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XP

서브 메뉴

Page. 532 / 5878 [내 메뉴에 추가]
글쓰기
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5-12-25 02:21:35 KST 조회 480
첨부
제목
넥타이 매고 싶다
파일포켓 이미지

나는 중학교 들어가서 처음 넥타이를 맸다. 우리 학교 교복에는 넥타이가 있었다. 그때 나는 막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목젖이 바짝 눌릴 때까지 넥타이 끈을 조여 매곤 했다. 그렇게 해야하는 줄로만 알았다.

 

고등학생 때는 넥타이를 거의 매지 않았다. 매더라도 등교 시간 잠깐이었다. 언제나 넥타이를 느슨하게 맞춰 가슴팍 언저리에서 덜렁거리게 하고 다니거나, 아님 그냥 벗고 다녔다. 내 친구들도 다 그렇게 했다. 그땐 그게 멋인 줄 알았다.

 

졸업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넥타이를 매본 적이 없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나는 정장을 싫어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 마음 속에서 정장은 어른의 옷이었고 사회인의 갑옷이었다. 나는 사회인이 되기를 염원한 적이 없다. 어른이 되는 것은 더욱 싫었다. 어른은 삶이라는 광대한 망망대해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좁은 급류였다. 그 너머의 바다는 내게 너무 멀었다.

 

의식적으로 어른을 멀리 하기로 마음 먹은 덕분에, 나는 어른이라는 종족을 기이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그들의 환경, 그들의 생태, 그 모든 것이 내게 이질적으로 다가왔으며, 그래서 너무 '섹시' 했다. 나는 언제나 내 몸 사이즈보다 훨씬 넉넉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다니며, 언젠가 내게 부과될 모든 의무들과 결사항전을 벌일 것처럼 사는데, 나와 같은 토양을 공유하는 무리들 중에 이 짐을 묵묵히 견디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녀는 출근할 때 언제나 넥타이를 맸다. 나와는 나이가 3살 차이가 났다. 나는 그녀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를 '섹시' 하다고 느끼지 않았을 거다. 그녀가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지 않았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마르크스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결여됨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내게서 결여를 찾을 수 없다면, 스스로를 조각 내어서라도 빈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곳을 채워주길 바랬다. 주체할 수 없는, 그 뿌리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이 피학적 성향.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넥타이를 매고 싶다.

지속적인 허위 신고시 신고자가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신고 사유를 입력하십시오:

발도장 찍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등록하려면 로그인 하셔야 합니다. 로그인 하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십시오.
롤토체스 TFT - 롤체지지 LoLCHESS.GG
소환사의 협곡부터 칼바람, 우르프까지 - 포로지지 PORO.GG
배그 전적검색은 닥지지(DAK.GG)에서 가능합니다
  • (주)플레이엑스피
  • 대표: 윤석재
  • 사업자등록번호: 406-86-00726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