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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3-10-22 21:22:10 KST 조회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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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노벨] 네이버 로큰롤 평론의 왕 2

김철수와 그의 평론가 동료들은 IRC의 복잡한 서버 어딘가에 있는 <예술의 회당>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가졌다. 그들은 네이버 유저들의 전반적인 교양 함양을 책임지는 파워 블로거-지식인으로서 언제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날 밤도 예술의 회당 모임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김철수의 친구이자 유능한 네이버 영화 네임드 평론가인 몬다이나이가 뛰어난 언변을 바탕으로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22:10] <몬다이나이> 종합하자면, 현대 평론 예술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22:10] <몬다이나이> 분명 예술가들은 한때 대중을 포기할 뻔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 유명한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자조적으로 한 말을 생각해 보십시오. 일단 유명해지면 예술가의 인분 조차 비싼 값에 팔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평론가들에 대한 대중들의 전반적인 생각이었습니다.

[22:11] <몬다이나이> 분명 우리는, 대중들에게 있어서 금융업자나 경제학자 만큼이나 사악한 사람들로 여겨졌을 겁니다.

[22:11] <큐어옐로우남편> 경제학자가 사악하다는 건 확고한 진실이지요!

[22:11] <몬다이나이> 하하하. 아주 유머있네요. 제 말은, 대중들은 엘리트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반감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그게 자신들의 '삶' 과 큰 연관이 있을수록 반감이 더욱 증폭된다는 겁니다.

[22:11]  <몬다이나이> 자본은 분명 우리 모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개념입니다. 그러므로 대중들은 자본에 대한 권위자, 은행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경제학자들이 그 자본을 '독점' 하고 있다는 요상한 망상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22:12] <몬다이나이> 그런 것처럼 대중들은 평론가들에게도 똑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 평론가들이 우리 모든 인간들이 공유하는 예술의 가치를 맘대로 평가하고, 그것의 거품을 끌어올리거나 꺼뜨린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심지어 이런 편견은 작가들도 가지고 있어요.

[22:12] <몬다이나이> 작가들은 마치 우리가 어떤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자기들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처럼 생각하지요. 근본적으로 평론가와 예술가는 공생 관계입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평론가들이 마치 자신들을 노예처럼 부린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피해망상이야말로 이 예술 시장의 가장 큰 위협요소라고 생각합니다.

[22:13] <몬다이나이> 그래서 우리는 대중들의 요구를 들어주었습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기류는 예술 엘리트와 예술 대중들의 타협입니다. 하위 문화를 상위 문화와 연결지어 분석한다. 즉, 우리는 엘리트들의 특권인 '계층간 분화된 언어' 를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우린 대중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모든 걸 주었습니다.

[22:14] <몬다이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들은 우리에게 증오심을 품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지식인' 에 대한 몰이해적인 분노는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듯 합니다. 지금 제가 "진격의 거인은 어느 정도 파시즘적인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라고 글을 써 올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만화는 만화로만 보라는 질타가 쏟아질 겁니다.

[22:14] <몬다이나이> 이로써 모든 게 명확해진 겁니다. 진정으로 배타적이었던 건 우리 평론가가 아니라 대중 그 자체였다는 것 말이죠. 대중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오락' 이라는 성역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모든 해체주의적 노력을 무효화하려고 합니다.


김철수는 모니터에서 눈을 뗐다.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키보드에 손을 가져다 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치 그의 머릿속에서 빛나고 있던 위대한 재능의 불꽃이 한 순간에 사그라든 것만 같았다.


[22:17] <몬다이나이> 그런데 왜 자네는 아무 말도 없나? 그린뮤즈데이?


스피커를 통해 요란한 호출음이 들렸다. 김철수는 억지로 고개를 들어 IRC 채팅 창으로 시선을 옮겨야만 했다.


[22:17] <그린뮤즈데이> 그냥...오늘은 딱히 뭘 할 의욕이 없군.

[22;17] <몬다이나이> 이해하네. 특히 요즘같은 때는 우리의 모든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22:18] <그린뮤즈데이> 맞아...자네 말이 맞네.

[22:18] <몬다이나이> 그러지 말고 이번에 내가 쓴 '드래곤볼 리이슈:손오공과 무솔리니, 그 치명적인 공통점' 이나 좀 읽어주게. 자네는 글 다듬는 능력이 뛰어나니까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면 지적좀 해주고...

[22:18] <몬다이나이> http://blog.naver.com/japanmanga033/606645334

[22:18] <그린뮤즈데이> 알았어...하지만 오늘은 컨디션이 안좋으니 상세한 분석은 기대하지 말게.


김철수가 몬다이나이가 걸은 링크를 클릭하자 거대한 블로그 창이 떴다. 몬다이나이 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쓸데없이 글을 길게 쓴다는 거야. 그러니까 문장에 압축된 맛이 없고 보는 사람만 피곤해지지. 김철수는 무심하게 스크롤을 내리며 중얼거렸다.


<드래곤볼의 가장 소름끼치는 점은 그 흥행요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드래곤볼의 스토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편하나, 그 덕분에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주는데 스토리의 발단은 언제나 손오공의 원초적인 동기에 기인한다. 손오공의 동기는 오직 하나 뿐이다:더 강력한 적과 싸우는 것. 그리고 '다가오는 가장 강력한 적' 에 맞서 자신의 모든 인문적인 가치를 포기한 채 육체 수행에만 매달리는 손오공의 모습은, 분명히 영원한 전쟁을 갈구하던 무솔리니의 파시즘 병사들과 일맥상통하여 우리를 더욱 소름끼치게 한다...(중략)...만화 중간중간에 의미없이 파편화된 상징으로 등장하는 지극한 마초이즘 역시 이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는 좋은 증거가 된다.>


글을 읽어내려가던 중 김철수는 깨달았다. 그는 그저 글을 읽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문자 하나하나를 씹어먹으려는 듯이 입 안에서 문장들을 중얼거리며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지만, 그 의미들은 결코 그의 심층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 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고 있었다. 


<우리는 모든 기호와 상징이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기호화되거나 단순화되지 않은 대상은 우리가 인식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 분명히 몬다이나이는 형편없는 문장가였다. 그러나 이 말 만큼은 거대한 파도처럼 김철수의 가슴을 강하게 후려쳤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기호로써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지당한 말이었다. 김철수가 소녀를 인식하기 전에소녀는 그저 복잡한 세계의 기호 중 일부분일 뿐이었다. 그러나 김철수가 그녀를 인식했을 때, 그녀는 김철수의 세계 안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세계란 얼마나 잔혹한가! 그것은 김철수가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그의 시선에서 소녀의 존재를 지워버린 것이다...그리고 김철수는 이제 영원히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심연 속에서 비탄과 함께 살아가야만 했다.






김철수의 아이디가 그린뮤즈데이인 것은 물론 그가 뮤즈와 그린데이로 대표되는 중딩용 록-펑크 시대에 홍수처럼 쏟아졌던 양산형 락빠임을 상징하기 위한 장치로 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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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개념의극한 (2013-10-22 21:30:1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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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제 가슴도 존나 후려침

이 세상의 모든것을 수치화해버릴꺼야!






근데 손오공과 무솔리니 왠지 맞는거같은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Yogg-Saron (2013-10-22 21:37:1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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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 옐로우 남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3-10-23 09:50:4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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