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아웃스탠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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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8-11 20:13:02 KST | 조회 | 557 |
제목 |
바둑과 스타, 그리고 스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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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에서 각각 수싸움, 전략, 두뇌, 집중력싸움의 대명사로 취급되는
바둑 혹은 장기, 체스. 그중에서도 바둑은 19x19 라인에 둘수있는 무한히
많은 가짓수로 가장 복잡하고 깊이있으며, 장고를 요하기로 유명하다.
바둑을 배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처음두거나 아예 모르는 사람들은
흔히 둘러싸서 '따먹기' 게임이라고 알고있다. 상대돌을 따내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득점요인이기도 하고, 따먹은 상대돌을 걷어내는 행위 자체가 임펙트가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좁은 한 귀퉁이에서 상대를 따먹기 위해서만 집중하는 게 바둑 초보들이 몇달간 반복하는
일명 '초짜바둑' 이다. 이때는 생각도 없이 당장 눈앞의 것만 보며 1,2초만에 수를 이어간다.
그러나 수백판을 두다보면 '정석'을 추구하는 것이 상당히 편하고 안정적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래서 바둑보를 구입해서 정석을 따라두고, 명칭들을 알아가며 슬슬 바둑의 모양새를 갖춰간다.
그러나 그러한 정석이 왜 존재하는지, 어떠한 경우에 좋은 것인지에 대한 고찰은 하기 힘들고,
무작정 따라하는 단계에 불과해서 실제로 머리싸움을 하는 '진짜 바둑'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시 수백판을 두다보면 변칙적이고 공격적인 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때부터 자기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바둑에 임하는 단계이다.
점점 자기보다 나은 고수들과 만나면서, 이상하게 비슷비슷하게 맞춰서 잘 두고있는거 같은데도,
두다보면 크게 지고있는 상황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전체적인 판'을 읽고 줄건 주면서 크게크게
생각하는 단계를 상대를 통해 경험하게 된다. 어? 내가 이기고 있는줄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아 이부분이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었구나, 아 이래서 상대가 이렇게 두고있었던 거구나, 와 속았네
이걸 신경못쓰고 있었네.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점차 '진짜 바둑' 을 익혀가게 된다.
프로선수들은 반집~한집반 승부가 많이난다. 이 말은 곧 바둑판 전체에서 일어나는 요소요소들을
빠지지않고 모두 신경쓰면서 실수없이 안정적이고 수비적으로 누가 더 빈틈없이 하는가? 에 따라
미세한 차이에 의해 승부가 난다는 말이다. 즉 정신적으로도 침착하고 안정된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이 최고수들 사이에서 승률을 높이는 법이다. 이창호, 이세돌의 정신력과 집중력은
바둑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전략이라는 요소에서 비롯되서 그런지는 몰라도, 바둑은 스타1과 참 많은 점에서 공통점이있다.
바둑 초짜들이 따먹기에만 집중하며 다른것들은 보지 못하는 것처럼, 스타 초창기에도
누구나 몇번만 연습하면 따라할수 있는 드랍쉽 깔짝거리며 마린으로 러커촉수 피하며 잡기라든지,
베슬 지우개 등등 컨트롤 적인 요소에 사람들이 열광했고, 그것이 이겜을 잘하는 방법인줄 알고있었다.
이후에는 저그전 2배럭 시작, 토스전 2팩 압박후 멀티와 같은 정석체제가 갖추어지고, 변칙적
올인빌드인 센터 BBS나 3cm러커드랍 등등 수없는 빌드들이 잘 다듬어져서 유행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더 지나 '운영', '피지컬' 과 그결과물인 '물량과 확장'이 이윤열을 필두로 이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점차 인식하게 됐고, 이때에 와서야 진정한 실력, 두뇌대결이 승부를 결정하는
요소로 자리잡는다. 운영과 피지컬이 갖추어진 후에는 '정보력'이라는 요소가 가장 중요하게 되면서
맞춤운영을 잘하는 선수가 시대를 풍미했고 대표적으로 마조작이 그랬다.
스타 끝물인 최근 몇년동안에는 모든 1류선수들이 맵핵과 진배없을 정도의 상대체제 파악에 능해졌고,
또다시 모두가 동등해진 이러한 상황에서는 바둑에서처럼 '멘탈'적인 측면이 본좌를 가리는 중요한
척도가 됐다. 그부분에서 특출났던 이영호는 최근 몇년간 최고의 자리를 수성했고, 그렇게
스타1의 역사는 마무리 됐다.
그러다면 스타2는 어떤가?
바둑이 짧게는 십수년, 스타는 8-9년에 이르러 완성시켰던
눈에보이는 작은부분(따먹기, 컨트롤) -> 정석,변칙적 전략수 -> 단단한 운영과 빈틈없음
->정보력 -> 정신력과 침착함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정보력' 단계까지 진입했다고 볼수 있으며, 그 증거로 극초반 한방에 훅 끝나버리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고 있으며 장기전으로 넘어가는 빈도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선수들은 모두 귀신처럼 상대체제를 파악해내고 그에따라 적절히 대처하며 한수앞을 내다보며 조금씩
차이를 만드려고 노력하는 단계까지 이게임은 이미 와있다. 하지만 바둑이나 스타1과 확연히 다른점은,
머리싸움, 수싸움, 피지컬싸움, 정보력싸움이 5:5로 동등한 상황에서도, 우발적이고 우연적인 요소나
'상대 체제를 파악한 후' 그게 맞추어 대비하는 시간적 여유가 너무나도 적다. 즉 조금이라도 우연적
선택에 의해 유리해졌다면, 더더욱 그 차이는 벌어지기 쉽고, 그단계에서 아예 게임이 끝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바로 이런 '알아도 못막는, 알아도 뭘 할 수 없는, 알아서 뭘해도 막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요소와
변수들이 넘처나는 게임이 바로 스타2이고, 그렇기 때문에 멘탈적 요소는 이겜에서 크게 중요해질
수 없다. 멘탈이 아무리 강철같아서 어떠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최선의 플레이를 하더라도,
우발적이고 우연적인 하나의 선택의 갈림에 의해서 그대로 수습할 틈도없이 끝나버리는 게
이겜의 특징이자, 가장 큰 단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1에서는 항상 있었던 '시대의 본좌'가
스2에서는 없다. 거의 지지않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고, 그냥 보기에도 누가 제일 잘하는 지 알 수 없다.
잘하는 선수가 이길 확률이 더 높은 건 맞지만, 바둑이나 스타1 정도로 그 확률을 보증하지는 못한다.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말하지 못하는 게임은 결국 흥미가 떨어지게 돼있고, 사람들이 점차 떠나간다.
그게 바로 스타2가 가지는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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