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TransCo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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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6-09 21:04:41 KST | 조회 | 228 |
제목 |
[브금] 옴니버스 식 무서운 이야기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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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Ui6MS
그날따라 날씨가 무척 무더웠던 것은 사실이다. 자꾸만 몸이 축 늘어졌고 아무것도 하기 싫기에 학원이 끝날 때까지 재밌는 일, 혹은 나에게 등골이 오싹할 만큼 무서운 일이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학원에서 친구들이랑 어떻게 헤어졌는지도 모르고 그냥 마냥 처지는 발을 이끌고 난 그곳으로 가보았다.
사실 별달리 이상할 것 없는 동네였다. 오래된 주공 아파트 단지와 공용 주택들이 늘어선 오래된 마을, 그러나 몇 주 전인가?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이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었다. 호기심이 생겨서 와보긴 했는데 날이 저물지 않았고 시간은 오후 7시인데도 아직 해가 짱짱하다. 괜히 멀리 왔다는 생각만 들었고 집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 시큰둥해져있었다. 근처 놀이터 벤치에서 학원 책가방을 내려놓고 몸이 무더워 프린터 물을 모아두는 비닐 파일을 꺼내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는 예기치 않게 생기나 보다.
“야”
난 깜짝 놀라서 위를 올려보았다. 하지만 누구하나 나를 쳐다보는 사람 없다. 내가 올려다 본 아파트는 주공에서 지은 기다란 복도식 다 세대 아파트였다. 긴 복도를 따라 많은 세대가 여러 호 수로 붙어있는 아파트 말이다. 그 복도 한편에서 나를 부를 소리가 났다. 아니,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부른 걸 착각 했다는 것은 솔직히 말도 안됐다. 놀이터에는 이상하리 만큼 조용했고 그 곳에는 나밖에 없었으니까.
난 고갤 들어서 위를 힐끔 힐끔 쳐다보는데 또 다시 그 소리가 들려온다.
“야”
라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3층 복도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난 순간 누군가 나를 놀린다고 생각했다. 또래에 아니, 나보다 어린 아이의 목소리였기 때문에 난 씩씩대며 자리에 일어나서 파일을 가방에 챙기고 그 주공 아파트에 올라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왠지, 녀석을 잡고 싶었다. 솔직히 놀 거리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날 부르는 애한테 가보고 싶었다.
1층 현관에 들어섰을 때 기분이 떠오른다. 아무도 없고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 발을 들인 느낌. 이제 어두워져가는 시간인데 현관의 등은 켜지지 않고 낡고 오래된 엘리베이터는 가만히 맨 위층인 12층에 서 있었다. 주위는 어두컴컴하고 습하다. 왠지 들어오지 말아야 할 곳을 들어온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눌렀지만 12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너무 느렸다. 난 녀석을 놓칠세라 빨리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3층 복도에 섰을 때, 앞으로 길게 뻗은 복도를 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다닥다닥 붙은 세대들의 현관만 있을 뿐 놓쳤다고 생각하고 망연자실 해있었지만 곧 나는 또 그 소리를 들었다.
“야”
이번에는 내 위층에서 나는 소리였다. 나는 “너 누구야! “라고 소리치고는 이미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층을 올라가서 복도를 바라보고 아무도 없는 걸 보고는 혹시 몰라 또 한층 뛰어올라가 보고 복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역시 아무도 없었다. 순간 있는대로 열이 받아 씩씩거렸고 아무래도 더운 날씨다 보니 금방 숨이차고 땀이 흘렀다. 그러나 녀석과의 내 숨바꼭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더운 여름날 무엇인가 나를 부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는 거의 9층 까지를 그 목소리와 숨바꼭질을 했다. 아무도 없는 복도만 바라보다가 너무 지쳐 난 그 현관에 털썩 주저 앉았지만, 여전히 그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았다.
“야”
또 내가 주저앉은 위층 복도에서 그 소리가 들린다. 흔들림없고 떨림없이 또렷하게 들리는 그 목소리는 분명 나를 부르고 있었다. 난 화가나서 있는대로 성질을 부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너 누구냐고! ”
복도에 가만히 그렇게 씩씩대고 있는데 아득했던... 그러니까 주위에 사물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들어오지 않은 채 오직 하나만 생각하다가 문득 나자신을 돌아다보게 되는 순간이 왔다.
‘뭐지... 뭐가 날 부르지...’
그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부르르 떨다가 잔뜩 겁에 질려서 엘리베이터 가까이 갔다. 날은 이미 완전히 저물었고 시간도 8시가 다 되었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복도나 현관 그 어디에도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상하고도 기묘한 주위를 둘러보면서 난 더 큰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보았을 때 난 순간 그런 공포를 잊고 다시금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내 바로 위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 10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것 이었다. 난 순간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날 부르던 그 녀석이 내려오고 있다고,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난 녀석을 골려주고 싶었다. 날 약올리고 우습게 만든 녀석을 골탕먹이고 싶었다. 결국 난 9층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8층으로 뛰어내려갔다. 그리고 일부러 그곳 엘리베이터 버튼도 눌렀다.
또 뛰어내려간다. 그리고 또 7층, 6층, 5층을 헉헉 대고 뛰어내려가 눌러보였다.
그때 나에게 4라는 숫자는 큰 공포의 숫자였다. 죽을사라고 해서 불길하다는 말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완전히 땀에 젖은 난 힘이 들어 쓰러질 것 같은 상태였지만 뻘뻘 흘리면서 마지막으로 4층 버튼을 눌렀다. 아마도 녀석이 타고 내려오다가 4층에서 열릴 때 내가 앞에 서있으면 기절할 만큼 놀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지쳐있었음에도 나는 겁에 질린 녀석을 볼 생각에 키득키득 웃고있었다. 천천히 층층마다 서는 엘리베이터 마침내 5층에서 4층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난 작전이 성공했다고 생각하고는 그앞에서 잔뜩 떨리는 마음으로 녀석을 놀래켜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릴 때 나는 그 앞에 서있다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왁!”
그러나, 왤까... 왜일까...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타지 않고 있었던 것처럼. 조용하고 스르륵 열린 엘리베이터 문 안으로는 반짝이는 거울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거울로는 잔뜩 지쳐서 헉헉대는 내 얼굴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난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또 당한건가 오히려 내가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잔뜩 시무룩해져서 그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이제는 완전히 질려서 집에 돌아갈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더 이상 이런 수모를 당하고 싶지 않았고 분했기 때문에 계속 찔끔 찔끔 눈물이 났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1층 버튼은 이미 눌러져있었다. 아마도 녀석은 내려오려다 말고 내가 장난친 것을 눈치 채고 내린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운행 될 때 까지 가만히 바닥만 보고 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았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대도 엘리베이터 문은 닫길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난 가만히 있는 엘리베이터에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하곤 얼른 내릴 생각이었는데 그 순간 보았다.
엘리베이터에 층수를 보여주는 점자판에 써있는 글을....
만원.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다시 뒤를 돌아 보았을땐 엘리베이터 문이 어느새 스르륵 닫기고 있었다. 그순간 난 닫기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무언가 보고 만다. 노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가만히 있는데 문이 닫긴 엘리베이터는 다시 내려가고 있었다. 난 비명을 지를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냥 엘리베이터보다 더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미친듯이 뛰어내려갔다. 계단에서 구를뻔도 하고 발이 접질러지기도 했지만 무조건 뛰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고 다리가 부러질 것 같았지만, 절대 엘리베이터보다 늦게 1층에 도착할 순 없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얼굴을... 그토록 보고 싶었던 녀석인데 보고나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등골이 자꾸 오싹오싹해지고 팔다리에 소름이 돋는다. 난 그렇게 엘리베이터보다 먼저 1층에 도착해서는 미친듯이 현관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난 잔뜩 진이 빠져서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난 미친듯이 울어댔고 내가 보았고 경험한 것을 누구한테 말해보아도 그저 무서운 괴담정도로 생각할 뿐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이건 이제부터 내가 시작할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렇다. 이건 내가 어떻게 그것들을 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의 첫 부분이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일들을 난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최대한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 보일 예정이다.
2013년 6월 9일. 2001년 그 여름을 기억하면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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