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지금까지 일종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바로 극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 개연성 안에 종속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캐릭터가 특정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그 캐릭터는 그에 따라 행동해야만 하고, 캐릭터에 입체성이 부여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그 캐릭터가 극중에 드러내는 성질에서 충분히 도출해낼 수 있는 의외성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킹 슐츠는 다릅니다. 보통 장고를 혹평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킹 슐츠가 마지막에 "미안 견뎌내질 못하겠어" 하고 무슈 캔디를 총으로 빠방 쏴죽이는 장면을 지적하죠
그게 지금까지 킹 슐츠가 보여왔던 캐릭터와는 전혀 상반된 행동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애초에 킹 슐츠는 논리적인 캐릭터가 아닙니다. 킹 슐츠는 극 중에서 언제나 자기가 말해온 것과 정반대로 행동해왔어요. 아이와 함께 있는 아버지도 쏴죽일 수 있는 냉혹함을 가졌지만, 눈 앞에서 사냥개들에게 잡아먹히는 흑인노예를 결코 두고볼 수 없는 들끓는 정의감의 소유자이고, 장고에게 "언제나 네 속마음을 드러내지 마라" 라는 처세술을 가르치지만 가장 먼저 자기 심리를 드러내버리는 것 역시 킹 슐츠죠
킹 슐츠는 생각보다 훨씬 더 허술한 캐릭터이고, 그게 오히려 킹 슐츠라는 인물을 정말로 인간답게 만들어줍니다. 생각해보면 장고는 말이 장고 "프리맨" 이지 전혀 프리맨이 아니에요. 장고는 그냥 브룸힐다를 구출해야만 한다는 목적의식만 가지고 있는 극의 노예같은 캐릭터죠. 마지막에 브룸힐다 옆에서 말 타고 애교부리는 거 외에는 딱히 감정적인 면도 없고, 영화 내 묘사도 그냥 단순하죠. 킹 슐츠는 변화무쌍하고 정말로 주체적으로 행동하면서도, 묘하게 설득력까지 갖춘 사람입니다. 그 설득력은 바로 크리스토퍼 발츠의 미친 연기력에서 뿜어나오죠. 그리고 존나게 미중년이라서 뭘 해도 용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