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XP

서브 메뉴

Page. 1 / 5878 [내 메뉴에 추가]
글쓰기
작성자 포더윈터
작성일 2014-11-26 11:26:15 KST 조회 139
제목
리와인드 아미 클락




"야 씨발 조냐?"


내가 눈을 뜬 곳은 운전병 대기실의 구석이었다. 익숙한 풍경과 이젠 볼 수 없었던 얼굴들이 나를 심각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내 가슴팍과 모자에는 줄 하나만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예비군 약장은 온데간데 없었다.


나는 제대해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버스에서 잠들었을 때였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욕설과, 동기들의 한심하다는 눈빛에 나는 다시 다리를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처음엔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날짜가 지날수록 시간을 거슬러 올라왔다는게 명확해졌다

봤던 뉴스가 그대로 보였고, 혹시 싶었던 대형사고들이 다시금 뉴스에 나오기 시작했다.

3일이 지나야 나오는 구체적인 생존 숫자같은걸 말한다고 딱히 군생활이 일찍 끝날것 같진 않았다.


나는 우리 부대를 갈아엎기로 했다.


내가 상병이 막 될 무렵에서야 알게 됐던 신고방법들을 써먹기로 했다.

내 동기가 병장때 어깨빵을 쳤다는 이유로 영창에 끌려갔었던 때가 기억났다.


3일 후 신고는 자연스럽게 처리됐다.

감찰실장이 교육의 목적으로 부대에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나와 내 동기들, 그리고 맞선임은 사람이 한적한 곳에서 감찰실장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감찰실장은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내용을 다 알고 있었다. 알게모르게 들려오는 소문들을 거진 알고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너네들이 신고를 안 하면 우리도 먼저 손을 쓸 수가 없는거야... 감찰 실장은 그렇게 말했다.


부대는 뒤집어졌다. 감찰실장은 알았지만 장교와 부대장은 전혀 보고받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심지어 같은 반에 있으면서도 몰랐던 사람들이 있었다.

솔직히 나도 그랬듯이, 나한테 갈구던게 끝나면 관심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하루는 상병 한 명이 나에게 찾아왔다. 전주 이씨라서 항상 전주와 얽혔던 그 사람이었다.

너네가 그런 일을 당하는 줄 몰랐다. 나한테하던게 끝나서 난 걔네들이 만족했다고 생각했고, 정말 미안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 사람의 성격을 잘 알았다.

성선설이 있다면 이 사람이 근거로 제시되어도 좋았다.

그가 병장을 달았을 때는 길거리에서 쓰러진 임신부를 도왔었다.

그는 제대 며칠 전 선로에 빠진 아저씨를 구했다.


단지 권력구도 안에서 모른척 했다고만 생각했었던 나에게는 애지간히 충격이었다.

사람은, 모르는 부분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채워버리는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조사는 끝났고 상병 5호봉, 병장 1,2호봉의 라인에서 4명의 만기영창 처분이 나왔다.

내가 전역하기 전, 부대를 돌아보면서 느꼈던 그런 분위기가 다시 생겨나고 있었다.

영창때문에 있는 일이라면 사람이 줄어서 운전의 양이 조금 많아졌다는 것 뿐이었다.

그들이 갔어야 할 운행은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3일이 지났다. 그 날은 안개가 조금 자욱했고, 나는 이유모를 불안감으로 아침에 눈을 떴다.


"원래 가려던 애가 영창을 가버려서 이상병 자네가 가야겠는데"

"예 그럼 제가 갔다오겠습니다"



나는 그가 나가는걸 붙잡았어야 했다.


그 날은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고참이 사고로 병원에 들어가는 날이었다.

좁아진 가시거리에서 과속하던 차량을 피하다가 난간을 들이받고 아래쪽 도로로 떨어진 사건이었다.


하지만 내가 말한다고 해서 들어줄까?

차 점검 결과는 이상이 없었다. 으레 하는 운전자 교육에는 대리 싸인이 끝나있었다.

반장님, 이 날씨는 위험하므로 차를 돌려야 합니다, 하고 말해야했을까.

옆에 타고있는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서 차를 세우라고 해야됐을까.

어쩌면 내가 알던것과는 조금은 다른 운명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사고가 났던, 안개가 걷히기 직전의 그 시간이었다.

반장은 전화를 받았다.

차 키를 들었다.

우리에게 아무 말도 없이 사무실을 나갔다.


대대장의 묵념 구호에 나는 평소보다 고개를 깊게 숙였다.

손톱으로 손바닥을 아프도록 짓눌렀다. 


어깨가 떨리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저기요 종점이에요. 이봐요 아저씨"


버스 기사는 부스스하게 일어나는 나에게 짜증섞인 말투를 썼다.

꿈이었을까, 싶기도 했지만 나는 어딘가 다른 세계를 갔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종종 아직도 이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한다

사실 시작은 '꿈이 아닌 것 같은'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모두에게는 꿈이었다.


나도 꿈이었으면,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처럼, 단지 꿈으로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지속적인 허위 신고시 신고자가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사유를 입력하십시오:

발도장 찍기
아이콘 파스타 (2014-11-26 13:01:23 KST)
0↑ ↓0
센스 이미지
군대는 남자를 소녀로 만들곤 한다
댓글을 등록하려면 로그인 하셔야 합니다. 로그인 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십시오.
롤토체스 TFT - 롤체지지 LoLCHESS.GG
소환사의 협곡부터 칼바람, 우르프까지 - 포로지지 PORO.GG
배그 전적검색은 닥지지(DAK.GG)에서 가능합니다
  • (주)플레이엑스피
  • 대표: 윤석재
  • 사업자등록번호: 406-86-00726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