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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3-08-26 13:17:32 KST 조회 178
제목
밸런스 이야기

나는 예전에 C&C4에서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그는 케인의 빠돌이였으며, 레드얼럿3 초기 아포칼립스 탱크 디자인마저 옹호했을 정도로 독실한 C&C 신자였다. 심지어 C&C 로어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웨스트우드가 밑동부터 썩어들어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이후에도, 그는 폐허가 된 춫성전의 앞마당을 홀로 지키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홀연히 춫갤에서 나와 스투갤로 걸어들어온 것이다. 거기서 그는 처음으로 보았다.(보았을 것이다.) WCS 관중들의 눈부신 열기, 세련된 모델링, 치열한 밸런스 토론들을 말이다. 그는 이해조차 할 수 없는 갤러리 전문용어와 리플레이들을, 마치 불멸의 지성을 담고 있는 복잡한 튜링머신의 테두리를 어루만지듯 훑고 지나갔다. 그는 그것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2라는 광대한 진공 안에서 명멸하는 수천 개의 개념들은 그 자체만으로 그를 압도했던 것이다. 그는 춫의 배신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스타크래프트2의 개종자에 가까웠다.


한편, 나는 또다른 사람도 알고 있다. 그는 블리자드 훌리건이었다. 우리는 함께 블리자드를 비방하고 욕하는 이교도들의 뒷목을 급습했고, 우상의 성전을 파괴하고 라이엇 게임즈의 표식이 불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악의에 찬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충실한 광신도였고, 상처받은 어린 아이들이었고, 정력 넘쳤던 옛 추억에 미래를 헌납하는 늙은 바르바로사들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잠적했다. 며칠이 지난 뒤, 나는 그가 PC방에서 C&C4 캠페인을 하는 걸 목격했다.나는 그에게그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조악하게 만들어진 게임을 당장 그만 두고 다시 돌아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는 행복하니 그냥 여기서 살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후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를 다시 만난 적이 없다.


이 두 이야기는 언뜻 보면 상반된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문명으로 귀의한 탕아의 이야기이고, 다른 한 개는 폐허의 야만성에 압도된 가련한 개인의 이야기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두 이야기 모두 공통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밸런스와 비밸런스는 결국 광대한 신의 개념에서 바라본다면 본질적으로 똑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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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3-08-26 13:53:0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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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밸런스의 조종자 DK는 어디를 가나 늘 한결 같으며 이는 곧 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YOGG-SARON] (2013-08-26 13:53:5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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