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는 리그 진행에 ‘과부하’ 몸살
선수들 재충전 기회 없어 질 저하…프로·아마 양 날개 구축 절실
작년 9월 4일 출범한 ‘곰TV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어느덧 9개월에 접어들었다.
첫 대회인 GSL 시즌1은 예선 참가자만 2000명이 몰려들며 원작인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에 도전할 만큼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블라자드 측과 e스포츠계의 지적재산권 분쟁과 무리한 패키지 요금, 고사양을 요구하는 스펙 등으로 리그의 인기는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스타2 리그는 미국(MLG)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나 국내 대회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명성이 부끄러울 정도다. 2회에 걸쳐 스타2 리그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편집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국내 ‘스타크래프트2’ 리그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리그의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 선수들이 쉴 틈 없이 경기에 임하면서 퀄리티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리그를 대표할 만한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리그 침체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아마추어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블리자드와 곰TV는 개인리그를 끝내면 몇 개월을 쉬고 팀리그에 돌입하는 ‘스타크래프트’의 전례를 외면하고 개인리그와 팀리그를 연속해서 개최하고 있다.
쉴 틈 없이 진행되는 개인리그는 양산형 경기를 낳고 있으며 리그의 희소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촉박한 일정 속에 선수들도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에 출전하다보니 매번 대회마다 우승자가 바뀌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스타2는 스타 선수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블리자드는 또 게임단 선수만이 참가하는 GSL에 치중하면서 국내 아마추어리그를 외면해 유저들의 이탈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 전략ㆍ전술의 재미가 사라졌다
블리자드와 곰TV가 진행하는 GSL은 스타크래프트 리그와 다르게 숨 쉴 틈 없이 리그가 이어진다. 예를 들어 GSL이 끝나면 곧이어 GSTL(팀리그)이 이어지고 또 다시 GSL이 시작된다.
이름만 다를 뿐 계속되는 경기는 아무리 스토리를 부여하고 포장을 해도 리그의 의미가 퇴색될 뿐이다. TV를 틀면 24시간 나오는 케이블채널처럼 매일매일 스타2 경기가 나온다면 게임의 희소성은 떨어진다는 뜻이다.
또 빡빡한 일정 속에서 게이머가 충분히 연습하지 못하다 보니 전략, 전술을 사용하는 재미있는 경기보다 안전을 위해 검증된 빌드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검증된 빌드는 비슷한 경기를 나오게 하는 단초가 되며 결국 양산형 경기를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타2 관계자들도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리그 운영을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단 감독은 “우승한 선수가 바로 다음날 리그에 투입되는 등 선수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며 “소위 잘 나가는 선수는 쉴 시간이 없다. 휴식도 취하고 충분히 맵을 연구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리그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많은 선수들이 경기 출전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며 “리그가 끝나고 팬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시간도 필요하고 끝난 대회의 충분한 여운을 남겨야 다음 대회를 기다리게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 스타 탄생이 어렵다
스타2 리그를 보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누가 최고의 스타 선수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GSL 시즌1 우승자는 TSL의 김원기였다. 다음 시즌2 우승자는 IM 임재덕, 시즌3의 우승자는 OGS의 장민철이었다. 마지막으로 지난 18일 열린 LG 시네마 슈퍼토너먼트는 프라임의 최성훈이 정상에 올랐다.
매 대회마다 우승자가 바뀌다 보니 우승자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타2 우승자가 계속 바뀌는 이유는 연습시간 부족의 이유가 크다. 한 게임단 감독은 “한번 우승을 하게 되면 모든 선수들의 표적이 되어 전략, 전술이 노출된다”며 “우승자는 이전에 사용하지 않은 또 다른 빌드를 준비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테란 정종현, 저그 임재덕, 프로토스 장민철 등으로 잘 하는 선수가 압축되는 분위기지만 이들도 기복이 심해 아직 누가 스타2를 호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스타2는 선수들이 각자가 알아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또한 선수를 스타화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 보니 리그의 분위기가 산만하기도 하다. 스타크래프트가 방송사와 언론을 통해 임요환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만들어내며 e스포츠를 확산시켰던 것과는 전혀 다른 판국이다.
리그만 열리면 계속 바뀌는 우승자에 대해 팬들도 적응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장을 관람한 한 팬은 “지금까지 정종현을 응원했었는데 어느새 테란을 대표하는 선수가 문성원과 최성훈으로 바뀌었다”며 “누가 스타2를 잘하는 선수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아마추어리그는 찬밥
작년 9월 개막한 곰TV스타2리그는 처음부터 ‘글로벌’을 화두를 정했다. GSL 이름이 ‘Global Starcraft2 League’의 약자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GSL은 아마추어, 외국인 등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방대한 규모로 프로게이머만의 무대인 스타크래프트와의 차별성을 꾀했다.
하지만 주최측이 국내 아마추어리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e스포츠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곰TV는 GSL이 아마추어를 포함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대회라고 말하고 있지만 게임단이 생긴 지금, 일반인이 예선을 통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실제로 지금 코드S나 코드A중에 게임단에 속해 있지 않은 선수가 몇 명이나 되느냐”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관사들이 GSL과 함께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소규모 대회를 열었다면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너무 큰 것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리자드 측이 스타2의 활성화를 위해 제품 가격을 내리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유독 스타2 아마추어 리그에는 무관심 하다.
게임단 한 관계자는 “블리자드와 곰TV 모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며 “붐업이 조성될 초창기에 1억원의 상금을 나눠서 PC방 스타2 대회를 열었다면 지금보다 유저풀이 넓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는 시기가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