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들에 대한 묘사는 이 정도면 매우 탁월함. 게임이란 걸 감안하면 더더욱...처음 3개 미션에서 케리건에게 복수에 대한 목적의식을 심어주는 전개는 거의 헐리우드 영화 수준임.(보통 사람들은 '헐리우드 영화같다' 라는 말을 까는 저의로 담아 사용하지만 헐리우드 영화의 시나리오 작법은 A급 상업영화의 교과서중의 교과서입니다)
케리건은 저그와 인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고, 결국 복수를 위해 다시 괴물로 돌아감. 제임스 레이너와의 사랑이 케리건을 잡아주는 끈으로 작용함. 카리스마 넘치는 광년이었던 스타1에 비해 스타2에서 케리건의 포지션은 다크히어로에 가까움.
멩스크는 케리건과 유사한 운명을 걸으면서도 대치됨. 이미 부르드 워 때부터 멩스크는 권좌에 추잡하게 집착하는 모습들을 보여줬고 케리건은 멩스크를 사실상 트로피 삼아 살려주는 수준이었음...즉 2편에서 멩스크가 보여주는 안습한 모습들은 매우 말이 됨.
문제는 멩스크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매우 적었음. 멩스크와 케리건의 관계는 군심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관계를 만들어냄.
1.멩스크는 나쁜 놈이지만 테란 자치령의 국력을 유지하면서 코프룰루 섹터 테란들의 안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함.
2.케리건은 카리스마 광년이 시절은 끝났지만 여전히 저그이고, 그건 곧 케리건 자체가 인간들에게 늦든 빠르든 심대한 위협으로 작용.
케리건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케리건이 엔딩에서 친 대사는("너는 우리 모두를 괴물로 만들었다.") 군심의 클라이막스로 작용함...근데 이게 그렇게 임팩트있게 다가오지가 않음. 왜냐하면 멩스크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적었음. 케리건과 멩스크 사이의 저 기묘한 명분이 교착상태의 갈등을 만들고, 케리건이 분노로 가득 차 점점 괴물(저그)이 되어가는 동안, 멩스크도 똑같이 괴물(이건 인간군상 그 자체의 의미에서)이 되어가는 걸 보여줘야 했음. 코랄 말고 따로 행성 한 개를 더 추가해서 멩스크와의 대면 이벤트를 더 늘려줬다면, 아님 그것이 아니더라도 멩스크에게 독점적으로 할애하는 컷씬들이 좀 있었다면 군심 엔딩 동영상은 훌륭한 만족감을 가져다 줬을 거임...게임을 하다보면 블쟈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만 하고 수면 위로 올라오질 못하는 게 보이니까 더 안타까움.
사실 스1에선 감정선을 살리기 쉬웠음. 사실 스2의 스토리텔링이 매우 발전된 건 사실이지만, 스1처럼 타이핑만 계속 하는 체제는 캐릭터들을 묘사하기 훨씬 쉽습니다. 대사 분량만 늘리면 되니까...하지만 스2는 컷씬 입히고 모션까지 만들어야 하니까 작업량이 배가 되죠. 결국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리소스에 최대한 상징을 압축한 시나리오를 보여야 하는데, 현재 블리자드는 이 한계를 못넘고 있습니다.(디렉터인 크리스 멧젠의 한계라고 봐도 될듯.) 근데 사실 겜회사인 블쟈가 그게 가능하면 걍 영화사 하나 차려야지 ㅋㅋ
그래서 망했냐구요? 아뇨 사실 이 정도 볼륨의 묘사와 스토리적 다양성을 담는 "게임"은 여전히 매우 적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게임이 한정된 자원과 낑낑거리며 씨름을 하는 시대에는 더더욱이요..
물론 스1의 세련된 캐릭터 처리를 이미 맛본 저에게는 미묘하게 부진한 스2가 아쉽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