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은 원래 컨셉이 "저그 좀 살려보자. 날빌에 맨날 당하게 놔두지 말고, 러쉬거리도 화끈하게 멀게 해 보고, 멀티도 2멀티나 3멀티나 4멀티나 먹기 더럽게 쉽게 해 보고, 전체적인 자원량도 다른 맵의 2배 정도로 해 보자."였다.
지금으로서는 웃기는 얘기다. 현재 밸런스는 여명이 만들어졌던 시기의 밸런스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 감염충의 재발견은 말할 것도 없고, 저그들의 날빌 대처력도 여왕 사거리 패치 덕분에 훨씬 나아졌으며, 전체적인 통계 자체도 저그 쪽으로 많이 무게가 실리게 된 상황이다. 테란 유저들의 대부분(프로게이머조차도)이 3종족전중 저그전이 가장 힘들다고까지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명은 래더맵에서 당당히 그 자리를 1년 가량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상황의 다른 맵들을 생각해보자. 대표적으로 안티가조선소, 탈다림제단이 있겠는데, 두 맵의 밸런스는 여명과는 다르다. 안티가조선소(래더맵 한정)는 대표적인 테란 유리맵이며, 탈다림제단은 초기에는 밸런스가 맞지 않는 편이었으나 꾸준한 패치를 통해 밸런스를 맞춰 왔다. 현재는 밸런스가 꽤 맞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안티가조선소는 테란 기살리기라는 명분이 있고, 탈다림제단은 꾸준한 변화와 괜찮은 밸런스라는 명분이 있다. 반면 여명은 어떠한가? 저그 기살리기라는 명분이 현재도 성립하는가? 저그 유저들까지도 저그가 밸런스상 앞서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아니면 계속적인 패치를 해서 플레이하는 재미와 밸런스를 맞추려는 움직임이라도 있었나? 그렇지 않다. 여명은 전혀 래더맵의 자리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를 차치하고서라도, 맵은 당연히 게임의 한 요소로서, 플레이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밸런스가 어느 정도 맞지 않는 맵이라 해도 재미있는 경기 양상이 자주 나오면 그 생명줄은 연장된다. 대표적으로 십자포화는 치우친 밸런스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경기가 자주 나온다는 이유로 동시기에 투입된 다른 맵들에 비해 리그에서 그 자리를 오래 유지했다. 그렇다면, 여명에서의 경기가 재미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리그에서 꾸준히 나오는 불만이 바로 "재미가 없다. 하나같이 똑같은 전략, 똑같은 경기 양상만 나오고, 지나치게 경기가 늘어진다"라는 것이다. 여명은 절대 이런 경기 양상의 획일화에 청량제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대놓고 그러한 경기들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맵이다. 풍부한 자원, 지키기 쉬운 멀티들, 지나치게 긴 러쉬거리 등. 이번에 온게임넷 프로리그에 새로 추가되는 맵들을 보면, 지루하고 단순해진 경기 패턴을 바꾸기 위한 맵들이 많이 보인다. 여명과 같이 지형에 특색이 없고, 자원만 넘쳐나는 운영 유도형 맵은 없다. 이것만 봐도 여명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론적으로, 여명은 현재 저테전 밸런스가 저그 쪽으로 치우친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맵이며, 또한 최근 리그 경기들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그 다양성이 부족한 맵이다. 이런 맵은 래더에서나 리그에서나 빨리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