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강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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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6-13 19:36:59 KST | 조회 | 181 |
제목 |
토스트 남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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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스톤콜드셔에는 토스트 남작이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천성이 근면했고, 대학에서 발명되는 새로운 학문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찬 신세대 지식인이었다. 또한 토스트 남작은 이름난 부호이기도 했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토스트 남작의 근면함이 그를 대부호로 만들어주었으리라고 지레짐작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실 토스트 남작의 재산 대부분은 상속받은 광활한 토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실, 남작의 근면함은 오히려 남작의 재산에 해가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어쨌든 토스트 남작은 그 시기 잉글랜드의 지주들이라면 누구나 꿈꿨을 하나의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지배하는 지역에 울타리를 쳐 모두 목초지로 만들고, 그곳에 양을 풀어 세계 최대의 양모 생산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꿈이었다. 그랬다. 토스트 남작은 인클로저가 꽤 혁명적이고 똑똑한 경영 전략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장대한 인클로저 계획을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해주고 싶어 안달이 나있었다. 때마침 1주일에 한 번씩 남작에게 신선한 토마토를 보급하는 소작농 샘이 저택 문을 두드렸다.
"샘이군! 잠시 기다리게!"
토스트 남작은 쾌활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현관문을 열었다. 샘은 수레에 한 가득 싣고 온 붉은 토마토를 남작에게 내밀며 말했다.
"나으리. 오늘도 토마토가 아주 잘 익었습니다."
"아...토마토. 내가 좋아하는 거지. 어쨌든 샘, 잘 왔네. 이제부터 내가 무슨 일을 할 건지 말해주도록 하겠네. 혹시 자네, 인클로저라는 게 뭔지 아나?"
토스트 남작은 두 손을 맞대어 비비며 입맛을 다셨다. 그는 멍청하고 교육도 잘 받지 못한 샘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인클로저? 그게 뭐지요?" 라고 말하며 배움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품은 두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랬다. 그리고 그에게 인클로저에 대해 설명해줄 수만 있다면! 이 무지하고 보잘 것 없는 천민을 지식의 길로 인도하는 자비를 베풀어 줄 수만 있다면! 그러나 샘의 대답은 토스트 남작의 소박한 기대를 처절히 분쇄했다.
"그거 아주 나쁜 술수 아닙니까? 힘 많은 지주들이 공동농장을 맘대로 사유지로 만들어서 양을 키우겠다는 거 아닙니까? 나쁜 놈들...게다가 요즘은 의회가 자발적으로 인클로저를 돕는다지요? 정말 차라리 이렇게 되면 저희는 크롬웰 때가 훨씬 나았습니다! 하여간 나으리는 선하신 분이라 그런 걸 하지 않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샘이 순박한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남작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남작은 마음 깊은 곳에서 야만적인 응어리가 울컥 솓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이성으로 정제되지 않은 가장 순수한 분노였다. 사람의 기대가 무참히 저버려질 때의 분노. 자신보다 더 하찮은 자가 자신을 기만하려 할 때의 분노. 배우지 못한 자가 배운 자의 가르침을 거부하려 할 때의 분노...그는 격노로 끓어오르는 혀를 자신도 놀랄 정도로 냉랭하게 놀리며 말했다.
"잠시 기다려주게. 샘. 뭐 좀 가져올 게 있다네."
"예. 천천히 다녀오십시오. 프로도 나으리."
토마토 남작은 그 길로 곧장 부엌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는 날이 잘 선 칼을 꺼내 외투 속에 감추고, 다시 샘에게로 돌아갔다. 샘이 미소로 남작을 맞이했다. 바로 그 순간 남작은 품에서 식칼을 빼들었다. 놀란 샘이 손사레를 치며 남작을 막으려 했지만, 남작은 빠르게 샘의 손바닥을 칼날로 내리쳐 상처를 냈다. 그리고는 샘의 가슴 사이에 칼을 박아넣었다.
"욱..."
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끈적한 선혈이 목구멍을 가득 메웠다. 힘없이 벌어진 입가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남작이 칼을 더 깊숙히 박아넣자, 샘은 가래 끓는 소리를 내다가 털썩 쓰러졌다.
"흐음."
남작은 손수건으로 칼에 묻은 핏자국을 닦았다. 그는 얼른 샘의 육중한 몸을 끌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머릿속이 폭풍우가 치는 것 마냥 복잡했지만 할 일은 명료했다. 남작은 식칼로 샘의 몸을 썰기 시작했다. 예리한 칼날이 사람의 근육과 혈관을 자르고 지나가는 느낌에 몸서리를 쳤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남작은 샘의 몸을 깔끔히 토막내고 뼈에서 살을 발라내어 돼지고기 저장고에 넣어두었다. 그리고는 샘의 고기 중 가장 맛있는 부분을 꺼내 얇게 저민 후, 구운 빵과 빵 사이에 끼워넣고 입에 문 뒤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늦었군! 야단났구만!"
남작은 큰 소리로 그렇게 외치며 질주했다. 사람들은 단순히 그가 대학 수업에 지각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하고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그가 입에 물고 있던 신기한 음식, 즉 구운 빵과 빵 사이에 고기나 여러 야채를 끼워넣은 음식은 후에 토스트 남작의 이름을 따 '토스트' 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특히 최근에도 잉글랜드 스톤콜드셔의 스톤콜드 대학교에서는 SAM고기를 넣은 토스트를 팔고 있다.
좃목이기 때문에 다음 화는 영원히 업ㅂ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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