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로코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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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3-30 20:44:20 KST | 조회 | 3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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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들을 암살자로 만드는 게 정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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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들이 과학자, 소설가, 배우, 운동선수, 교사가 되길 원한다면 어떡하지?
물론 전세계와 맞서는 내 자유의 조직의 투사가 되기 위해선 다방면의 지식을 쌓아야 한다. 나의 투쟁은 인류 문명의 전방위를 전선으로 삼기 때문이다. 철학과 논리로 맞서는 사상전부터 ECM과 ECCM이 난무하는 전자전, 그리고 재래식 전력으로 겨루는 첨예한 군사 전략에 이르기까지, 수 세기에 걸쳐 인간이 쌓아온 모든 종류의 지식이 이 위대한 전쟁에 투입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 의지를 실행할 전사들은 마땅히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만 한다.
내 딸들은 경험철학, 사변철학, 자연과학, 과학사, 공학, 의학, 언어학, 대수학, 문학, 사회학을 배울 것이다. 아마 그들은 미로에 가까운 인류 지성사의 안뜰을 거닐며, 우리 조직이 소중히 지키고자 맹세한 자유주의의 아련한 향취를 눈치챌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영혼을 각성시켜, 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무궁한 잠재력이 온전히 그 자신에게 있다는 근본적인 진실을 깨닫게 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내 딸들은 인간 정신과 신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체력 훈련과, 극기심을 기르는 사상전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은 근접 조치 사격, 대검을 다루는 방법, 정글에서 살아남는 방법, 먹을 수 있는 야생 과일을 구분하는 방법, 생물을 무두질하는 방법, 총기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방법, 현대 대포와 포탄의 구동 원리, BOWMAN 통신 장비의 이해, 기초 C4I 전술, 생화학전, 전차 기동전, 중대 혼합 전술을 배우고 이해하고 체득하게 될 것이다. 거기서 그들이 현대 무기의 잔혹함과 인간 생명의 소중함을 터득하게 된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들이 양심적으로 병역을 거부한다면?
나는 그들을 저지할 수 없다. 내 전투는 인류의 자유를 지키고자함이며,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사회라는 거대한 착각을 포기하고 완전히 분열된 개인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딸들이 개체로써 존재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더 다양하게, 많이, 깊게 배운 사람일수록 필연적으로 자유를 갈망한다. 내가 내 딸들의 칼날을 더 치명적으로 벼릴수록 그들의 날은 내 적의 살을 에이는 것 만큼이나 내 살도 파고들 것이다. 어쩌면 자유의 투쟁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끊임 없이 와해되고 분열될 수밖에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들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유는 언제나 패배했다. 패배해서 무언가 또 다른 지배체제에 종속되었으며, 불현듯 새로운 사상이 되어 다시 솟아 올랐고, 결국은 희미한 계몽의 암시로써 우리 사상의 뿌리를 감염시키고 말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자유롭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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