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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5-09-17 15:24:26 KST 조회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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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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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별이는 앵글로색슨 혼혈이었다. 그녀의 얼굴 골격은 한국인의 그것과 비슷했지만 안구가 파란색이었다. 피부가 하얬다. 그녀의 체취도 한국인과는 살짝 달랐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밖에서 그녀는 언제나 향수를 뿌리고 다니긴 했다. 은별이는 검은 머리를 허리 아래까지 길렀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젊어서 윤기가 나고 찰랑거렸다. 그리고 산들바람에 요람을 탈 정도로 가볍기도 했다.

 

은별이 아버지는 교수다. 어느 과 교수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영문학?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의 아들딸들이 으레 그렇듯이 그녀도 중산층 특유의 세련된 학구열로 다듬어졌다. 그애는 셰익스피어를 읽었다. 찰스 디킨스도 읽었다. 하지만 그애가 가장 좋아하는 건 도스토예프스키였다. 그애는 영어로 쓰인 양장본 죄와 벌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 시리즈를 자랑으로 여겼다. 물론 도스토예프스키의 원문은 모두 러시아어로 쓰였을 것이다. 언어의 장막을 걸러 투영된 짝사랑. 그 양장본은 일생의 절반을 은별이의 도톰한 겨드랑이 사이에 끼여 있었다. 그 가죽 표지 어딘가에는 그녀의, 향수로 채색되지 않은, 진짜 살코기의 냄새가 베어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장막을 투영해 걸러진 사랑일 뿐이다.

 

나는 은별이, 그녀를 열다섯때부터 사랑했다. 열다섯의 나는 열병이 나서 척추가 한껏 달궈져 있었다. 풀무불같은 그 열이 내 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나는 초경을 앓았다. 작고 검은 핏덩이들을 내 배 아래로 쏟아내면서 은별이를 향한 내 사랑이 시작됐다. 내가 열다섯이었을 때 은별이는 열셋이었다. 영국 나이로. 그래도 우리는 친구였다. 열셋의 은별이는 중성이었다. 열셋의 몸은 말라서 허리 위로 우툴두툴한 갈빗대의 개수를 셀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애의 가슴은 여린 목덜미에서부터 이어졌다. 나는 그 가슴을 사랑했을까.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행위는, 자신에게 결여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본능이라고 했다. 나는 은별이에게서, 내게 결여된 무엇을 보았을까. 은별이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충족된 사람으로 보였다. 그애는 영특했다. 은별이는 생각이 기민하면서도 깊어서 동년배의 누구도 따라오지 못했다. 해가 지날수록 은별이 몸에는 근육과 지방이 붙었다. 열다섯의 은별이는 혈기가 달아올라 공격적이었다. 그애가 스매시를 내려꽂으면 가장 억센 남자애들도 받아내지 못했다. 열일곱의 은별이는 관능적이었다. 다리는 암사슴처럼 날렵하고 튼튼했다. 하얀 가슴은 익은 과실처럼 동그란 모양이었고, 허리는 오목했다. 그애는 걸으면서, 거의 본능적으로 나른한 살쾡이같은 모양새를 냈다. 사랑이 자신에게는 결여된 무언가를 찾기 위한 행위라면, 은별이는 자웅동체여야만 했다. 그 애는 세상에게서 가져올 수 있는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애는 영원히 사랑을 모를 터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그러니까 열다섯때부터 사랑을 알았다. 검은 핏덩이들을 아랫배로 토해낸 뒤에 공허해진 생식기의 시림을, 원통할 정도로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사내애들에게 끌리지 않았다. 열다섯의 사내애들은 더이상 중성이 아니었다. 열셋의 은별이만이 중성이었다. 하지만 온전한 여자를 받아들인 열일곱의 은별이도 나는 사랑했다. 나는 은별이를 중성이라서, 어린 그녀의 몸 안에서 아직 도태되지 않은 사내애에게 끌린다고 줄곧 생각해 왔었는데. 그렇다면 내게 결여된 것은 여성이었을까? 내 몸은 여자가 아니었던가? 열아홉의 나는 그런 의문에 시달릴 때가 많았다. 나는 이따금 내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꿈 속에서조차도 내 아랫배에서 성기가 자라났던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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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정신병자DIO (2015-09-17 17:00:2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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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감정이 든다...
아이콘 돈두댓 (2015-09-17 17:40:0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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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거 아무거나 더 올려보삼
아이콘 돈두댓 (2015-09-17 17:46:0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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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근데 이제 민간러?
로코코 (2015-09-17 18:13:0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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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논이죠!
아이콘 [D.K] (2015-09-17 18:19:4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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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러니까 이건 에어버스 모에화 팬픽이다... 이말이죠?
아이콘 WG완비탄 (2015-09-17 19:57:2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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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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