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포더윈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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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4-08-15 00:23:23 KST | 조회 | 293 |
제목 |
영혼이란 무엇인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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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http://www.playxp.com/sc2/balance/view.php?article_id=5012337
냉동인간 사회적응 교육이 진행된지도 1달이 지났다.
내가 미래에 들어온 지 1달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고, 놀랄 만한 것은 거의 경험한 후였다.
어느정도 제도, 생활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사람 그 자체였다.
"어, 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매 번 들리는 주점의 주인과 제법 사이가 친해진 후였다.
그녀는 젊어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나이는 나보다(물론 내가 '기억하는' 나이로 따졌을 때다) 4살이 많았다.
"네. 조만간 결혼 하거든요."
"아 축하드립니다 이거. 식은 언제 하시나요"
"1주일 후에 잡았어요. 그래도 아들이 바빠서 못 온다는건 역시 그렇네요"
"재혼...이시군요"
"네. 전 남편이 죽어버려서."
나는 귀를 의심했다
"예? 죽어버려요?"
"이틀 전에 죽었거든요."
"재혼? 이틀만에 말입니까? 남편분이 죽었는데?"
그녀는 어깨를 움츠렸다. 가게의 다른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본다.
그제서야 내가 상당히 큰 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그게... 전 남편분에 대한 생각은... 슬픔이나.... 어떻게... 아니..."
"왜 생각해요... 왜... 다... 다 있잖아요..."
그녀가 나에게서 조금씩 물러난다.
"당신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머리가 어떻게 되버리셨네요. 왜, 왜 사라지지 않는데, 영혼에 다 있잖아요. 죽은게 뭐가 슬퍼요? 뭐가 사라지는데요..."
"전 남편분은... 이제 당신에게... 의미가... 저기 제 말은..."
"...됐어요. 나가주세요. 더 이상 오지 말아주세요"
"저기 제가..."
"나가주세요!"
"맥주."
- 검색 결과가 너무 많습니다. -
"맥주 임마 아무거나"
- 맥주 & 임마 & 아무거나의 검색 결과는 0건입니다-
"기네스 개새끼야"
- 기네스 & 개새끼야의 검색 결과는... -
"넌 새꺄 매춘하는 로봇 AI보다 멍청하냐 어떻게된게. 그러고도 니가 최첨단이야? 어? 미래냐고 이 개새끼야"
기계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오늘, 자주 갔던 주점에서 쫓겨났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더 이상 죽음은 사람을 지우지 않았다.
인생을 담아버리는 칩 아래에서 사람들은 망각에서 해방되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자기네들이 잊어버린 것들이 망각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 모양이었다.
정신적인 것들은 분석되었고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는 이 미래는, 분석의 정점에 서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 이상 반박할 수 없다고 믿어지는 특정한 믿음을 공유하는 집단적 병적 증세에 가까웠다.
이 사회는 다른 의미로 병들어있었다.
그때, 침묵에 젖어있던 음료수 기계가 말하기 시작했다.
"넌 & 새꺄 & 매춘하는 & 로봇 & AI보다 & 멍청하냐 & 어떻게된게 &..."
* * *
우리, 냉동인간들은 종종 권력자들에게 초청받기도 했다.
아마도 국가가 진행한 해동인 만큼, 우리하기 이렇게 관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모양이었다.
다들 자상하고 인자한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 시대는 확실히 잃은 것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또다른 의도를 가리는 가면같은 표정을 눈치채는 솜씨도 없어진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그 가면을 쓰는 본인들도 들켜본 적이 없기에, 이렇게 티나게 굳은 미소를 내고 있을 것이었다.
이곳 저곳에 끌려다니던 나날의 어느 날이었다.
"고객님! 고객님 들으셨어요? 이번엔 유진님이 당신들을 부르셨대요!"
정기검진을 온 그녀는 호들갑을 떨었다. 현관부터 침대까지 오면서 들을 수 있는 감탄사는 전부 들은 듯 했다.
그녀는 센서를 붙이면서도 말을 그치지 않았다.
"아, 유진님은요, 그, 대단하신 분이에요. 아 이건 말했었지. 영혼을 개발하신 분이에요!"
"영혼을? 그 칩을?"
"네 맞아요. 칩이 아니라 영혼이지만. 어쨌든요, 부르셨대요. 냉동인간 분들을. 정말 진짜 대단하지않아요??"
그 와중에도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제대로 수치를 적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게 대단한건가."
"당연하죠! 왜 아니겠어요? 이 시대의 한 획을 긋고 사람들의 공포를 해방시킨 분이잖아요!"
이야기는 그녀가 나가는 순간까지도 계속되었다.
"곧 연락이 올거에요. 갔다오시면 저한테도 꼭 말씀해주셔야돼요! 꼭이에요!"
현관의 불이 꺼졌다.
결국은 최고 권력자의 초청까지 받게 되었다.
나는 어느정도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미친 세상을 개발해낸 사람. 존경받아 마지않는 사람.
그 사람은 이 미친 세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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