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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젖소왕가몬
작성일 2015-12-10 23:44:08 KST 조회 519
제목
2100년 버게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먼 미래의 2100년.

 

5년차 베테랑 버게유저인 A군은 기분나쁠 정도로 숨을 헐떡거리며, 자신의 사랑스런 아내를 당당히 버게에 인증하는데 성공한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A군의 '아내'는 최첨단 인공지능이 탑재된 수인(獸人)형 와이프 로봇으로, 2100년의 넷상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수인 캐릭터들과 외형상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녀는 수인형 와이프 로봇 중에서도, A군이 가장 좋아하는 사막여우 인간이었다.(※이 문장은 실존 인물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 실체가 로봇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보드라운 주홍빛 털결,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와 따스한 피부, 매끄럽게 뻗어져 나온 주둥이, 그리고 복실복실한 꼬리까지.... 그 따듯한 이미지와 대비되는 차가운 공장에서 또다른 로봇에 의해 디자인에 맞게 조립되고 대량생산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A군에게 있어 그녀는 너무나도 이상적인 신부감이었다. A군은 자신의 전자 아내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덧글이 달리기만을 기다린다.

 

21세기가 시작되고 혼인률이 급감함으로 인해 사랑 고갈이라는 대형 위기에 빠진 인류였지만, 그의 아내와 같은 수많은 인공지능 배우자 로봇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다시금 평화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공돌이들이 이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희생되어 왔다. 그들의 끊임없는 숭고한 희생과,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온 사카모토 도우테이 교수(향년 73세)의 혼신을 다한 연구 끝에, 인류 최고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배우자 로봇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사카모토 교수는 자신의 이상형을 완성하는 영광스러운 순간, 기쁨에 찬 나머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 덕분에 자신만의 이상적인 배우자를 얻은 사람들은 더 이상 외로움에 빠져 스스로의 삶에서 퇴장하는 길을 택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희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A군은 그저 자신의 에로스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자신만의 아내를 구매했다. A군은 놀라울 정도로 그 충동적이며 생물학적 본능에 가득찬 선택을 하기 위해 열심히 모았던 적금을 깨버렸다. 물론, 여기에 그가 공군에 3년 간 복무하면서 벌어들인 금액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 액수가 인류의 위대한 업적의 결과물을 구매하기에는 너무나 적었으며, 현존하는 세계 최장수 게임이라 불리우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66번째 확장팩 '판다리아의 양조군주들'을 결제하는 데에 다 써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는 와이프 자랑글을 올린 후 덧글이 달릴 기미가 영 보이지 않자, 이내 지루함을 느끼며 버릇처럼 다른 게시글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얼마전에 촉수(형태의 와이프 로봇)와 결혼한 머저리 녀석의 글을 읽어보기 시작한다. 사진 속의 그 머저리 친구는 반-나체 상태를 하곤 혐오스러운 보랏빛 촉수들에 칭칭 얽매인채, 광기와도 가까운 표정으로 절정에 빠져있었다. 21세기 초반의 미개한 인류였다면 스스로 어떻게 그 사진을 촬영할 수 있냐며 의심할 사람들도 있었으리라. 다행히 그 사진은 2100년쯤는 이미 상용화되어 일반 가전제품 형태로 출시되어 있을, 소유자의 뇌파를 인식해 자동으로 원하는 사진을 찍어주는 카메라 장치로 찍은 것이었다.

 

홀로그램 모니터 속에 비춰진 그 모습은 정말 역겨웠지만,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는 사진 속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A군은 자신도 모르게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와도 같은 흐뭇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덧글창에는 '히ㅡ익, 촉수물 극혐'이라고 적어줌으로써 5년차 베테랑 버게이다운 솜씨를 발휘했다. 여긴 버빵 게시판이다. 남의 취향을 비꼬는 것은 미덕이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글을 보자, 그 머저리같은 촉수 애호가 놈이 '히익 닝겐 소름... 아내가 아깝네! ㅉㅉ... 남편 극혐 ㅇㅈ? ㅇ ㅇㅈ' 이라고 덧글을 쓴 것이 보였다. (참고로 이 문체는 2100년경엔 노인들이 자주 사용하며, 젊은이들에게 구닥다리로 평가받는 '급식할배체'이다.) 그 덧글을 본 A군은 순간 울컥 하였으나, 이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남들이 바라지도 않을 자신의 아내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렇게 A군이 즐겁게 버빵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홀로그램 화면과의 무의미한 교류를 계속한지 3시간, 어느덧 밤이 다가와있었다. 그는 조용히 모니터 화면을 OFF로 설정하고, 자신의 침대에서 충전중인 아내의 둔부를 바라보았다. 그의 뇌하수체에서 엔돌핀이 분비되고 하반신에서 혈류의 흐름이 급박해지는 것을 느끼며, A군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오늘 밤에 있을 즐거운 파티에 대해 상상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2100년에도 버게 탭은 여전히 자게와 함께 좌측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그것은 위대하신 니오스 3세의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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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 글을 재탕해 보았다. 또 무언가 써보고 싶다. 이딴 글보단 더 병ㅅ같은 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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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 아이콘 Gehennas (2015-12-10 23:48:5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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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이 눈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파괴된 수정체였다
아이콘 WG완비탄 (2015-12-10 23:47:2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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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감동한 나머지 나는 그만 눈물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이콘 Gehennas (2015-12-10 23:48:56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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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이 눈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파괴된 수정체였다
로코코 (2015-12-10 23:51:5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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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ㅊ
아이콘 어그로중독자 (2015-12-10 23:53:20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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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
아이콘 [D.K] (2015-12-10 23:53:5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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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 더 늦게 태어났으면 엉엉
포더윈터 (2015-12-11 00:06:1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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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운영자 세습제라니 어찌 알았겠는가
S고지라식 (2015-12-11 11:18:3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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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나는 감당할 수 없어 이런 미래를!
아이콘 얼음덕후노메 (2015-12-11 13:55:54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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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 세습이라니 이거 완전...
아이콘 산백합 (2015-12-11 16:10:17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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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래는 감당할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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