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조향풀 | ||
---|---|---|---|
작성일 | 2016-07-10 18:29:34 KST | 조회 | 636 |
제목 |
며칠전 꾼 꿈 이야기 (장문)
|
이 이야기는 내가 지난주에 꿈을 꾸었던 이야기다.
우리 세계에서 버게는 그저 수많은 게시판 중 하나이지만, 내가 꾼 꿈 속에서의 버게는 '인류 최고의 지성을 책임지는 게시판' 이였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버게를 드나들었고, 버게에 글을 쓰고, 피드백을 하며 댓글을 단다는 것, 즉 '버게인'이 된다는 것은 지식인으로서는 크나 큰 명예였다.
하지만 이것 뿐만이 아니였다. N.I.O.S (중립적 지능을 가진 OS) 라는 Play xp 관리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때때로 '명예 버게인'을 선정했다. 선출 기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 세계 사람들은 N.I.O.S의 공정함과 중립적인 태도를 믿었으며, 이에 따라 명예 버게인으로 N.I.O.S에게 선정된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였다.
나의 꿈의 시작은 내가 N.I.O.S 프로그램에 의해 명예 버게인으로 선출되면서 시작되었다. 내가 선출되었다는 사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 주었고, 수많은 언론들이 나와 나의 인생을 취재하고 탐구해가기위해 왔다.
하지만 꿈속의 나는 의아했다. 꿈속의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그저 멧제니즘을 비판하는 글들을 몇 편 썼을 뿐, 딱히 버게인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나는 N.I.O.S에 내가 왜 명예 버게인으로 선정되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N.I.O.S는
"당신은 지극히 평범하고, 침묵하고 있는 다수를 대표하기에 명예 버게인으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대답을 들었지만, 나의 의문은 딱히 해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그러한 의문은 생각할 틈이 없었다.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 내게 초청장을 보내왔다. 그것은 제발 자기의 대학에서 와서 공부해 달라는 것이였다.
이미 버게의 영향력으로 인해 한국어가 준 공용어급으로 승격된 상태였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언어의 장벽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외국에 가서 공부한다는 점 때문에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그 요청들에 대해서는 잠시 기다려 달라고 회신을 넣었다.
회신을 넣고, 잠시 쉬는데 또 누군가가 찾아왔다. 나는 으레 기자겠거니 생각하고 문을 열었지만,
문 앞에 있는 것은 기자가 아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직원이였다. 그 직원은 나를 보더니 정중히 인사했다.
그런 다음 나를 강제로 끌고 갔다.
크리스 멧젠이 있는 곳은 동양의 사찰 같았는데, 특이한 것은 방 안에 거대한 세개의 석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세게의 석상은 각각 한조, 타이커스, 그리고 디아에 나오는 야만용사였다.
멧젠은 내가 깨어난 것을 보고는 나를 환영하면서 자신이 나를 보고자 한 이유가 '의견'을 듣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과 함께 두개의 석상이 멧젠의 뒤에서 앞으로 걸어왔다. 두 석상은 각각 스랄과 일리단이였는데, 두 석상이 걸어오자 멧젠은
"4흉신 (4명의 가슴근육이 아름다운 신) 중 마지막 자리가 비어있소, 나는 오랫동안 이 둘 중 누구를 이자리에 넣을 지 고민했지. 나는 조언을 얻고 싶었지만, 내가 조언을 얻을 때 마다 명쾌한 해답 대신 분쟁만 일어났소."
그러며 멧젠은 지금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기존의 '명예 버게인'들 조차 스랄파와 일리단파로 갈라져서 서로 싸우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 와중에 당신이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그리고 당신은 세계 최초로. N.I.O.S 에게서 '왜 선정되었는가?'에 대한 이유를 들은 사람이오. 그렇기 때문에 난 당신에게 의견을 듣는게 좋다고 생각했지."
"제 의견도 한낱 의견일 뿐 아닙니까?"
"아니오. 난 당신이 정하는대로 정할것이오. 선택된 자는 4흉신 중 하나가 되어서 영원히 멧제니즘을 알리겠지만, 다른 하나는 잊혀질 것이오."
그 말과 함께 스랄 석상과 일리단 석상은 살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뒤에 있던 한조석상, 타이커스 석상, 야만용사의 석상도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수많은 근육이 큰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다가왔다.
그들은 나를 중심으로 둘러쌌고, 나를 둘러 싼 다음 각각 자신이 지지하는 위인, 스랄과 일리단의 이름을 외쳤다.
그때부터 나는 약간 겁을 먹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나는 이게 꿈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더욱 겁을 먹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를 근육으로 짓뭉개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정도로 근육이 우락부락했는데, 나는 한눈에, 그들이 근육으로 짜부러트리면 나는 그대로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걸 깨닫자, 나는 어느 쪽을 고르든, 즉 스랄을 고르든 일리단을 고르든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내가 스랄을 고르면 일리단파가 나를 짓뭉개버릴 것이고, 일리단을 고르면 스랄파가 나를 짓뭉개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내 머릿속은 공포에게 잠식되었다.
이성적인 생각이 마비되었고, 나는 수많은 맹수들에게 둘러싸인 한마리의 토끼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떻게든, 무엇을 고르든 나는 짜부러질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그들은 인내심이 없었고, 내가 두리번거리자 고함을 치면서 내게 결정을 강요했다.
고함소리는 처음에는 한둘만 쳤지만 그 고함소리는 점차 커졌고, 이내 모두가 고함을 쳤다.
그 고함소리 속에서, 나는 익숙한 노랫소리를 들었다. 그 노랫소리는 수많은 고함소리를 꿰뚫고서 내 귀에 아주 크게 울리고 있었다.
그 노랫소리는 나의 모닝콜이였으며, 나는 그걸 듣고 마침내 꿈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꿈에서 깬 내 몸은 흠뻑 젖었다. 아무리 여름이고 덥다고는 하지만, 내 몸은 마치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흠뻑 젖어있었다. 이불도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렸다. 나는 일어난 즉시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갔다.
--------------------------------------
비록 나는 꿈에서 깼지만, 때로는 그런 생각도 해 본다.
만약 그때 알람이 울리지 않았고, 내가 겁에 너무 질린 나머지 스랄 혹은 일리단 중 하나의 이름을 호명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엄청난 근육들에게 맞는 순간 깨지 않았을까?
또다른 생각도 스쳤다.
만약에 그게 현실이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날 둘러싸고, 근육으로 위협하는 와중에, 내게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고, 그 선택이 어떠하든 간에 내가 근육들에게 짜부러질 것이 예견된다면, 과연 나는 제대로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지금에서야 버게에서 피식 웃으며 글을 쓰지만, 꿈에서 깨던 그 당시 나는 두려움에 몸서리 쳤었다.
꿈에서 깨게 해 준 모닝콜에 감사할 따름이다.
|
||
|
|
||
|
|
||
|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