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XP

서브 메뉴

Page. 1 / 5878 [내 메뉴에 추가]
글쓰기
작성자 아이콘 김노숙
작성일 2014-01-26 23:22:03 KST 조회 295
제목
병원 이야기
[다음 내용은 전부 픽션이며 현실의 단체나 개인과 관련이 없습니다.]
 
  최근에 나는 허리와 식칼이 관련된 모종의 사건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 외과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나는 허리의 상처에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응급한 환자였다. 나는 내 생명의 문제 뿐만 아니라 병원 소유의 인조가죽으로 만들어진 값비싼 대기석에 피까지 흘리는 민폐를 끼치기 때문에 빠른 처치가 필요했고, 덕분에 응급실에서 네 시간 후 의사의 진료를 5분 만에 빠르게 받을 수 있었고, 두 시간 후에 CT 스캔 등의 검진 조치를 받을 수 있었으며, 세시간 후 마침내 응급한 처치와 나 또한 잘 인지하고 있는 나의 현재 상태에 대한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상처를 소독하고 거즈를 댄 후 압박붕대로 강하게 허리를 쥐어짜 더이상의 출혈을 막고자 시도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인 절차를 필요로 하였기 때문에 나는 출중한 학력과 뛰어난 실무능력으로 검증된 전문 간호사가 오기 전까지 다섯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파상풍 주사는 지금까지 맞아봤던 주사 중 가장 아팠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압박붕대를 감은 후 소변검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40분 간 고생했다. 해부학적으로 나의 요도는 완전히 짓눌려 있었기에 나는 안 쓰던 복근을 활용하느라 힘을 써야 했다.
  손발이 잘린 것과 동등한 수준의 기나긴 의료처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자비롭게도 환자들에게 소파를 제공해 주었다. 나는 아무래도 VIP 고객이었는지 1번 소파를 배정받았다. 그런데 내게 배정받은 소파로 다가가니 이미 어떤 할아버지가 앉아있었다. 나는 다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1번: 이윤엽]
 
  내 자리 맞는데.
 
  "저기, 할아버지, 여기 제 자리인 것 같거든요."
  "이봐요, 자네, 먼저 앉는게 임자야."
 
  나는 지금까지의 내 도덕관이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강북의 번화가 신촌에서 가장 연약한 자들이 모여있는 이 곳은 그렇기에 철학적 사유의 중심지였고, 위대한 철학자들이 태어날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할아버지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여전히 허리에서는 찝찝한 축축함이 느껴지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내 심장이 열심히 뛰고 있는 듯 하다.
  가만 있으면서 보아하니 방금 전의 그 할아버지는 뇌졸중 환자인 듯 싶었다. 한 번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어떤 징후가 있어 가족들이 데려온 모양인데, 지금 상태에서는 뇌졸중 상태가 드러나지 않는 듯 하였다. 신경외과 의사는 매우 신경질적인 말투로 가족들에게, 특히 그의 부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 그러니까 할머니, 할아버지가 언제 쓰러지셨다구요? 지금 MRI 상으로는 저번하고 차이가 없어요. 문제가 없다니깐요."
 
  의사의 비교적 깨끗한 피부와 풍성한 머리카락, 그리고 새벽 2시의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 레지던트인 것 같았는데, 가족들은 의사 선생님에게 자비를 구걸하기 바빴다. 의사는 자꾸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계속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니 정밀검사를 해 보는 것을 권했고, 가족들은 정밀검사 없이 문제를 찾아달라는 식의 발언을 계속했다. 아무래도 둘의 협상은 평행선을 그릴 듯 했다.
  약 한 시간 쯤 기다리자 지친 얼굴의 외과 의사 두 명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는 차마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는 이 쇼파들에서 내 배를 깔 수는 없으니 어느 구석진 곳에서 내 상처를 봐달라고 요청했다. 의사들은 피곤한 표정으로 내 요청을 들어 주었다. 압박붕대를 풀어보자 여전히 내 허리의 상처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의사들은 입원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내 세브란스에서의 첫번째 10시간의 결론이었다.
  
 
  2일 째
 
  병원은 도통 나를 냄새나고 시끄러운 6인실에 입원시키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것 같았다. 병원은 자비롭게도 하루에 단돈 50만 원의 1인실 입원을 제안했고, 동시에 다른 2인실, 3인실 그리고 6인실들은 모두 가득 차 있다는 특기할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는 병원 복도에 누워자면 허리에서 나는 피 때문에 병원에 민폐를 끼치리라고 생각하였기에 1인실에 입원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침대에 실린 채로 병실에 들어가자 벽 한 면을 가득히 차지하고 있는 유리창으로 신촌의 야경이 보였다. 신혼여행을 병원 1인실로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벽걸이TV도 걸려 있었지만 아쉽게도 난 TV는 보지 않는다. 입원할 줄 알았으면 읽던 책이나 가져올걸. 개인샤워실과 화장실도 있었지만, 손에 바늘을 꽂고 수액을 몸에 공급받는 상태로 샤워를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묻고 싶었다. 압박붕대 때문에 여전히 화장실은 고통스러웠다. 병원에서 복근을 기를 일이 생기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지속적인 허위 신고시 신고자가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사유를 입력하십시오:

발도장 찍기
김노숙 (2014-01-26 23:22:18 KST)
0↑ ↓0
센스 이미지를 등록해 주세요
이거 읽을만 한가요 쓰는데 재미가 생겨서 계속 써볼까 하는데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4-01-26 23:27:31 KST)
0↑ ↓0
센스 이미지
써보세요!
아이콘 초보토스 (2014-01-27 00:17:18 KST)
0↑ ↓0
센스 이미지
아아 그분이그립습니다
아이콘 Drake (2014-01-27 00:30:38 KST)
0↑ ↓0
센스 이미지
대부분 사실이라는거..
댓글을 등록하려면 로그인 하셔야 합니다. 로그인 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십시오.
롤토체스 TFT - 롤체지지 LoLCHESS.GG
소환사의 협곡부터 칼바람, 우르프까지 - 포로지지 PORO.GG
배그 전적검색은 닥지지(DAK.GG)에서 가능합니다
  • (주)플레이엑스피
  • 대표: 윤석재
  • 사업자등록번호: 406-86-00726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