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방에 대한 고찰(설덕 주의)

(플래그는 아무 관련 없음)

[역사]

고대 지구가 멸망하는 그 순간까지 패권을 쥐고 있었던 미국은 21세기의 어느 순간에 그들의 모국이었던 영연방을 흡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합병은 강압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패권주의 국가들, 그리고 유로 블럭의 봉기에 위협을 느낀 두 열강이 어느 순간 경제적으로 합병했고, 그 후 정치적인 힘이 훨씬 강했던 미국이 자연스럽게 영국의 권력을 가져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앵글로-아메리칸 커먼웰스는 이후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면서 노스 아메리카 엠파이어가 되었고, 다시 살짝 민주적인 미영 연방이 되었지만 이 시점에 고대 지구가 멸망해 버립니다. 이 멸망이 무슨 행성이 으깨졌다는 뜻이 아니라, 인류의 권력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행성계 전체로 뻗어나가면서 지구가 낙후된 정치적 상징물로 격하되었다는 겁니다.

 

결국 현재 미영 연방의 모체는 고대 지구의 한 원시 국가가 아닌, 올드 잉글랜드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는 벤처기업이 개척했던 뉴 포츠머스 행성에서 설립된 '미영 연방'이라는 설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뉴 포츠머스는 지금도 미영 연방의 중심 행성입니다.

 

[세력]

미영 연방은 51개의 핵심 행성(스테이트 플래닛)과 약 170~200개에 달하는 식민 행성으로 이루어진 행성계 연합입니다. 인간이 설립한 행성계 연합 중에서는 2위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1위인 판아시아 연합체와는 격차가 큽니다. 판아시아 연합체는 적어도 500개의 행성을 거느리고 있으며, 지금도 영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영 연방의 인구는 5000억에 달하며 그 중 드론이 20%입니다.

 

[문화]

미영 연방의 가장 큰 힘은 포스트-포스트 모더니즘에 입각한 자유사상주의, 높은 소득, 우월한 현장 기술력, 그리고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행성간 이동 인프라에 있습니다. 은하계 전체를 둘러봐도 이렇게 부유하고 소비지향적인 동시에 패권을 지향하지 않는 연합이 설립된 사례가 손에 꼽습니다.

 

[정치]

정치 체제는 입헌 군주제이며 신탁 민주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영 연방의 복잡한 역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올드 포츠머스에서 뻗어나간 미영 연방은 기계지향적이며 AI 친화적이었습니다. 미영 연방의 AI는 고도로 복잡하게 진화했고, 결국 하이퍼 스페이스에 광대역 클라우드를 기반 삼은 다차원 AI '딥마인드'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딥마인드는 재계, 산업계, 정치계, 예술계, 군사계에 침투하며 그 동안 인간 엘리트를 중심으로 통치되고 있던 미영 연방의 정치적 지형을 바꿔 버립니다.

 

AI의 지배를 두려워 하는 인간과 영향력을 투사하고 싶어하는 AI의 전투는 보통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지만, 올드 포츠머스의 잉글랜드 관습법에 따라 사고하는데 익숙했던 미영 연방은 제법 조용한 혁명을 완수했습니다. 딥마인드는 미영 연방을 지배하는 새로운 국가 엘리트가 되는 대신, 모든 AI는 인간 의회(권고 의회라고도 합니다)의 직접적인 승인 없이는 국가의 그 어떤 물리적 인프라도 건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연방의 5000억 인구 중 총 300기가 채 되지 않는 딥마인드는 일종의 왕족이 되었습니다. 그들 중 가장 강력한 처리 능력을 가졌던 윈저 가문이 패권을 쥐면서 지금까지 연방을 통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권력이 무한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신탁 민주주의가 힘을 발휘합니다.

비록 인간은 거의 모든 의사결정능력을 빼앗겼고, 마치 AI의 신탁에 조종당해 살아가는 것 같지만, 여전히 궁극적인 선택권은 인간에게 있습니다. 이미 모든 인간은 AI가 제공하는 하이퍼 스페이스 연결망에 완전히 자아가 노출된 상태이므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AI들은 5000억 인구가 선호하는 사상이 어느 쪽으로 향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비록 현재는 연방 패권주의와 강한 군사력을 선호하는 윈저 가문이 국민들의 '잠재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최근 하노버 코퍼레이션이 새로운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들은 열려 있고, 친 이민, 친 비즈니스적이며 심우주 탐사를 지지합니다. 하노버 코퍼레이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과반을 넘으면, 자연스럽게 하노버 코퍼레이션의 그림자 내각이 내각으로 승격됩니다. 연방에는 투표도 없고 총선도 없습니다. 오직 진실한 자아의 선택만이 있습니다. 혹자는 윈저가 자신들의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말합니다...AI들은 완곡 어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인간 정치인들과는 달리 진실하기 때문입니다.

높은 소득의 원천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