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엔 세상을 구했다

엄밀히 말하면 세상이 폭발한 건데 왠지 구한듯한 느낌이니 그렇다 치고

인간들이 전쟁을 하고 폭탄이 터지고 미사일 날아오고 굉장히 두근두근한 상황이었는데

인간들은 어째선지 탑으로 모여들었음 아주 높고 아주 거대한 전망대로

적국의 용병들도 민간인을 사살하러 올라오는데

포탄이 영 좋지 못한 곳을 관통했는지 탑이 막 흔들리는 거야 아이구 세상에

탑이 무너지려는 찰나에 어떤 용병이 소리를 질렀어 진짜 용병인지는 모르겠지만

PRESS RECALL! PRESS RECALL!

그래서 보니까 버튼 하나씩 달린 리모컨 두 개가 나한테 있더라 한쪽은 PRESS 한쪽은 RECALL

그래서 순서대로 눌렀더니 세상이 터짐

아니 말그대로 우주가 막 쿵짝쿵짝 붕괴하더니 순위표가 뜸

2위를 했는데 이니셜을 남기래 보니까 1위도 나야 2위 밑으로는 아무도 없고

그리고... 세상이 그냥 전자오락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충격 받아 잠에서 깸

깨고 나서 이 헛짓거리를 두번이나 했었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나서

일단 뭐 좀 먹고 싶은데

2위 밑으로 누군가 있었으면 좀 더 보람찼을텐데

그러니까 마치... 검은 닌텐도에서 탈출하는 느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