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미술하면 보통 네가지 반이 있는데 수채화 수묵화 디자인 애니 이렇게 있음
여기서 애니랑 디자인반은 자기가 머릿속에서 완전히 구상한걸 지면으로 옮기는 식임 보통 주제가 주어지면 그거에 맞춰서 구도 짠 다음에 그려내고 뭐 이렇게
내가 직접 해본게 아니라서 정확한건 모르지만 아무튼 얘넨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열심히 렌더링 해내는게 주로 하는 일과입죠
반면 수채화 수묵화는 테이블 위에 정물이 주어지면 대상들 위치만 구성해서 그려내는 것(물론 정물수채화 뿐만 아니라 석고소묘 석고수채화 상황+정물 등등 여러가지 있지만 거기서 거기인데다 요즘엔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정물수채화만 봄 나때는 그러하엿다) 즉 사물을 관찰하고 그걸 종이위에 베껴내는 능력을 주로 기르게 됨니다
물론 애니디자인반 애들이 관찰 모사를 못한다거나 수채수묵하는 애들이 참고할 게 없으면 아예 그림을 그릴 수 없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배우는게 그렇다보니 대체로 그런 경향이 강한 게 사실임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스캔해서 그걸 그리는 것과 머릿속에 미리 입력된 자기식의 정보를 조합하여 그리는 것의 차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은 입학 이후에도 그대로 갖고가게 되는 것들이죠
암튼 나는 정물수채를 그려서 학교를 들어왔는데 과 애들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니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상당히 명백한 애로사항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게 뭐냐면 참고자료 없이 작업이 가능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회화과 혹은 서양화과의 작업과정은 자기 작업주제에 맞게 컨셉과(사실상 말장난) 소재를 정하고 에스키스를 짜서 담당교수님께 확인차 검사를 받은 다음에 캔버스로 옮겨내어 완성하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구상과정과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단계 전반에 걸쳐서 참고작품과 사진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되는데 이는 이제 막 입시를 마치고 들어온 입문자들에겐 사실 당연한 부분이죠 첨부터 진짜 예술작가들마냥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실력향상에 모방과 많은 예시들을 섭렵하는건 당연한 일인데 문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삼사학년으로 넘어가면서 분명 실질적인 작품의 퀄리티는 계속 나아지는데 그것이 정말 미술과 현대미학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수준의 상승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 반복으로 나타나는 형태만 쪼매 다른 입시미술의 연장인지 이 뭐 시발 정신놓고 쓰다보니까 쓸데없는 소리만 존나 길어졌는데 원래 하고싶었던 말이 뭐였냐면
시바 그래도 명색이 그림그리는 놈들인데 사람도 못그려서 어디 쓰겠냐 흑흑
위에서 언급했듯이 수채화반 테크 탄 애들은 보고 그리는건 일도 아닌데 그냥 자기 머릿속에 있는걸 끄집어내는게 어려워서 그거땜에 고생중
요즘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만화처럼도 그려보고 디지털페인팅도 하고 뭐 이것저것 하는 중인데 역시나 잘 안됩니다
아 증말 이래가지곤 안되는데 그림 잘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