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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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2-19 21:42:10 KST | 조회 | 7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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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오스, 그의 땅에서, 이처럼 장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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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이 온통 쓰레기더미였다. 내 양 옆으로는 포장마차 수레들이 즐비했고, 수레 위에는 이상한 국물이 가득 담긴 양철통이 올려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지독한 건 그 국물에서 풍기는 지독한 냄새였다.
나는 몸부림쳤다. 팔과 다리가 꽁꽁 묶여 있었다. 한껏 몸을 뒤틀다가 중심을 잃고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건조한 흙먼지가 기관지를 간질였다. 기침이 나온다.
"정신이 드나?"
목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갑자기 정강이 쪽에서 시큰한 고통이 몰려들었다. 나는 허리를 한껏 휘며 고통에 소리질렀다. 그리고 재갈이 내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가 정강이를 계속 짓밟았다. 이 묵직하고도 싸늘한 감각으로 보건대 징 박힌 구둣발인 듯 했다.
"너희 고급 레스토랑 부르주아들은 너무 엄살이 심해. 그래서 이렇게 고통을 되새겨줘야 하지."
땅바닥에 뺨을 기대고 누웠다. 시야가 아찔해졌다. 눈물 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느껴진다. 침 때문에 축축해진 모래 바닥 모양새가 꼭 오래된 재생지에 핀 곰팡이 같았다.
별안간 억센 손이 내 어깨를 붙잡고, 강제로 내 상반신을 일으킨다. 강인하게 생긴 갈색 머리칼의 남자 얼굴이 날 응시하고 있었다. 남자는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쏟아져나올 것만 같은 거대한 치아를 드러내보이며 으르렁 거린다.
"내가 기억나나?"
나는 고개를 되도록 천천히 가로젓는다. 예상대로 내 머리가 다시 정면으로 되돌아오기 전에 남자의 주먹이 내 뺨을 후려친다. 시야가 뒤틀리며 입 안 어디선가 울칵 피맛이 돈다.
"이제는 기억나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입에 재갈이 물렸으니 당연하다.) 주먹이 내 턱 위로 솟구쳐올랐다. 뭔가를 물고 있지 않았더라면 분명 치아가 모조리 으스러졌을 거다. 내 몸이 뒤로 고꾸라지는 걸 느꼈다. 탁한 잿빛 하늘이 보인다.
"나는 네가 죽인 모든 분식집 캐릭터들의 원한이다."
남자가 말한다. 나는...나는, 하늘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꾸물거리는 아득한 점을 보고 있다. 그 점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남자는 계속 말한다.
"우리가 원하는 건...한낱 카피캣으로 큰 중소기업도 MMO게임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뿐이었어. 하지만 네가 망쳤어. 거대 기업의 끄나풀일 뿐인 네가 모든 걸 망쳤다. 그리고 넌 그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점의 윤곽이 선명하게 보인다. 철갑을 덧댄 풍뎅이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날개 위에는 푸른 띠가 감도는 융합로가 얹혀져 있고, 꽁무니로 분사하는 청명한 불꽃 꼬리가 위압적이다. 우레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싹 쓸어버려, 맷.]
오렌지색 빛덩어리가 우박처럼 쏟아져내리기 시작한다. 더러운 분식집 포장마차를 날려버리고, 쓰레기더미를 불태우며 천천히 그 파괴적인 그림자를 내 머리 위에 드리운다. 남자는 말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는 전투순양함-히페리온의 거대한 자태와 비교하면 너무나 무력해 보인다.
"거기까지다. 이 나쁜 놈."
짐 레이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내 몸의 속박을 풀어주었다. 나는 일어서서 나를 구하러 온 사람들을 돌아본다. 짐 레이너, 스랄, 켈타스, 레오릭 왕, 리 밍, 리리, 실바나스 여왕까지...그들은 이름만 들어도 온 몸에 전율이 끊이지 않을 전설적인 무기들로 남자를 겨누고 있다.
레이너가 말한다.
"의미 없는 저항은 멈춰라. 롤지스탕스 HQ는 이미 분쇄됐어."
"저항? 저항이라고?"
남자가 으르렁거린다. 그의 두 손에 거대한 강철검이 쥐어져 있다.
"MMO의 황제는 저항하지 않아...명령할 뿐이다. 데마시아!"
순간, 폭풍의 영웅들이 일제히 무기를 발사한다. 노랗거나 초록색이거나 붉은 탄두들이 뿜어져 나가 순식간에 남자의 몸을 토막냈다. 레이너는 데굴데굴 굴러가는 남자의 머리통을 노리고 그 이름도 유명한 천공탄을 발사했다. 단 한 발에 남자의 머리가 산산조각났다.
"이봐, 형씨. 괜찮아?"
레이너가 내게 물었다. 나는 손목을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저리는 것 빼고는 아무 문제 없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 어떻게 저를 알고 여길..."
"하하하. 이 사람이, 농담도. 우리 고급 레스토랑은 한 번 다녀간 손님을 절대 내버려두지 않아. 잊었나?"
그 순간, 아주 오래 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시식회때 모하임 CEO가 했던 연설이 떠올랐다.
<블리자드의 모든 메뉴는 평생 서비스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 어떤 게임도 뒤에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영원히 게이머들과 함께 할 겁니다.>
"세상에...그게 사실이었어...!"
"이봐, 친구."
레이너가 가우스 총을 슈트 뒤의 자동 패널에 부착하며 말했다.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라고."
그렇다.
이제는 당신의 차례입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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