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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이콘 로코코
작성일 2015-12-25 02:52:35 KST 조회 496
제목
조개껍데기 줍는 남자

패각, 이라는 말보다는 조개껍데기가 좋다.

조개껍데기는 미처 뜯어내지 못한 조갯살이 별처럼 붙어있는 굴색 우주의 단면.(*빅토르 위고의 시에서 같은 표현이 나옴을 알려둠)

그리고 아내와 딸아이가 있던 소년 피천득이 해변가를 거닐며 주웠던 소중한 보물상자.

 

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욕심을 좀 더 낸다면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전성기 이문열 수준만 되어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가가 되지 못한다면 문장가가 되고 싶었다. 문장가는 문장을 측량하는 언어의 공학자다. 여기에는 비유법이, 여기는 직설적으로, 하지만 이 문구는 차라리 에세이처럼 처리하는 게 낫겠습니다. 알레고리를 좀 덧붙여서요. 보세요, <사람의 아들>이 탄생했죠.

 

피천득, 그리고 피천득이 주웠던 조개껍데기를 생각한다. 그 어린 소년이 엄지로 껍데기 안쪽을 훑으면, 미끌거리는 살코기가 포근하게 입을 맞춰준다. 우주와의 접경. 하지만 피천득은 으스대지 않지. 그 사람은 어여쁜 영국 소녀 배우들의 이름을 수첩에 적기로 한다.

 

나는 문장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문장가가 되지 못한다면 조개껍데기 줍는 남자가 되는 것도 좋다. 수십만년 걸쳐 바닷물에 녹아내린 조개껍데기들의 수프가 뽀얀 포말이 되어 밀려오는 해변에 발을 담근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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