 분명 도서관으로 내게 올 택배는 없었는데... 난 별다른 의심 할 것 없이 택배 상자를 열어 보았는데 그 안에는 비닐 뽁뽁이. 그러니까 충격 완충 비닐로 감싸진 책이 두 권 들어있었다. 바로 내가 얼마 전 전화해서 반납요청 했던 그 아주머니가 보낸 소포였다. 그 책은 새 책이었는데 아이가 책을 잃어버린 것 같다면서 새 책을 사 보내오신 거였다. 가슴 따뜻해져야 할것 같은 일에 난 여전히 기분 나쁜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그 이유는 그 반납도서와 함께 싸여진 도서 때문이었는데 기부하겠다고 써 있는 그책은 오래되고 낡은 성경책으로 보였다.


 그리고 성경책 첫장에는 이제는 없다는 그 아이 이름과 함께 아주머니의 글씨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당신을 용서합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순간 내가 뭘 잘못했다고 용서한다는 건지에 대한 묘한 섬뜩함이 내 온몸을 감쌌다.



 그날 뒤 안경을 쓴 단발머리 여자애가 도서관에 나타났다.


 이것은 그 아이를 본 동료가 한 말이었다. 정확하고 뚜렷하게 그 얼굴이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그런 복장을 한 아이가 찾아 왔다는 것이었다. 그 여자애가 무슨 나쁜 짓을 하거나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전혀 뜻밖의 일에 우리 사서들은 특히 그 중에서 나는 매우 겁에 질려버렸던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여자 애가 가져왔다는 반납 도서 때문이었다.


 전에 내가 통화를 했던 아주머니의 자녀가 빌려간 도서는 새 책이 와서 일단락 됐는데... 오늘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여자애가 나타나 그 빌린 도서를 반납했다는 것이었다. 책 반납은 무인 반납기에서 이루어졌다고 동료의 말로는 그랬는데, 화장실에 다녀오던 그녀는 카운터로 돌아 갈 때 그 소녀의 옆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반납기 가까이 서서 책을 들고 가만히 서 있는 학생은 이상한 점은 없었지만 힐끗 지나가는 자신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고... 그 순간 무처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그렇게 조용히 그녀를 지나 카운터에 앉아 있는데 반납기에서 오작동 소리를 내며 시끄러운 경고음이 도서실 안을 울려댔다고 했다. 반납기를 확인하려 일어서자마자 거짓말처럼 경고음이 멈췄는데 상태를 확인하려 다가가자 그 책이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관내 카메라를 확인 하자느니 말이 많았지만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같이있던 또 다른 사서도 경고음을 들었다고 말해 꿀먹은 벙어리들이 되었다. 그날 나는 화장실도 혼자 못 갈 정도로 겁에 질렸고, 누가 날 뒤에서 부르기만 해도 깜짝 깜짝 놀랐다. 분명 나한테는 아무일도 없었는데, 웬지 그 곁눈질이 나를 찾고 있던건 아닐까라고...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혼자서 그래,  그 아주머니가 책을 찾아서 들고 온 것이겠지 라고 스스로를 달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나의 바램이 담긴 위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다음날 관내 이상한 일을 직접 격게 된 것이다.

도서관과 집이 가까운 편이라 늘 일찍와서 사서 방 청소며 자료실 정리를 해왔었는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내 자리에 이상한 것이 올려져 있었다. 사무실에는 커튼도 쳐있었고 그냥 멀리서 볼때 왠 검은 촉수가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커튼을 걷고 다시 내 자리에 다가가보니 가까이 갈 수록 그 촉수는 가닥가닥이 가늘고 손바닥 길이 만한... 곰팡이 냄새같은 것을 풍기는 그것은 아무리 봐도 머리카락처럼 보였다. 누군가 나보다 일찍 와서 못된 장난을 쳤다기에는 사서 방 열쇠는 사서들에게 지급되고 관내 공무원들이 이런 장난을 칠리도 만무했다. 난 얼이 빠져서 그걸 가만히 보기만 하다가 얼른 쓰레받이에 쓸어담아 화장실 변기에 떠내려 보냈다.


 물에 떠있는 머리카락이 채 빨려 들어가기 전에 다시 떠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정말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또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왜 일까 왜 나에게 이런일이 생기는걸까 별의 별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얼굴을 적시고 간신히 진정한 나는 깊은 숨을 내쉬는데 내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다.


 다름아닌 내 남자친구였다. 우리 착한 남친은 솔직히 잘 생기거나 키가 아주 큰 편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아주 따뜻하고 같이 있으면 든든해지는 그런 남친이다. 배 둘레가 남산 만해서 뚱뚱하다고 늘 나한테 타박 받지만 그렇게 구박만 하는 나를 매일 끌어주고 당겨주는 멋진 남친이었는데 그날따라 아침 이른 시간에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얼마 전부터 도서관에서 이상한 일을 겪는다는 소리를해서 그러나 싶었는데 이번에 전화한 이유는 그런 것 때문이 아닌듯 했다.


'선물은 잘 갔나 궁금해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곧 남친이 나한테 힘이되라고 무슨 선물을 했다는 소리에 감동을 먹고 나도 모르게 더욱 울먹이고 말았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고 아무래도 이상한 일에 놀란 상태였는데 그런 남친의 훈훈한 행동에 나도 모르게 감격해버린 것이었다. 아직 선물은 오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약간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는데 남친은 그 때문에 적잖이 당황한 듯 했다. 떠듬떠듬 울지 말라면서 날 달래는 그이 덕분에 오히려 기운 차리고 좀더 밝아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잠시 뒤 엉망이된 얼굴을 정리하고 다시 도서관 내에 컴퓨터실에서 카운터 일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어떻게 알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상한 느낌에 카운터를 지나 컴퓨터 실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홱 돌아다보게 되었다. 아직도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는데. 내 앞을 지가는 사람은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지나갔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순간 그 얼굴을 바라보게 되었다. 단발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여자애가 내 앞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솔직히 단박에 눈치채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보는 애가 전에 우리 동료사서가 봤다는 그 여자애라는 걸 난 순간 쫒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히 용기가 안나 새하얗게 질려 입술만 파르르 떨고 있었다. 내가 전화 할 때 봤던 그 이름이라도 불러 말을 걸고 싶은데 전혀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여자애가 지나가고도 한참을 멍하니 정면만 바라보다가 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벌떡 일어나서 그 여자애를 따라 들어갔다. 컴퓨터 실 안은 형광등과 모니터 불빛에 밝은 편이었지만, 솔직히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창이 하나도 나있지 않아 왠지 격리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게다가 컴퓨터 사양이 썩 훌륭한 편도 아니었기에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않아 그 안에 사람이라고는 대 여섯명을 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그 여자애를 빠른 걸음으로 찾아다녔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분명이 그 여자애가 들어온 것을 내가 봤음에도 아무리 둘러봐도 그 여자애하고 닮은꼴의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난 순간 오싹한 마음에 그 곳을 허겁지겁 빠져나왔다. 그리곤 스스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 내가 잘 못 본거겠지 너무 신경이 예민해져서 잘 못 본걸꺼야'


 라고 스스로를 그렇게 달래고 달래보아도, 좀 처럼 진정은 되지 않고 오히려 심장이 벌렁거렸다. 한참 뒤에야 극도로 예민해진 사람이 헛것을 본다는 얘기가 어렴풋이 떠올라서 다행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는 겨우겨우 업무에 집중해 컴퓨터실 공용 인쇄기에 인쇄용지를 넣고 학술 DVD 이용 안내를 위해 이용객을 받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화를 내면서 나에게 성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 분을 진정시키면서 화를 내는 이유를 듣는데 대충 하시는 말씀은 다음과 같았다.


'컴퓨터 바탕화면을 누가 이상한 것으로 바꿔놓았는데 도서관에선 눈치도 못채서 사람을 놀라게 하느냐'


 난 그 말을 듣고 그 이용객을 쫒아서 그분이 앉아 있었다는 컴퓨터 자리로 가봤는데 솔직히 놀랄 일은 아니었으나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음을 느꼈다. 누군가 컴퓨터 바탕화면을 새빨간 색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어린아이의 짖꿋은 장난이겠거니 생각하면서 그분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는 바탕화면을 대충 윈도우 바탕화면으로 바꿔 드렸다. 솔직히 그냥 넘어가도 될만한 장난이었지만, 찾아내어 누가 그런 장난을 쳤는지 따끔하게 혼내고 싶었다. 잔뜩 에민해진 상태였고 화풀이를 하려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난 컴퓨터 이용 목록을 조회하는데.


 도서관 컴퓨터 이용자 조회를 마친 모니터에 정말 낯설지 않은 이름이 찍혀있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겪는 일들의 시작일지도 모르는 그 여자애 이름이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화를 내던 분 바로 전에 그 여자애가 컴퓨터를 이용했었다고 쓰여 있었다. 그 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치가 떨리고 팔다리에 소름이 돋지만, 내가 잘못본 것이 아닌 분명히 그 여자애 이름과 회원번호가 적혀있었다. 다른 사람인데 동명이인을 착각한 것은 아니다... 난 아직도 그 회원번호의 뒤 끝자리를 잊지 못한다.


4.8.6.6.


 난 당시 정신을 차릴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언가에 홀린듯이 도서관 안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가 관내에 여직원 휴게실에 들어가서 쉬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내가 그 안에 들어가서 어떻게 누워있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났을 때는 분명히 정신이 약간 맑아진 상태였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오싹함이 내 어깨를 짖누르고 있었다. 겨우 몸을 일으킨 난 여직원 휴게실 탁자의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고 위로를 받고싶었다. 그러나 막상 그런 소리를 하자니 누구 한명 믿어줄 것 같지도 않고 사람들에게 괜히 걱정만 끼칠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내가 누워있던 침대 옆으로 택배가 와있는 것이 눈에 뜨였다. 내가 누워서 있는 중에 누군가 택배를 옆에 갖다 놓은 듯 했다. 상자를 열어보자 그 안에는 파란 누빔 천으로 된 돌고래 인형이 들어있었다. 아무래도 날 위해서 샀다는 남자친구의 선물이 그 인형이었던 것 같다. 나는 가만히 그 인형을 들고만 있다가 속에 있던 설움이 터져서 나도 모르게 꽉 끌어안았다.


 왠지 조금 더 기운이 나는 느낌이었기에 나는 도서관에서 버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더 이상 험한 꼴을 보지 않으려면 그때 난 그곳을 그만 뒀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택배로 받은 그 돌고래 인형 덕분에 난 내가 끝까지 일을 할 수 있으리라 믿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도서관 업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한동안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뒤 지금까지 겪은 사고의 강도를 훨씬 뛰어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솔직히 그날 아침부터 잘 안 풀리는 날이었다.


 잘 신고 오던 구두에 굽이 도서관 앞 주차장 갑자기 나가버렸고 스타킹만 신은채로 걸어서 도서관에 들어 갈 수 밖에 없었다. 슬리퍼를 신고나서 구두를 살펴보았지만, 왜 멀쩡하던 구두가 뜯어졌는지 모르겠었다. 난 그날 그것으로 액땜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식으로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도서관에 슬리퍼로 갈아신고 나는 계속해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같이 일하던 사서 언니와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하면서 서로 웃고 떠드는데 도서실 앞 알림판이 소란스러운 것이었다.


 난 무슨 일인가 하고 가봤는데.


 누군가 내게 익숙한 무엇인가에 말도 안되는 짓을 해놓았다. 사서실 내 책상 위에 늘 올려놓았던, 내가 선물 받은... 그 돌고래 인형이 스테이플러로 박혀 게시판에 걸려있었다. 도서관의 신작도서와 도서관 사서들의 얼굴 사진을 작게 걸어놓고 자기소개를 하는 안내 게시판이었는데... 그 곳에 내 돌고래 인형이 박혀있었던 것이었다. 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돌고래 인형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곳에 있던 내 흑백사진을 누군가 붉은 펜으로 마구 문대 놓았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너무 무서웠고 게다가 끔찍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을 벌이는걸까 라는 생가과 함께 별의별 관련도 없던 과거 일들이 다 떠올랐다. 그러던 중 갑자기 지랄맞을 그 여자애 얼굴이 떠올라버렸다. 가만히 양팔을 부여잡고 덜덜덜 떠면서 복도에 주저앉아있는 날 사람들이 업어다가 휴게실로 옮겼고 돌고래 인형 또한 스테이플러를 뽑아내어 침대 옆으로 가져와 준 것 같다. 휴게실 침대에 누워있는 난 잠도 안 오고 아무 생각도 안 들면서 그냥 덜덜덜 손발이 떨리기만 했다. 오금이 저리고 입술이 바싹바싹 말랐다. 어떻게서든지 이 도서관에서 나가고 싶었고 오늘이라도 당장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만 계속 떠올랐다.


 그러면서 난 내 옆에 놓인 돌고래 인형을 잡아 스테이플러 핀 때문에 뜯어진 구멍을 보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잠시 뒤 사람들이 도서관 현관 카메라를 확인하고 도서실 안내 게시판 쪽 카메라를 확인하고 왔다면서 나에게 다가와 이야기 했는데,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내게 놀라지 말라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 여자아이의 모습을 한 무엇인가가 현관과 안내 게시판 쪽에 잡혔었다고, 그리곤 가만히 서있던 아이가 지나가자 내 선물받은 돌고래가 걸려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이상한 것은 그 여자아이가 도서실로 들어가는 것 까지 보았는데 어딧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정말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곧 울다 지쳐 잠이 들었는데 잠시 뒤 눈을 떠보니 남자친구가 찾아왔고 난 겨우 안심해서 그 품에 안겨 또 다시 울었다.

도서실에 들어간 여자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남자친구는 그랬다. 나또한 이런 일을 벌이는 게 귀신일 것 같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그런 말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선배가 호들갑을 떨면서 들어왔다. 말은 즉슨 도서실 안에서 범인을 잡았다는 말이었다. 난 놀라 두 눈이 동그래졌고 우리 남친도 내 얼굴을 번갈아보면서 크게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 곧 나는 그 범인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하얀 얼굴은 화장을 잔뜩 칠한 듯했고 머리는 산발에 매우 말라보이는 아주머니 한분이 내앞에서 낑낑대면서 도서관 수위 아저씨에게 잡혀있었다. 다른 동료 사서는 한손에 들고 있던 가발 비슷한 것을 내밀면서 아무래도 이걸 쓰고 있어서 속았던 것 같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연신 나를 보면서 욕을 했고 목에 침을 끌어 모아 뱉어댔다. 난 그분이 누군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욕을 해대는 목소리도 그렇고 단번에 알수 있었다.


 난 그 날 뒤로 그 도서관을 그만 두었다. 그러면서 남자친구 원룸에서 한동안 같이 지냈다.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싫었고 한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입맛도 늘 없어 몸이 15kg 가량 빠졌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것 이었는데... 단순히 잠을 못잔다는 것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잠이 들면 꼭...


 원망스런 얼굴로 날 쳐다보는 그 아주머니가 보였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허위 신고시 신고자가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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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WG완비탄 (2013-06-07 20:50:5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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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내려갔던 돌고래 인형 기담이로군요
아이콘 TransCond (2013-06-07 20:53: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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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큰일 날뻔 했네...

어쨌든 오랜만에 내용을 읽어보고 재 검토를 했음 그리고 퇴고 오타 수정 및 완만하지 못했던 끝 내용을 좀더 다듬었음. 들어간 제시어는 다음과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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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너킹 (2013-06-07 20:57:3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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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어디갔음
아이콘 Kyrie. (2013-06-07 23:41:5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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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인형 ㅇㅅㅇ!
좋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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