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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덩크맨
작성일 2010-10-19 12:03:23 KST 조회 1,595
제목
GSL 64강 1일차 감상평

매일매일 관전평을 써볼까 합니다. 전 뭐 고수도 아니고 그저 경기 이야기를 하는걸 즐기는 유저입니다. 어제 생방송을 보지 못해서 1일차 경기 관전평을 방금 다 썼는데, 잠시 후면 2일차 경기가 시작하네요. 경기 기다리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평어체 양해바랍니다. 

 

2010. 10. 18 GSL 64강 1일차

 

1. 김원기Z (TSL_과일장수) vs 백승주T (나비효과Zenith)

1set. 폭염사막

김원기는 스타크래프트 1의, 2006년을 평정했던 어떤 저그 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막 두 번째 대회를 시작한 짧은 역사의 GSL이기에 아직은 섣부른 판단일지 모른다. 하지만 김원기는 분명 ‘저그 유감’ 시대에 무수한 테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저그의 희망이다. 앞서 언급한 2006년 최고였던 저그 선수와 김원기 사이에 또 다른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무난한 운영싸움 시 이길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다. 이 느낌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선수에겐 거대한 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백승주 역시 벽을 느낀 것인지, 감춰온 칼을 빼들었다. 빼들었지만, 칼은 허공을 갈랐고 허무하게 땅에 떨어졌다.

 

2 set. 고철처리장

김원기에게 64강은 아직 심심할 듯 하다. 끝.

 

2. 정민수P (NexGenius) vs 최진솔Z (rainfOu)

1set. 잃어버린 사원

16 부화장으로 출발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비록 상대의 정찰로 금방 들킨 초반빌드였지만, 어쨌든 상식적으로 저그의 16못+앞마당 빌드는 파악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의 정찰은 문제가 안됐다. 게다가 프로토스의 4차관 러시에 대한 의지 역시 (이 4차관 모션이 사실 정민수의 페이크였을지도 모르지만) 신속하게 꺾어버린 상황이었다. 즉, 저그는 급할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준비해온 패턴과 어긋난 건 정민수였음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진솔은 사거리가 1증가한 바퀴의 효율을 너무 믿은 것인지 지나친 압박으로 스스로를 가난하게 만들었고, 패배를 자초했다. 김원기나 그렉 필즈였다면, 가시촉수 러시가 아닌 부화장 멀티를 하나 더 가져갔을 것이다. 최진솔이 공격적인 플레이로 자신의 인지도를 높였을진 몰라도, 수많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성공시킨 초반의 부유한 운영을 스스로 걷어찬 것엔 고개가 갸웃해진다.

 

2set. 델타사분면

정민수는 더 이상 ‘정찰왕’이 아니다. 정찰을 너무 안한다는 이미지였는지, 최진솔은 2연속 16 앞마당 못을 시도했다. 하지만 ‘서기수가 없는 지금 프로토스 원톱은 나‘라는 자신감을 당당히 밝힐 수 있는 클래스의 선수에게 이런 도박이 두 번이나 성공하길 바라는 건 무리였다. 최진솔은, 어떻게 해서든 1세트를 잡아야만 했다.

 

3. 송준혁P (oGsInca) vs 송영민T (아야)

1set. 금속도시

암흑기사는 양날의 검이다. 암흑기사 전략을 성공적으로 쓰려면 암흑기사를 살려내는 컨트롤 실력뿐만 아니라, 서치가 가능한 시점을 피해가는 행운까지 필요한 법이다. 사실 이 경기에서 송준혁에게 행운은 그다지 따라주지 못했다. 스캔을 성공한건지 아니면 몰래 지은 수정탑을 파괴하면서 작용한 일종의 감 같은 것인지, 송영민은 앞마당과 본진 사이 언덕에 미사일 포탑을 하나 올렸고, 전진된 수정탑이 파괴되어 본진에서부터 달려와야 했던 송준혁의 암흑기사는 이미 서치가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송준혁에겐 컨트롤이 있었고, 충분한 대비라고 생각했던 상황에서 컨트롤 하나로 허를 찔린 송영민이 흔들리자 없던 행운까지 생겨나면서 송준혁의 암흑기사는 생각보다 많은 수확을 거뒀다. 이후 대규모 교전에서 아쉬운 역장 사용으로 송영민이 한 번의 승리를 거두지만, 그것은 경기 시간이 좀 더 길어질 뿐 대세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2set. 델타사분면

암흑기사는 양날의 검이다. 두 번 연속 암흑기사 빌드를 준비해온 송준혁이었지만, 1경기와 마찬가지로 초반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고, 게다가 내성이 생겨버린 송영민에게 더 이상 빈틈 같은 것은 없었다. 끝끝내 그 위치에 수정탑을 건설하려 했지만, 암흑기사 견제를 노렸다면 차라리 타이밍은 늦더라도 불시의 타이밍에 차원분광기를 이용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이 역시 어려운 일이겠지만.

 

3set. 젤나가 동굴

1.1.2 패치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공허포격기의 너프는 오히려 프로토스들에게 기회를 준 것 같다. 순수 데미지 자체는 낮아졌지만, 그로 인해 프로토스들의 사고가 좀 더 유연해진 듯한 모습이 부쩍 늘었다. 사실 송준혁 선수가 공허포격기 카드를 꺼내들었을때, 그리고 하필 사신의 단골코스였던 구석 언덕에 우주 관문을 올렸을때 탄식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묻지마’ 공허포격기 러시의 시대가 종말했음을 송준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차원관문과 조합한 공허포격기는 소위 ‘패공허’보다 더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승리를 가져왔다. 공허포격기 너프는 여전히 프로토스에게 재앙이다. 하지만 발전을 가져다 준 건 확실해 보인다.

 

4. 곽한얼T (MaKaPrime) vs 서명덕P (반반쓰Zenith)

1set. 금속도시

여지없이 등장한 곽한얼의 마카류 3병영 러시. 사실 볼 때마다 ‘이번엔 막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할 때마다 성공하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이 스타일을 창시한 본인이 아니잖은가. 사신 한 기 페이크와 역장을 빠져나가는무빙 컨트롤은 곽한얼의 레벨을 보여주는 작지만 큰 요소였다. 약간은 준비해온 듯한 해설자의 ‘꿈속도시’ 비유는, 너무 빨리 나온 감도 있지만 곽한얼에게 아깝지 않은 찬사였다.

 

2set. 사쿠러스 고원

테란에게 3병영 러시가 있다면, 프로토스에겐 4차관 러시가 있다. 멀티를 가져가기 좋은 전장에서 1병영 앞마당 사령부를 가져가려는 곽한얼의 허를 찌르는 4차원관문 러시.

 

3set. 전쟁초원

곽한얼은 자부심이 강한 선수다. 인터뷰 등에서 드러난 무심한 태도는 자신의 우월함에 대한 프라이드 표현이다. 그런 곽한얼에게 전쟁초원은 뼈아픈 전장이다. 아픈 기억이 있는 전장에서, 2세트 연속으로 4차관 러시를 시도하려는 프로토스에게 곽한얼은 자기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빠른 유령 확보와 조이기 라인을 이용한 핵 공격 그리고 완벽하게 우월한 한방 전투능력. 경기가 끝난 뒤 곽한얼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다.

 

5. 임요환T(SlayerSBoxeR) vs 황희두T(Happiness)

1set. 잃어버린 사원

임요환의 가치는 특별성과 차별성에 있다. 스타크래프트1 시절 다른 선수들과 급이 다른 전략과 컨트롤로 테란의 황제에 오른 임요환은 전성기 이후에도 물량이나 대규모 교전 능력은 후배들보다 떨어졌을지언정 센스 면에서는 발군의 모습을 보였다(임요환의 공군 에이스 시절 화승의 구성훈 선수와 펼친 블루스톰에서의 테테전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감각을 보여줬다). 이는 물량위주의 최근 스타크래프트 계의 트렌드에 반하는, ‘게임’의 본질인 ‘재미있는’ 경기를 끊임없이 추구한 본인의 노력의 결실일 것이다. 황제의 복귀이자 스타크래프트2의 데뷔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기 시작부터 남다른 마린 무빙컨트롤로 관중을 환호시키고, 상대 언덕의 국지방어기 생성이후 바이킹 뭉치기 견제 등 끊임없는 ‘게임의 재미’를 선물하는 것, 그러면서도 승부를 놓치지 않는 것. 벌써부터 패배나 탈락을 예상하기엔 황제의 손끝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2set. 젤나가 동굴

황희두를 위한 변명을 해보자면, 임요환의 빌드가 너무 좋았다. 1-1-1 빌드의 강점은 모든 체제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겠지만, 이는 공격적으로 상대를 휘두를 수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테란전에서는 전천후 유닛인 해병이 쌓이면 1-1-1 빌드에게 휘둘릴 일은 없다는 생각한다. 게다가, 멀티 타이밍을 노린 조합된 황희두의 병력이 너무 쉽게 발각, 전멸된 것은 너무 운이 없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변호는 여기까지, 이후 안일하게 진출한 상대의 병력을 우회하고 순간적인 자극제 이후 본진난입, 그리고 드랍십 페이크까지. 모든 것이 임요환이 직접 만들어낸 것이었고, 이후부터는 철저히 황제를 위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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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미소녀 (2010-10-19 12:04:49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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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좀 보시고 페이지 넘어갈 때 쯤 열심히 쓴 글 게시판으로 옮기시는게..?
여기 있기엔 아깝네요. 리젠에 묻힐 것 같아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이콘 미스틱케이지 (2010-10-19 12:06: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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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글 잘쓰시네염
아이콘 유스베르크 (2010-10-19 12:08:2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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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글 ㅇㅇ
덩크맨 (2010-10-19 12:09:55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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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미소녀//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열심히 쓴 글 게시판은 어떻게 쓰는거죠? 잘 몰라서.. -.-;
미스틱케이지, 유스베르크//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덩크맨 (2010-10-19 12:14:0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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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미소녀님 조언에 따라 게시판 옮겨봤습니다. 모쪼록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피드백/지적 언제나 환영입니다~
모에미소녀 (2010-10-19 12:14:33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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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옮겨졌네요 ^^ 오른쪽 아래 메뉴에 있습니다 :) !
Rukha (2010-10-19 12:20:0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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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깔끔하게 잘쓰시네요
잘 요약되있는듯
덩크맨 (2010-10-19 12:32:28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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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미소녀// 옙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ukha// 칭찬 감사합니다. ^.^
아이콘 기억의잔재 (2010-10-19 16:30:31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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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갓 입성한 스투유저로써

재미있게 봤네요~
덩크맨 (2010-10-19 23:35:22 K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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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잔재// 재미있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인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같이 즐겨보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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