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거 세 개를 기억하세요
1.파괴미
2.단절성
3.이미지의 충돌
파괴미란 기존의 정형시의 정형성을 파괴하는 혁신성을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기존의 운율이나 그런 걸 다 때려부수고 여러분만의 독특한 시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느냐? 나도 모릅니다. 일단 특이해 보이면 대체로 해체주의적인 파괴미가 있군! 이라며 평론가들이 끄덕끄덕합니다. 아니 애초에 1900년대 이후로 한국 시문학계의 율격이란 게 여러모로 입지가 애매하고 모호해졌달까 여튼 덕분에 뭔 짓을 해도 파괴미라고 인정받을 수 있으니 참 좋디요. 그럼 어떻게 해야 튀어보이냐?
여러분은 튀어보이는 시 하면 보통 이상의 오감도 연작시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뭐 13명의 아해가 으햏햏 하는 거 말이죠.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솔직히 현대시에서 이상처럼 쓰는 건 걍 클리솁니다. 그럼 여기서 여러분은 좌절합니다. 아니 어떻게 그것보다 더 맛이 가게 쓰라는 거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현대시의 파격성은 클리셰가 충만할 때 이뤄지는 겁니다. 평론가들은 대체로 자기들이 원래 알던 세계를 벗어나면 "아무 의미도 없는 혁신을 위한 혁신" 이라며 깝니다. 결국 중요한 건, 형식을 파괴하되 어디까지나 현재 시문학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내에서만 하라는 겁니다.
자 이제 여러분은 혁신을 이뤘습니다. 다음은 현대시라면 무조건 추구해야 하는 현대인의 단절성에 대해 알아봅시다. 현대인은 고립되어 있습니다. 네트워크 광케이블 초고속 비행기 어쩌구저쩌구 덕분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개인과 개인의 물리적 거리가 좁혀진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정신적인 면은 철저히 고독하며 유목민에 가깝습니다. 노마디즘이죠. 여기서 바로 문학은 단절성을 향해 나아갑니다. 어떤 사건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모든 일이 더이상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단절되어 있고 본질적으로 고립적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앞으로 시를 쓸 때 무조건 '토르소', '토막난' 등등의 말을 써줘야 합니다. 그래야 단절성이 드러나니까요
자 이제 현대인의 고민거리도 시 안에 투영했네요. 하지만 더 완벽한 시를 원하지 않습니까? 이제는 미학을 추구해야 할 때입니다! 시의 미학은 대체로 이미지에서 옵니다. 저도 매우 동의합니다. 랭보가 왜 그 지1랄을 떨었겠어요? 언어가 담고 있는 색채, 이미지! 존나 중요합니다. 어쨌든 이제 언어에 색을 불어넣어 봅시다.
그런데!! 그냥 막 뭔가를 연상되게 쓰라는 게 아닙니다. 생각해 봐요. 여러분은 지금 아무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첨단의 현대시를 써재끼고 있는데 갑자기 여기에 '오 노을에 물든 연분홍빛 하늘' 같은 말을 삽입하면 가오가 존나 안삽니다. 그래도 시에는 미학을 넣어야 합니다...그럼 어떻게 해야 되냐? 바로 이미지를 충돌시키는 겁니다! 서로 아무런 관계 없는 이미지들을 서로 맞물려 충돌시키면 단절적인 느낌도 나고 파괴적인 느낌도 나고 여러모로 현대적입니다. 시는 기본적으로 서정문학이지만 이미지는 서사적인 연계에서 우러나오죠. 그러니까 서로 연관없는 이미지를 맞물림으로써 여러분은 가히 의식의 흐름적인 시적 서사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개구리' 에 대한 시를 한 번 써본다고 가정하자구요. 우선 개구리의 모습을 떠올려야겠죠. 개구리가 볼을 한껏 부풀리며 펄떡펄떡 뛰어다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습에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심장을 떠올리죠. 그리고 심장은 삶의 상징이니까 답답한 현대인의 삶을 상징하는 고층빌딩으로 이미지를 잇습니다. 바로 그때 기차가 돌진해서 개구리를 깔아 뭉개는 겁니다! 개구리의 팔다리가 잘리고 내장이 이리저리 튑니다! 얏호!
와 이제 우리는 혁신도 했고 현대인의 삶도 표현했고 미학도 추구한 궁극의 현대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이걸 바탕으로 여러분이 가진 천부적 문학재능(사실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으로 신춘문예에 도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