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아직 아니지만 외국에서는 장애인을 이용한 코미디물도 여럿 나옵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함을 유발시키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그러한 '불편함' 을 꼬집는 유머죠.
예를 들어 '라이프 투 숏' 이라는 영국 코미디 드라마가 있었는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워윅 데이비스가 인터넷에서 자신의 홈페이지를 비방한 15세 청소년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그 소년이 다니는 학교를 직접 찾아갑니다. 하지만 그 소년이 전신이 마비된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급히 당황스러워 합니다. 이 내용을 본 시청자들도 워윅과 함께 아주 당황스럽고 도덕적으로 불편한 느낌을 받을 겁니다.
어째서 그럴까요? 그건 그 소년이 장애인이라서 그런 겁니다. 소년의 인격적인 면과 상관없이 우리는 그 소년이 장애인이라는 사실만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소년의 잘잘못에 상관없이 우린 불편함을 느낍니다. 여기서 당황스러워하는 시청자들은 딱히 장애인의 인권 차별 블라블라 때문에 당황스러워하는 게 아닙니다. 단순히 사람을 장애인으로 차별하고 있기 때문에 당황스러워 하는거죠. 이 드라마는 우리가 자주 도덕으로 혼동하는 편견을 꼬집었기에 훌륭한 드라마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그콘서트에서 똑같은 불편함을 느낍니다. 특히 자신의 못생긴 외모를 코미디 소재로 삼는 프로그램에서는 더더욱 그래요. 제가 위에서 든 사례에 의하면 저 역시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거겠죠. 제가 <못생긴 사람>(이게 어감이 좀 이상한데 제가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잘생겼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을 <일반인>으로 보지 않고 오로지 <못생긴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런 감정이 드는 걸까요?
흠. 근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을 소재로 삼는 유머에서는 한 가지 금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 신체적 불편함 자체를 원료로 삼지는 않는다는 거죠. 우리는 사람들이 단순히 '장애인' 이라는 이유 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기를 꺼려하고 무조건적인 미안함을 가지는 것에 대해 조롱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의 걸음걸이를 보고 웃는 사람은 개1새1끼입니다.
제가 가끔 불편함을 느끼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외모를 소재로 삼는 개그는 못생겼다는 것 그 자체를 두고 조롱하기 때문이죠. 여기서 한 가지 적절한 반론이 예상되는데, 바로 외모가 독특하게 생긴 것과 신체/정신적 불편함은 결코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거죠. 실제로 그 '외모비하 개그' 를 이용해서 나름의 가치를 창출하는 여배우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끔 '무심한' 악의가 내비치는 것 같아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대체로 외모비하 개그는 존나 재미가 없습니다. 그것만 울궈먹는 개그맨(우먼)들은 그냥 끔찍하게 재능이 없거나 존나 게으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