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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더윈터
작성일 2014-08-17 19:52:53 KST 조회 144
제목
영혼이란 무엇인가 (3)

1편: http://www.playxp.com/sc2/balance/view.php?article_id=5012337

2편: http://www.playxp.com/sc2/balance/view.php?article_id=5013541



내가 냉동인간이었다는 걸 이야기하면, 미래인들의 질문은 여러가지였지만

그 중에서도 '다른 냉동인간들과는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한 질문이 은근히 있었다.

아마도 우리를 보호 구역에 있는 결속력이 강한 소수 인디언 민족쯤으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배타적이었다.


미래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과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거를 연상시키는 냉동인간들을 만나지 않았다.

미래를 거부한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자아라고 생각했다. 이 부류가 냉동인간을 만나지 않는 이유는 조금 특이한데,

상대의 과거가 자신이 생각하는 과거와 다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자신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순수성을 위해 은장도를 들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왜, 이런, 이야기를, 했냐.


사람들에게 '최고지도자'로 불리는 유진을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회사에 왔을 때였다.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올린 비서가 내 길을 안내하기 위해 나와있었다.

그런데, 나 말고 다른 '냉동인간'은 없었다.


나는 비서를 따라 회사 안쪽으로 따라들어갔다.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습니까?"

"다른 분들은 어제 오셨다 가셨습니다."


엘리베이터는 40층에서 멈췄다.


"유진님께서 박민수씨는 따로 보고싶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쭉 가시면 됩니다."


비서는 내가 뭔가 물어볼 새도 없이 돌아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기라도 할 걸 싶었다.


나는 최고지도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백발에, 딱딱하고, 타협이 없는 노인네.

그런 노인과 한 방에서 이야기를 나눌 생각에 벌써부터 숨이 막혀왔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방이 아니었다. 도시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직원용 카페였다.

카페에는 카운터를 보는 직원과, 단 한 명의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이 유진일 것이었다.

백발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열 다섯살 정도의 남자애였다.


"아, 처음뵙겠습니다. 유진이라고 해요."

나는 얼떨결에 그와 악수를 했다.


"마실 건 커피면 되나요?"
"저는... 커피 안 마십니다. 물로 주셨으면 합니다."

"에이, 너무 격식 차리시는거 아니에요? 저, 여기 물 한잔 주세요"


그는 양 손으로 커피잔을 잡고, 입김을 몇 차례 불어넣고 나서야 한 모금을 마셨다.

별 할 일 없이 그 모습을 뻔히 바라보았다. 유진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저를 보고서도 그다지 놀라지 않으시네요."

"조금은 놀랐습니다. 백발의 노인이 앉아 계실 줄 알았는데"

"예. 맞아요. 한... 네 번 정도 그랬었네요. 지금은 이렇지만."


그는 양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래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일단은 설명부터 해드릴게요. 왜, 혼자, 불렀는지."

"어... 예. 많이 궁굼했습니다."

"별다른건 없어요. 당신이 가장 나를 무미건조하게 만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무슨 말을 꺼낼 지 꽤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긴장한 게 티가 안 났나 싶었지만


"긴장에서 떠나서요. 유민정 양이 절 만난다는 소식을 전했을때 반응은 두 부류였습니다."

그는 내 눈앞에 손가락을 두개 펼쳐보였다.

"하나는 당장이라도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하나는 참석을 거부하겠다고 하는 사람들.

 하지만 당신은 달랐어요. 무미건조하게 싫지도, 좋지도 않게 반응했죠."


그녀를 이용해 우리를 파악했던 모양이었다.

"꼭 그녀를 이용한건 아니에요. 아시겠지만 그녀는 자기가 아는 건 주위에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라서. 나쁘게 생각하진 말아주세요."

"들켰네요. 그렇게 생각할 뻔 했습니다."

유진은 꼬맹이답게 웃었다.

"아, 죄송해요. 다른 분 생각을 추측하는건 나쁜 짓인데. 그리고 정작 중요한 건 추측도 못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정말, 물어보고 싶은, 부분인데."


순간, 공기가 무겁게 짓눌러앉는게 느껴졌다.


"박민수씨, 사회에서 영혼이라는 종양을 도려내볼 생각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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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옐로오커 (2014-08-17 20:01:0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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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단정하게 틀어올린 비서가 취향2인가 보군요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4-08-17 20:11:1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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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타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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