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고블린 아이콘을 사랑한다. 특히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채 정면을 바라보는 그 표정이 정말 마음에 든다. 기병대의 날카로운 언월도를 연상케 하는 이 두 눈은, 모니터 너머 수많은 필자들의 심장을 전율케 하는 마법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블린 아이콘은 가장 위대한 세미오시스, 토라의 마지막 비밀, (유태인들의)신의 100번째 이름 등의 수식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단순히 글로 이 아이콘이 뿜어낼 수 있는 막대한 영향력과 동등한 힘을 가진 텍스트를 만들어내려면 얼마나 많은 문장들을 벼려내야 할까? 또 얼마나 많은 문장들을 사고의 지평선 바깥으로 날려보내야만 할까?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할까? 그렇기에 고블린 아이콘은 네트워크 상의 인간이 창조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극단적인 기호인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게시글에 들어가, 추천 버튼을 누르고, 발도장을 찍는다.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블린의 얼굴은 게시글을 쓴 게시자의 마음을 관통한다. 고블린은 무한한 관용으로, 무한한 냉소로, 무한한 무관심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을 압박한다. 그녀는 말한다. "나는 네 글의 모든 저의를 파악하고 있노라." 그러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또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힌트도 내놓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마음에 거대한 파문을 남겨놓을 뿐이다. 이 얼마나 잔혹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