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아르노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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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9-07 15:46:47 KST | 조회 | 2,913 |
제목 |
스타테일의 두 거성 원이삭과 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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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GSL 시즌도 어느새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벌써 3번의 시즌이 지나갔고 2012년 한해도 가을로 접어들 즈음에 GSL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1년 한해동안 빛났던 선수들 중에 그 빛이 바랜 선수들도 있는 반면에 한해를 어둡게 보냈던 선수들 중에 빛이 난 선수들도 있다. 그런 선수들 중에서 꼭 한번쯤 언급하고 싶은 선수들이 있으니
바로 원이삭과 박현우. 스타테일에 있어서 최고의 라인이라 하면 단연코 프로토스며 그 프로토스 중에서도 2012년 한해동안 스타테일을 빛나게 했으며 자기 자신을 빛나게 한 선수들. 같은 팀인데도 불구하고 그 스타일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서 더욱 이목이 끌리게 되는 선수들. 그러한 두 선수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
1. 쇼맨쉽과 예능
제일 먼저 쓰고자 하는 건 원이삭. 원이삭은 처음 데뷔를 했을 때 무려 준우승자 출신이었던 김정훈(oGsTOP)을 예선으로 보내 파란을 일으킨 선수이자 예전 절대간판에서 이동녕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적이 있을 정도로 이미 슈퍼 루키로서의 자질을 보였던 선수다.
그리고 연달아 강자들을 꺾고 오른 첫 코드 S에서 로열로더 후보로서의 자질을 뽐내며 8강에 올랐으나 그 당시 누구도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되던 박수호에게 통한의 3:0을 패배해 좌절해야만 했고 2번째 시즌에서는 4강에서 정종현을 만나 좌절해야만 했다.
GSTL에서 그 이길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 안타까워해야만 했고 이후의 GSL에서는 연속으로 32강에서 탈락하고 스타리그에서도 정종현과 단두대 매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절망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고 그 와중에도 WCS에서 우승자 안상원을 2:0으로 격파하는 모습도 보여준 선수가 바로 이 원이삭이다.
원이삭은 굉장히 위험하고 아슬아슬해보이는 선수다. 컨셉이지만 도발적인 멘트와 세레모니, 그러나 그러한 컨셉들을 떠나서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외줄타기와도 같은 이삭류 기사단 체제. 상대방의 공격을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막아내고, 상대방이 확장을 가면 무리하게라도 따라가고, 일단 고위 기사의 폭풍이 완성되면 그야말로 무서울게 없어지게 되고
가끔씩 1관문 트리플같이 미칠 듯이 배를 째는 변태적인 빌드도 선보이는 등 스타일에 있어서 이만큼 보는 재미가 넘치는 선수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플레이 스타일이 돋보였던 것이 바로 이정훈과의 경기. 그리고 HOT6 GSL Season 2에서 있었던 원이삭의 테란전 전부였다.
원이삭의 대 테란전 패러다임은 폭풍에 있다. 기존의 사이오닉 폭풍은 한타 교전에서 도망치는 테란의 병력을 역장으로 가두고 그 위에 폭풍을 떨어트려야 했고 이는 피지컬적인 면에서 굉장한 무리였다. 우선적으로 고위 기사의 속도가 해병불곰에 느릴 수밖에 없었고 역장으로 미리 가로막지 않으면 오히려 광전사들이 뒤집어써야만 했던 이 폭풍을
몇 기씩 떨어트려 놓은 상황에서 달려드는 테란의 병력을 향해 쏟아지는 폭풍. 천하의 이정훈조차 산개하거나 도망칠 틈도 없이 병력의 전부를 잃게 만들었을 정도로 이러한 폭풍은 기사단 체제의 핵심이자 테프전 폭풍의 근본을 흔들고 원이삭의 경기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재미 그 자체로 아슬아슬하게 테란의 공격을 버텨내면서 심장이 쫄깃쫄깃해진 팬들에게 선보이는 최고의 예능이자 쇼맨쉽이자 선물이다.
2. 굳건한 철벽
박현우는 원이삭과 정반대다. 특유의 세레모니라던가 도발적인 멘트를 던지는 선수도 아니고 오히려 인터뷰에서 故 우정호 선수에 대해 겸손하고 존경의 의미가 담긴 말을 하기도 하는 등 건방져 보이는 이미지의 원이삭과는 달리 겸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코드 A에서 긴 시련을 겪으면서 GSTL에서 보여주었던 그 환상적인 플레이를 다신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정말로 안타까울 즈음 HOT6 GSL Season 2에서 어느 순간 코드 S 32강에 올라와 문성원과 이동녕을 사뿐히 즈려밟고 16강에 올라와 기존에 장민철의 원탑 논쟁과 원이삭-김학수의 2인자 논쟁에서도 끼어들지 않고 있다가 D조에 속해 김학수가 가장 원하는 조가 나왔다고 할 때도 묵묵히 자기도 그렇다는 말만 할 뿐 나쁘게 말하면 정말 재미없는 거지만 오히려 이러한 이미지가 겹쳤던 것일까 김학수를 2:0으로 쓰러트리고 8강에 오르고 윤영서와 송현덕을 연이어 잡고 올라간 그 모습이 더욱 멋있어 보였다.
한창 커뮤니티에서 떠들썩했던 김학수, 장민철 중 누가 더 프프전을 잘하는가, 누가 이길 것인가를 두고 치열할 때도 박현우의 대 토스전 100%의 성적은 코드 A에서의 성적이라면서 무시당하곤 했다. 하지만 재미없는 프프전이라는 인식을 깨버리고 송현덕과 치열하고 누가 이길지 모르는 긴장감이 넘치다 못해 철철 흐르는 경기를 보이면서 결승에 간 것이 박현우였다.
박현우의 플레이 스타일은 성벽이다. 굳건하고 무너지지 않으며 회전력으로 싸우지 않고 힘으로 맞서며 강하게 모아서 맞부딪히는 그 한방은 정말로 강력해보인다.
이러한 플레이 스타일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원이삭보다는 경기에서의 재미가 덜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러한 플레이가 더욱 그 선수를 더 강하게 보이게 하고 원이삭이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무너지면 끝도 없이 무너지는데 비해서 박현우는 무너지더라도 끈질기게 붙잡고 버텨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원이삭이 자기가 본 피해를 상대에게 준다면 박현우는 그 이상의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물고 늘어진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2-1 왕의 길
재미없다는 평을 듣기 쉬운 박현우의 경기 중에서 GSL 역대 명경기 중 탑에 꼽는 경기들이 모두 나왔다. 바로 정종현과의 경기. GSTL Feb 정종현의 레이트 메카닉을 상대로 모선까지 동원해 맞서며 승리를 거두고 운명의 결승전이었던 HOT6 GSL Season 2에서도 정종현의 전투순양함을 상대로 모선을 사용해 과연 모선이 최종병기라고 불릴 정도로 그 화려함에서 빛을 발했다.
변칙적인 전략을 사용하기 좋아하는 정종현, 자기만의 굳건한 성벽을 장기로 삼아 거기에 맞서는 박현우. 하지만 정종현은 5세트에서 전략이 아닌 자기만의 조합을 꺼내들었고 박현우 또한 다른 프로토스 선수들과는 다르게 원조 모선의 왕다운 모습으로 모선을 꺼내들었고 항상 기대해왔던 팬들의 뜻에 부응해 유례없는 화려함을 갖춘 명경기를 선사해주었다.
분명 이 경기보다 더 처절한 경기는 있을 것이다. 더 난전이 벌어지고 더 진흙탕이고 쉴새없이 싸우고 긴장감 흐르는 경기는 이 경기를 제외하고도 충분히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경기가 가지는 의미는 한동안 쓰이지 않았던 테란의 최고 테크 유닛 전투순양함과 토스의 최고 테크 유닛 모선의 대결이었고 또한 공허 포격기와 고위 기사의 미친 듯한 마법이 있었기 때문에 이 경기는 의미가 크다. 그야말로 최고와 최고의 대결, 이만한 화려함은 자유의 날개로 진행되는 GSL에선 다시 볼 수 없는 명경기가 될지도 모른다.
3. 같은 팀원, 다른 토스
이렇듯 원이삭과 박현우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악동 같은 도발적인 성격과 어른스러우면서 겸손한 성격,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의 기사단 체제와 결코 무너지지 않는 철벽의 로공 체제까지 그리고 박현우가 준우승하기 이전엔 원이삭이 개인리그에선 승승장구하는데 비해 팀리그에선 부진하고 박현우가 팀리그에서 굉장한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코드 S 진입에는 연달아 실패하는 것까지 매우 대조적이었다.
물론 원이삭이라고 해서 항상 도발적인 면만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박현우라고 해서 항상 진지한 면만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원이삭은 GSTL에서 절망의 디스 사건 속에서 이기고도 괴로워하는 이정훈을 응원하는 가슴이 찡한 면을 보이기도 했고 박현우 또한 꼬부기라는 별명을 적극 활용하고 트위터에서 재미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면들은 그저 한 면일 뿐이기에 서로를 비교하는 모습에서 묻힐 뿐이다.
둘의 이러한 대조적인 모습은 굉장히 흥미롭다. 비록 두 선수가 항상 GSL 상위권을 점령하는 그러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할지라도 둘의 플레이 스타일이 합쳐지면 완성형 프로토스가 나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마치 김택용과 송병구처럼 재미있다고 할 수 있다.
4. 끝으로
원이삭과 박현우는 같은 스타테일 팀원부터 시작해서 공통점 또한 많다. 로열로더의 길을 걷기 위해 슈퍼 루키로서 코드 S에 올라와 자기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졌지만 그 시즌의 우승자가 될 선수에게 쓰디 쓴 패배를 맛보기도 했고 거기에 굴하지 않고 실력을 더욱 높이기도 하고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서로 2,3위를 기록하기까지 하면서 커리어에도 상위권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프로토스 2대 우승자의 꿈은 안상원이 이루어버렸고 로열로더의 길은 다시는 걸을 수 없는 것과 함께 각자만의 스타일을 조금씩 잃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고 스타일 자체가 테란전으로 한정되어 자주 나올 수 없는 것도 크다는 점이 아쉬움을 불러 일으키는데 만약 가능하다면 한번 더 두 선수가 최적의 컨디션으로서 최고의 상대를 만나 유감없이 자신의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경기가 나온다면 그 경기는 다시 한번 GSL 역대 최고의 명경기 중 하나로서 손꼽히지 않을까 싶다.
사진 출처 : 디스이즈게임, 포모스, 곰TV
부득이하게 끝에 선수를 붙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양해 부탁드립니다. 혹시 문제가 된다면 다시 재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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