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도 조회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자극적인 떡밥을 고르라. 그것은 주로 윤리와 철학의 영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적수가 나타날 때마다 국회 도서관에나 잠들어 있을 법한 권위있는 저자의 논문과 통계를 2분안에 소환해낼 미러문급 능력자가 아니라면 정치와 경제 영역은 가급적 피하라. 종교 영역은 거대한 철벽의 방과도 같다. 당신은 어느 방향으로 소리 지르든 언제나 메아리만을 듣게 될 것이다. 그 사실은 때때로 당신에게 약간의 도파민을 불어넣어 줄지언정 결국 당신 또한 당신의 방 안에 갇혀 있음을 의미한다.
떡밥을 골랐다면 이제 당신의 위험하고도 마이너한 사상을 설파할 시간이다. 단, 논리적 오류와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라. 논지를 흐리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수법은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이다. 전장에 모인 병졸의 수가 많을수록 그것은 더욱 극명해진다. 당신은 그 미끼를 애써 외면해 보지만 낚인 물고기가 한마리라도 있으면 그녀석 또한 새로운 미끼가 될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낚시꾼을 재빨리 달래주고 본론으로 돌아오도록 하자.
비교하라.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사상과 당신의 마이너한 사상의 공통점을 최대한 많이 찾아내고 어필하라.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차이점을 발견하였다면 제기될 수 있는 반박에 대한 해결을 미리 준비하라. 그 해결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을 때가 있으니 당신은 그것을 굳이 미리 밝혀둘 필요는 없다. 다만 상대 선수의 의구심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댓글의 열기 속에 밀려내려가기를 바라면 된다.
비유를 남발하지 말라. 비유는 결코 완벽할 수 없으며, 완벽한 비유가 있다면 그건 이미 비유가 아니다. 상대 선수는 그 비유 속에서 자투리를 찾아내거나 또다른 비유를 만들어 당신을 공격할 것이다. 만일 비유의 의미가 의도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면 전장은 겉잡을 수 없이 지저분해진다. 세우기 쉬운 허수아비는 무너지기도 쉽다. 비유보다는 주장과 근거를 명확히 강조하는 것이 대개 더 효과적이다.
침착하라. 논파되는 와중에 내비치는 다급함은 당신을 더욱 더 궁지로 몰아넣을 뿐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새롭게 밝혀진 허점을 메울 그럴듯한 논거를 천천히 생각해 보라. 이렇게 평정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시간은 당신의 편이 아니며, 글은 이미 게시판의 왕성한 리젠율에 의해 깊숙히 퇴적되고 있다. 무관심과 조롱 속에 묻히기 전에 당신의 사상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물러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너무 늦지 않도록 하라. 이틀 전에 발발한 전장에 다시 찾아가는 병졸은 그리 많지 않다.
끝으로 조심하라는 말을 다시 남긴다. 이 드넓고 깊은 인터넷의 바다에는 지구본 위에서 당신을 내려다보는 기만장군들이 생각보다 많으며, 겉모습으로 그들을 구별해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커뮤니티에 궤변을 늘어놓기 전에, 그곳의 일원이 되어 게시판 이용자들의 특성과 언행을 파악하는 사전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게시판에 관심병자가 출몰할 때마다 누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살펴보라. 당신이 개개인에 대한 수준별 맞춤 대응을 익힌다면 이는 예기치 않은 위험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할 수 있다. 신상털이범을 절대 화나게 하지 말라! 구글은 당신이 지난 여름에 썼던 글을 알고 있다. 당신이 이 사항들을 잘 숙지하고 실천한다면, 언젠가 당신의 그 위험하고 마이너한 사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Y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