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린 그에게 제일 처음 보인 것은, 공중에 둥둥 떠있는 아침 뉴스였다. 귓가에서는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는 가벼운 클래식 음악이 웅웅댔고, 그의 혈압과 당 수치는 손등 위에서 붉게 빛났다. 손바닥을 뒤집자 '저혈당! 아침밥을 꼭 드세요!'라는 문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손을 휘저어 해킹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아침뉴스를 끄고, 취향도 아니던 클래식 음악도 꺼버렸다.
냉장고에서 대충 꺼낸 반찬들로 아침밥상이 채워졌다. 반찬 위에는 각각의 영양소 성분표가 반짝였고, 밥 위에는 총 칼로리와 부족한 영양분에 대한 설명들이 빼곡하게 나타났다. 그가 그런 수치들을 애써 무시하면서 밥을 한두숟갈 떠먹자, 이번엔 하루 권장 칼로리량에서 몇 퍼센트를 섭취했는지 숟가락에 표시된다. 숟가락을 벽에 집어던지자 스트레스 수치가 벽면에 나타나면서 유명한 정신과 병원의 배너들이 그 밑에 나타난다.
생체컴퓨터 이식이 시작된건 오래 전의 일이었다. 뇌에 이식되는 이 컴퓨터는 뇌에 뿌리를 내리고 신체를 컴퓨터로 개조하기 시작한다. 척수는 전파를 받는 안테나의 역활을 맡고, 혈액으로부터 전선을 합성하여 뇌의 모든 부분으로 촘촘한 거미줄 망을 핀다. 결과로 사용자는 눈앞을 컴퓨터 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컴퓨터는 국가적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으로 보급되었고, 그도 보급에 동참한 행렬 중 하나였다. 칩은 정부 보조금과 기기지원비를 포함해서 36개월 할부로 구매한 것이었다. 물론 통신사가 자신에게 비싼 할부요금제를 제시했다는 걸 그가 알아차린 건 조금 다음의 일이었다.
그는 집 바깥으로 나오면서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는 오늘의 습도와 풍향, 강수 확률이 표시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위성사진을 보기 위해 다음 DLC를 구매'라는 문구가 반짝였다.
버스정류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누구하나 버스가 오는 쪽으로 바라보며 버스를 기다리는 이는 없었다. 이미 눈 앞에 도착 예정시간과 자신이 타야 할 버스가 반짝이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을 떼우기 위해 보통 뉴스를 봤다.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만약 임플란트를 안 박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미친놈처럼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겠지. 볼 만한 뉴스는 없었다. 그는 버스정류장 옆에 나있는 작은 풀을 바라본다. 그러자 '민들레'라는 이름이 식물의 위에 팝업된다.
컴퓨터를 이식받은 현대사회의 사람이라면, 모르는 것은 없었다. 단지 눈길을 주는 것 만으로도 대상에 수많은 정보가 눈앞에 들어왔다. 나무의 이름, 지나가는 차량의 스펙, 도시의 오존 농도, 행인이 입은 옷의 가격, 목적지까지 추천되는 대중교통, 가까운 커피 판매점... 뉴스에서는 사회가 모두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특이점에 도달했다며 호들갑을 떨어댔다. 하지만 실상은 불분명한 출처의 정보들도 인터넷으로 흘러들어왔다. 사람들은 지난 3개월간 H2O가 산소라고 표기되어진 자료를 받았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인터넷, 같은 자료를 쓰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그 지식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3개월 후 자료가 원래대로 되돌아오자, 사람들은 자신이 H2O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인터넷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고 심심해서 썼는데 더 쓸 시간이 없는듯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