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서호정 기자= 월드컵 첫 원정 16강으로 가는 길을 연 그리스전 승리의 주역은 누구 하나 꼽을 수가 없었다. 최전방의 박주영부터 최후방의 정성룡, 선제골을 터트린 이정수와 멋진 드리블 돌파에 이은 골로 쐐기를 박은 ‘캡틴’ 박지성까지 누구 하나 승리에 일조하지 않은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90분 내내 유달리 한 선수의 플레이가 보는 이의 눈을 사로 잡았다. 미드필드 후방의 살림꾼 김정우(28, 광주)였다. 상무 소속으로 짧은 머리의 현역 군인 신분인 김정우는 90분 내내 그리스 중원을 헤집고 다녔고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적어도 카메라 상으로 봤을 땐 ‘지구력의 화신’인 박지성보다 더 많이 뛴 선수였다.
[중간엔 다 필요없고...]
김정우는 한국 전력의 핵인 양박 쌍용(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수비진의 커맨더인 조용형과 더불어 대표팀에서 가장 확실한 주전이었다. 이날도 예상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정우는 전방으로 향하는 그리스의 패스 줄기를 모조리 끊었다. 김정우의 활동량에 막힌 그리스는 단조로운 롱패스에 의존한 공격을 펼치다 자멸했다.
순간적인 공격 가담 시에는 숨어 있는 공격 본능을 발휘했다. 원터치 패스에 의한 침투와 과감한 중거리 슛은 그리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한국의 플레쳐’ 김정우는 이날 경기를 관전한 유럽 스카우트들이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였지만 안타깝게도 2011년까지 군 복무를 수행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월급 10만원의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적은 연봉의 김정우가 연봉 수십억원의 유럽 선수들을 압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