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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김노숙
작성일 2014-02-05 12:08:21 KST 조회 282
제목
병원 이야기 2화
[다음 내용은 순전히 픽션이며, 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매점에서 간신히 칫솔과 치약을 사들고 올라왔다. 병원 경제는 독특한 독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서, 치약 하나가 삼천 팔백 원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병원에서 파는 치약이 이토록 비싸다는 것은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치과 의사들이 모두 이 치약을 추천했으리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나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치석을 제거할 수 있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자니 너무나 심심하여 고역이었다. 머리는 완전히 기름져 층층이 갈라지는 기적을 보여주었지만 이미 나는 뻔뻔하게 구는 데에 익숙해졌고 주기적으로 출혈을 확인하러 오는 간호사들도 인체에서 발하는 모든 악취에는 이미 충분히 익숙한 것 같았다. 기다릴 것은 식사 뿐이었고 나는 그동안 간호사들에게 허리의 상처와 피에 관련된 재미없는 농담들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때웠다. 일인실의 유리로 된 벽 앞에 서서 신촌 거리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는 것도 그렇게 유쾌하지 못했다.
  지루함은 시간과 나쁜 사이다. 하지만 시간과 좋은 사이지만서도 나에게는 괴로운 것이 찾아왔다. 저녁식사의 메뉴를 기대하며 체크카드로 피부를 긁고 있던 나에게 20시간 만에 보는 의사가 찾아왔다. 지속적인 출혈로 인해 응급한 처치를 요구하는 환자라 20시간 간격으로 찾아온다고 생각하니 특별 대우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검고 하얀 어떤 예술품 같은 필름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나를 반으로 자르면 어떻게 나올지 보여주는 흑백의 CT 사진이었다. 그제서야 몸 속에 뭔가 화끈하게 돌면서 하라는 대로 자세를 취하며 뭔가를 찍던 기억이 났다.
  그녀는 하얗고 검은 어떤 부위를 짚어주면서 내 상태가 어떤지 간략히 설명해줬다. 그러니까 내 상처에서 난 피가 허리 속의 빈 강(Cavity)에 고여 있고, 그 허리 속에 고여 있는 피를 꺼내지 않으면 허리에 검은 자국이 남아 오랜 기간 동안 보기 좋지 않을 것이란 것이었다. 사실 난 목욕탕을 이용하는 사람도 아니고 깊은 관계를 가진 이성이 현재 있는 것도 아니고 남 앞에서 탈의할 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검은 자국이 몇 개월 정도 남든 말든 전혀 상관 없었지만, 나는 의사에게 그녀의 본분을 다하게 두었다.
  그리고 나는 공간 사이의 틈새를 엿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말하자면, 나는 주사 따위로 피를 뽑아내리라고 생각했지 손으로 상처를 쥐어짜서 피를 참기름처럼 짜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듣고도 부분마취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쯤에서 병원의 명예를 위해, 그리고 나의 선의로써, 그들이 내 팔다리를 붙잡고 상처를 쥐어짤 때 쓴 손은 완벽한 절차를 거쳐 소독되어 있었으리라고 확신한다.
  온전히 낫지 않은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붕대를 물들였지만 나는 그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내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고, 그 때의 기억은 다만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것 중 가장 죽음과 가까운 순간이었다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거의 대발작을 일으킨 간질 환자처럼 팔다리를 오므렸고 가련한 인턴은 나를 고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전히 출혈은 멈추지 않았으나 다행히 피를 짜내는 것은 객관적인 기준으로는 금방 끝났다. 나는 오른쪽 침대 시트가 붉게 물든 것을 보고 내가 피를 꽤나 흘렸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방금 전에 내게 극도의 고통을 준 의사는 나의 혈액 검사 결과에서 꽤 큰 출혈로 인한 빈혈이 조금 있지만 수혈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헌혈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벌을 받는 듯 했다. 인턴은 옆에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피곤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녁 식사는 햄버그 스테이크가 나쁘지 않았다. 병원식으로 쓰는 고기면 충분히 고급 고기일 것이고 그렇다면 그것을 다져서 쓰는 것은 매우 영양학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박수를 금할 수 없는 창조적인 행위라고 확신하며 식사했다. 저녁 식사를 먹으며 바깥을 바라보자 신촌거리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따라 조용하게, 그리고 천천히 어둠의 장막을 쓰고 있었다. 아름답고 추한 광경이었다.
  나는 얼마 후 다시 온 의사에게(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에는 공간의 어떤 틈새를 바라 볼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지금 이 행복으로 가득 찬 호텔에서 내가 언제쯤 추방될지 물어보았고, 그녀는 출혈이 멈추는 즉시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아마도 내일이나 모레 쯤일 것이라고 그녀는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이틀 째에는 조금 일찍 잠이 들었다. 사실 1인실에서는 내가 딱히 할만한 것이 주어져 있지 않았다. 옛 로마인들처럼 구토하고 병원식이라도 다시 한 번 먹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만약 그렇게 했다면 의사들이 그렇게 유쾌해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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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숙 (2014-02-05 12:08:3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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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는 자게에 있는데 아무도 댓글을 안 달아서 버게에 올립니다
아이콘 WG완비탄 (2014-02-05 12:16:1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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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게에 올려서 안 달리는게 아니잖음
아이콘 Neoy (2014-02-05 12:17:4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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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잔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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