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회귀한므너킹 | ||
---|---|---|---|
작성일 | 2013-09-11 20:17:56 KST | 조회 | 152 |
제목 |
짱짱 재미없는 이야기
|
내 썩어빠진 공격성에 대해 어느정도 생각할 기회가 생겼었던 건, 내가 대학생으로 있었을 때라고 생각한다. 때는 1년 전 지금처럼 문득 차가워진 바람에 가을을 느끼는 계절이었다. 나는 논란이 될 만한 주제로 하는 조별발표의 조장을 맡고, 가장 자연스럽게 조별 발표를 진행했었다.
열렬한 환호 속에 쏟아지는 '질문'들을 나는, 어떻게 보면 그렇게 내가 '유도'한 부분에 '걸려들었다'는 흔한 자만심으로 받아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억이 안 나도 나라면 그렇게 했을거라는 믿음은 끊임없이 갯수가 변하는 핵 폐기물의 양성자같은 내 마인드 속에서 변하지 않는 확고불변한 반감기같은 것이다. 어찌되었건 나는 그런 의도한 대로 이루어진데에 대한 그 기쁨을 동기들에게 마음껏 표현했다.
나는 이제껏 '내 주장을 들은 사람들이 무엇을 느꼈을까'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세상의 모든 나르시스트들이 보통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전부 불타버린 폐허 속에서 무언가를 줏어내는 게 아니라 ,폐허 자체가 일종의 달성감이었다. 하지만 그게 어떤 인상을 끼쳤을까? 라는 내용은 단언컨데 생각해본 경험이 없었던 것었다.
다음 수업시간에 받아든 동기들의 짧은 '단점에 대한' 코멘트들의 연속은 내 상상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장점은 상상 안쪽이었다) 손 제스쳐가 불필요하게 과도했다, 발표도중 자리를 이동하는게 맘에 안든다, ppt로 손을 뻗는 행동이 불필요해보였다, 질문에 대답을 너무 잘 했다,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을 인정했다 등등.
그때서야 나는 어떤 주제, 논리, 내용, 의미, 뉘앙스 던간 사람의 AT필드는 이성의 앞에서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지금까지 수없이 거쳐온 상대들은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보다는 그 문제점을 들춰낸 사람에 대해서 적개심을 품는 데 그쳤다는 것밖에 안 되는 것이었으리라.
그랬다. 키워에게 주어지는 합리화의 여신으로부터 내려온 사명, 못난 자들을 널리 일깨우라는 소명은 아이러니하게도 키워가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합리화의 여신의 아가페적 사랑이란 그 못난 자들에게도 이루어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국 여신의 아래에서 우리는 전부 주변의 애정과 관심만을 갈구하는 하는 어린애임에 불과하게 되버렸다.
나는 그 이후 어떻게 하면 키배의 기억이 지나간 이후에도 상대에게 의심의 씨앗을 심을 지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 소명을 이룩하기 위해서, 혹은 머릿속이 하얗게 된 상대를 바라보며 조소를 던지는 짧은 시간을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그토록 오염된 취향을 지속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인풋>아웃풋
나는 아직도 종전의 방식으로 세상을 다룬다. 그렇다. 모름 뒤에는 우연한 발견, 우연한 발견 뒤에는 이해, 그리고 그 뒤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건 모른척이었다.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