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네이버 대문의 영화 홍보문에는 '덕후들을 위한', '덕후들이 흥분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의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한국 상업계는 덕후를 포용하기 시작했고, 우리 사회는 이제 어른들의 퇴행적 취미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이 일련의 변화를 통해 내가 느끼는 건, 도대체 아르튀니 랭보의 약에 절은 정신세계마냥 변화무쌍한 이 사회분위기의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불과 며칠 전에 수십 만원에 달한다는 명품가방, 레인부츠에 돈을 쏟아붓는 사람들의 방만한 소비행태를 힐난하는 언론/여론의 날카로운 어금니를 지켜본 바 있다. 이제 그들은 입장을 바꿔 모든 비효율적인 소비활동을 권장한다. 어쩌면 창조경제가 만들어 낸 하나의 구체적인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남의 행동에 간섭을 하지 않고서는 하루도 못배기는 근엄한 한국인들의 변덕스러운 관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것은 거1품을 만들어 파는 문학가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대중문학 컨텐츠가 비싼 값에 팔려나가는(분명 그것이 가진 원래 가치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일 것이다) 꿈만 같은 사회가 도래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 황금의 시대 한복판에서 사금 조각 한 톨이라도 움켜쥘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