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에 베를린을 다녀왔다. 장벽이 아무 의미없다고 선언된지 몇 주 뒤였다. 어떤 옛날 일 때문에 나는 그곳에 다녀와야했고 인사과에서도 그 정도 비용은 기꺼이 대주었다. 결국 나는 베를린에 공식적으로 배치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상당히 자주 베를린을 방문했다. 우리 구닥다리 냉전의 용사들에게 베를린 방문은 마치 우리의 근원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어느 축축한 오후, 나는 알 수 없는 자들의 벽이란 장엄한 이름으로 알려진, 작고 더러운 울타리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 울타리는 60년대에 탈출하려다가 죽은 이들을 기리는 장소였다. 그들 중 몇몇은 미리 이름을 알리는 혜안을 가지지 못했다. 나는 대부분이 여성인, 촤한 동독인들과 함께 서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십자가에 적힌 문자들을 자세히 보고있다는 걸 깨달았다. 1965년, 어느어느날 총에 맞아 죽은 신원미상, 이런 문구를. 그들은 날짜와 같은, 그나마 알고 있는 작은 단서들을 맞춰보고 있었다.
그 사람들이 11시에 자유를 향해 달려가다 실패한 벤의 요원들 중 한 명을 찾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역겨운 생각이 나를 덮쳤다. 돌이켜보면, 이제는 우리 서방 연합국이 아닌 동독 스스로가 그 요원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있었다는 점이 나를 더욱 당혹스럽게 했다.
그 기념물은 이제 없어졌다. 어쩌면 어느 박물관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장벽이 조각조각 무너져내려 팔려나갔을 때 그 기념물도 무너졌다. 내게 그 사실은 인간의 일관성이란 얼마나 변하기 쉬운가에 대한 매우 적절한 예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