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여성 지도자들이 남성 지도자들보다 병크를 더 많이 저질렀는가?
우선 사실 이 문제가 생각보다 대단히 많은 복잡성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합니다.
역사적 인물의 평가는 당시의 정치적, 외교적 상황 등을 고려하고, 평가하는 시대의 <윤리적 잣대> 또한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미러문님이 훌륭한 예로 드셨던 마가렛 대처는 영국인들의 정치적 프레임에 따라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지도자였으며, 그녀의 영국 경제 리폼이 현대 영국의 경제를 위기에 취약한 체질로 만들었다는 등의 견해도 있습니다. 즉 누가봐도 "이건 ㅂ1ㅅ짓이다." 라고 명확히 볼만한 지도자들을 가려 뽑아야 하는데 그렇게 볼 경우 여성 지도자나 남성 지도자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아까부터 말한 가장 핵심적인 주장은 "우리 역사에서 여성이 지도자였던 적은 굉장히 적다" 는 겁니다. 생각보다 많았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선입견보다 의외로 많은 여성 지도자가 있었다는 것이지 여전히 경우의 수 총량으로 봤을때 남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지도자의 자질을 가림에 있어 젠더 논리를 끌고 오는 건 굉장히 위험하고, 또 반동적일 수 있다는 겁니다.
-군대의 문제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군대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난가, 이 문제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휴전상태에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성 때문인 듯 하군요. 역사적으로 여성이 군대를 남성보다 더 잘 조율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 과거의 전쟁은 인간의 육체적 능력이 중요했고, 따라서 전쟁의 주체는 남성이었습니다. 심지어 지금도 그렇습니다. 전쟁의 전술과 전략, 교리를 발명한 것은 남성이었고 그것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도 주로 남성이었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또 남자들이 원시시대서부터 가지고 온 사냥꾼의 본능이 전쟁 행위에 이점을 더해줬을 겁니다.
하지만 현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국방비란게 대통령이 "야 국방비 올리자 땅땅땅" 하면 올라가는 게 아니죠. 정치란 악으로 선을 행하는 것, 국가 지도자는 다원화된 이익집단의 갈등을 잘 조율하고, 자신의 내각을 잘 관리해서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이지 대통령이 군대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한다고 군대가 잘 돌아가진 않을 거 같습니다. 군대를 다뤄야 할 사람은 합참의장이죠.
또 젠더적으로 누가 더 군대를 잘 다루는가, 옛날 같았으면 당연히 전쟁의 주체는 남성이었음에 확실합니다만 현대는 군대 역시 고도로 전문화되고 관료적인 조직이 되었습니다. 보병같은 직접적인 전투원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거의 공무원에 가까운 사람들이구요...그러고보니 2차대전때 여군들이 생각보다 전선의 후방이나 전방에서 많은 공적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여. 여튼 신체능력보다 조직의 효율성 자체가 중시되는 현대군은 젠더의 영향보다는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듯 합니다. 사실 이 논의는 본 주제에서 많이 벗어난 것이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