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깨림칙한 문제인데 블리자드가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인정하기도 했고, 너무 잉여스런 주제라 포기했는데 스타크래프트2 싱글플레이를 보자마자 "햄2 배꼈네" 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햄2 해본 사람으로서, 스타2의 싱글플레이 시스템은 햄2보다 고차원적입니다.
햄2의 싱글플레이.
행성이 있음. 그 행성엔 몇몇 교전지역이 있죠. 여길 땅따먹기하듯이 하나씩 클릭해서 전투에서 승리해서 점령하는 겁니다. 여러 전투가 있습니다. 보스전도 있고 그냥 닥돌해서 맵에 있는 애들 다 죽이면 끝나는 전투도 있습니다. 전투에서 끝나면 보상을 얻구요. 레벨업도 합니다. 레벨업을 하면 스테이터스창에서 능력치를 찍지요. 능력치가 일정 이상에 오르면 새로운 스킬을 주기도 합니다. 받은 보상은 대부분 장비형 아이템인데 이걸 착용하면 당연히 유닛 능력치가 올라가지요.
그래서 햄2의 싱글플레이가 다분히 RPG 스럽다고 말하는 겁니다. 덕분에 햄2 싱글플레이는 나중에 가면 단순 노가다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카오스라이징부터는 지점 방어임무같은걸 주고 카오스들만의 무기를 추가해줬다는데 그거 외엔 변한건 없다는군요
스타2의 싱글플레이.
아, 이건 좀 짚고 들어가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스타2의 싱글플레이는 "RPG스럽다" 라는 표현보다는 "어드벤쳐게임 스럽다" 가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블리자드도 그렇게 불리길 원하는거 같고.
스타2의 싱글플레이가, 아주 거시적인 시점에서 보면 워햄2와 비슷해보일수도 있겠네요. 하이페리온 기함 내에는 코프룰루 섹터의 은하계 지도가 쫙 펼쳐져 있지요. 그 지도의 행성에서 여러 사건이 벌어집니다. 아그리아 행성같은 곳에서 구조요청이 오기도 하고, 타이커스핀들레이나 가브리엘 토쉬의 요청에 따라 임무를 받기도 하지요. (여기서 약간 자유도가 떨어지는 듯한 스멜을 받긴 했는데, 덕분에 블리자드가 공허의 유산에선 좀 더 행성여행 기능을 강화시킬 예정이라합니다.)
임무를 수행하고 나면 보상으로 머니를 받습니다. 그걸로 유닛, 건물등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가져올수도 있습니다. 고용 가능한 용병들이 존재하구요. 격납고 같은 곳에서 블리자드의 어드벤쳐CG로 렌더링된 진짜 유닛의 모습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햄2 배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바로 "유닛, 건물등의 기능 강화가 가능하다" 부분에 주목하는거 같은데, 참 시야도 좁으셔라.-_-;
근데, 스타2의 싱글플레이는 여기서 끝나는게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2에서 결국에 스토리의 대부분을 풀어가는건 "스토리 모드" 죠. 바로 어드벤쳐CG로 렌더링된 짐레이너나 다른 캐릭터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그거 말이에요. 옛날 어드벤쳐게임들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커서로 사물이나 캐릭을 클릭하면, 그에 상응하는 상호작용이 나옵니다. 캐릭터가 땅바닥에 놓인 메모지를 읽는다거나, 주변 인물들과 대화를 나눈다거나...스타2의 스토리모드는 아마 게임 전체를 풀어나가는 용도는 아닐겁니다.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시키거나 숨겨진 설정들이 거기에 녹아있다는 거죠. 즉 인게임과는 또다른 게임이라는 겁니다. 그 두개가 연동되서 스타2의 싱글플레이를 이루죠. 이 부분만큼은 전 스타크래프트2가 워해머보다 우월하다고 확신합니다. 어느 누가 RTS게임에 어드벤쳐 방식을 녹여내리라 생각했을까요. 이 부분은 정말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발상인데, 뭐 이부분은 눈에 안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거같네요.-_-;
한낱 게임메카 댓글 찌라시들 보고 이렇게 열낸것도 처음이네요. 제가 또 뭔가 찌질해보이고..
이게 다 오늘 마이클무어 다큐멘터리 봐서 그럼. 밤에 잠 못잘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