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아웃스탠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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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4-25 22:29:14 KST | 조회 | 963 |
제목 |
스타2 판은 경이로움 따윈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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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스타1에 비해 너무나 편해진 인터페이스,...안그래도 너무나 조작이 간편해서
마스터나 테란원탑소리듣는 프로게이머나 일정부분까진 차이없이 완벽히 똑같이 구현해낼수있는
빌드, 물량, 컨트롤 등등..
그 편리함에 모자라 군단의 심장에 넘어오면서는 시작부터 일꾼이 자동으로 미네랄에 붙어서 일하기까지.
여러가지 이유로 스타2판은 경이로움,신기함,감탄같은 수식어는 사라져버렸고 그저 수싸움과 운,
심지어 아직까지도 '밸런스' 타령이 나올정도로 실력외의 요소가 많이 작용하고 있다.
스타1의 경이로움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곘다. 다들 스1하면 떠올리는게 임요환이겠지만,
내가 말하는 경이로움은 임요환의 눈요기 쇼 따위의 누구나 몇번해보면 따라할 수 있는 걸 말하는게 아니다.
마린 한마리로 스캔 2번뿌리며 러커잡기? 드랍쉽 아케이드 플레이? 그런 건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거고
실제로 다른게이머들도 임요환 이후에 그정도는 기본이 됐었다. 물론 임요환이 섬세한 컨트롤을 선구했다는
걸 부정하진 않지만 내가 말하는 '경이로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는 임요환,홍진호 전성기시절 사실 스타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시험끝나고 친구들끼리 팀플이나 하는 정도
였지 집에 스타가 깔려서 1:1을 하거나 방송을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나와 한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풋내기 어린애가 하는 플레이를 보고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매료돼 버렸다.
그의 플레이를 보고 처음 든 생각들은 이랬다.
'허 뭐야? 뭐가 갑자기 저렇게 많아. 저게 말이 되나?'
'어째서 불리해야하는데 어느틈에 유리해졌지?'
'와 저럴떈 저렇게 하는 거였구나'
이후에 스타를 직접 플레이하게 되면서 더더욱 그의 플레이에 빠져들게 됐었다. 그의 플레이는
마치 '바둑' 같았다. 누구처럼 어떤 한부분의 컨트롤에 집중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돈남기기 등)
를 보는것이 아니라, 항상 큰 판을 읽고 있엇다. 전투는 질지언정 전쟁은 지지않았다. 어떤 상황에서건
필요한 플레이만 딱딱 가장 효율적으로 하고있었다. '승리'만을 향한 머신같았다. 실제로 그의 전성기
승률은 80%에 육박할 정도였고, 당시 몇년동안 양대 방송사 대회 결승에 그의 이름이 빠지는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3개 방송사 리그에서 1시즌에 동시에 우승하기도 했다.(엠겜,온겜,겜티비)
그는 바로 이윤열이다.
사람들은 이윤열에 등장에 상당히 불편해했다. 되도않는 억지 이유로 그를 깔아뭉갰고, 절대 임요환
위로는 못올라오게 하려고 애썼다. '플레이가 재미없다' '못생겼다' '맨날 똑같이 한다'
플레이가 재미없다고? 이전에 없던 엄청난 수준의 경기를 보고도 재미가 없다면 그건 니 실력이 형편없는거다.
못생겼다고? 게이머가 게임만 잘해서 이기면 되지 뭐 어쩌라는 거지?
맨날 똑같이 한다? 똑같이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실제로 이후 이윤열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스타일이라고
정평이 났다) 똑같이 해도 이기기만 하면 그만인 게 프로 아닌가?
도진광 vs 임요환의 눈썩는 경기가 희대의 명경기라며 사람들이 광분할 때 나는
말도 안되는 타이밍에 말도 안되는 물량으로 어이없이 상대를 찍어누르는 이윤열에 광분했다.
임요환이 도진광상대로 엄청나게 유리해서 테란이 토스보다 멀티 3개는 더 먹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3천 이상남겨서 리콜한방에 본진털려서 이사간 후 저축했던 돈으로 꾸역꾸역 재역전한
OME 게임과 그에 열광하는 팬들이 솔직히 어이없었고 심지어는 역겨웠다. 이윤열이었으면 애초에
유리할때 끝내버리지 그따위 역전따윈 당하지 않았을거다. 실수에 실수가 연발되서 다이나믹한 상황이
만들어진게 명경기?? 그런 명경기라면 개나 줘버리라고 생각했다.
이윤열의 게임 중 생각나는 게임이 몇개 있다.
강민과의 게임이었는데, 이윤열 특유의 소수벌쳐 견제 후 6팩토리 올에드온 말도 안되는 탱크 1부대 반
러쉬를 강민이 셔틀+스톰으로 일거에 전멸시켜버리고 멀티가 2-3개 더 많은 상황. 앞마당만 먹은 상황이라
이건 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17분에 전멸당했던 탱크 20대보다 더 많은 수의 탱크가 23분에 진격을 시작한다.
어이가 없었다. 아니 저 탱크가 어떻게 나온거야? 뭐야 이 말도 안되는 탱크수는? 이윤열은 같은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차분히 탱크를 1열로 시즈모드해 맵을 반을 갈라버릴 수의 탱크로 'TANK WALL'을 만들어
토스의 200병력을 녹여버리고 강민에게 GG를 받아냈다. 그때 이창선? 해설이 했던 말도 내느낌과 같다.
'전율이네요. 진짜 경이롭습니다, 말이 안나오네요 이게 진짜 가능한건지'
'그동안 이윤열 선수가 실력에 비해 인정을 못받았는데 이젠 진짜 인정해줘야 할 거 같네요'
'앞마당 먹는 이윤열' 이표현의 정확한 뜻을 아는 사람은 거의없다.
이윤열이 앞마당을 먹기만 하면 그게임은 무조건 상대가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아무리 유리해도,
이윤열의 운영과 물량에 픽픽 나자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윤열이 삼룡이를 먹으면 상대가 올멀티를 먹어도 진다'
거긱에는 그냥 딱히 이유가 없었다. 그냥 이윤열이 '더 잘해서' 그랬다.
말도 안되는 탱크 물량으로 공포의 기계음을 내며 동시에 시즈모드해 히드라 러커 캐첩만들고
드라군 질럿 아이스크림 만들고 비웃듯 유유히 탱크모드로 전환할때의 그 압도적인 웅장함에
나는 신기함과 경이로움을 느꼈다. 따라하고 싶은데 따라할 수 조차 없는 격이 다른 플레이에
감탄할 따름이었다. 이윤열과 꼭 1:1로 한판 해보는게 당시에는 소원이었다.
우연찮게도 그 소원은 이내 이루어졌다. 당시 투나SG소속으로 프로게이머 랭킹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이윤열과 게임을 할 기회가 생겼다. 정확한 시일은 2004년 2월 22일 부천 투나SG쇼핑몰 10층
에서 이벤트성으로 윤열동 까페 우승자와 이윤열을 매칭시켜줬는데, 운좋게도 우승을 해 이윤열과
만나서 게임을 하게됐다.
기가 막힐 정도였다. 이윤열의 노가다 드랍(드랍쉽 한대로 마린매딕 2-3번 수송해서 한번에 끝내는 전략)
을 저글링 러커로 시원하게 막아낸후 4가스를 파기 시작할떄 이윤열은 그제서야 앞마당을 앉혔다.
앞마당을 앉히면서 이윤열이 진출을 했는데 그 병력또한 물음표가 그려질만큼 많았지만 압도적으로
유리했기에 깔끔하게 쓸어버리고 멀티안정화, 하이브테크를 탔다.
그런데......그 병력이 잡히자마자 내 오버로드에 이윤열의 삼룡이 멀티에 커맨드 하나가 날아가
안착하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커맨드가 하나 더 있네? 그럼 지금 쳐들어가면 병력 하나도 없겠네"
그런데 도리어 이윤열의 병력이 또다시 센터에 진출했다. 아까보다 병력이 훨씬 더 많았다.
그 싸움은 세미 싸움이 났다. 이해할수가 없었다. 아니 초반 올인도 실패했고 앞마당도 느렸는데
3번째 커맨드는 뭐고 저 병력은 뭐야? 더 놀라운건 센터 세미싸움 직후에 또다시 날아가는 4번째
커맨드. 그리고 더 많은 병력들. 디파일러가 나와서 수비는 됐지만 점점 후달리고 판이 장악당하는
느낌만은 확실했다. 그떄부턴 '무서울' 지경이었다. 그의 플레이가 두렵고, 마치 치트키를 쓰는 것같을
정도로 강함이 느껴졌다. '아 절대 못이긴다. 이사람은 이길수가 없구나' 결국 내 멀티가 하나씩 파괴되고
이윤열은 여유있고 빠르게 멀티를 늘려가며 승리했다. 이해할 수 없는 강함이었다.
'아 이윤열 게임을 보는 입장에서는 신기했지만 상대하는 선수는 무서움을 느끼겠구나' 싶었다.
'프로게이머의 압도적인 강함' '대단함' '경이로움' 따위는 스2에서는 느낄 수 없다.
오히려 '나도 저만큼은 한다' '이건 밸런스의 문제지 내 실력 문제가 아니다' 이딴 생각이 팽배해있는게
바로 이 스2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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