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스타1 팬과 스타2 팬은 서로 스꼴, 스투충이라며 대립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서로 중첩된 부분이 크다기 보다는 오히려 분리 되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타2 팬들 중에서도 기존에 스타1을 했거나 혹은 즐겼거나 혹은 더 나아가서 극성팬이었던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스타1과 스타2의 대립 상황을 놓고 볼 때 그 비중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즉 현 스타2 팬들은 스타1을 하지 않은 채 스타2를 스타크래프트의 첫 시리즈로서 접했거나, 스타1을 하기는 했지만 스타1 팬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좋아하거나 즐기지는 않았거나, 스타1을 많이 좋아하기는 했지만 스타2를 하다보니 스타2가 더 재밌게 느껴졌다거나 혹은 스타1은 좋아한 만큼 잘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스타2에서는 꽤 잘 할 수 있게 되어서 스타2가 더 좋아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스타1의 아성이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대단했고, 기이할 정도로 스타1이 인기몰이를 한 한국에서는 e스포츠 팬은 곧 스타1 팬이라고 불릴 정도로 스타1 팬 층은 두터웠으며 그만큼 한편으로는 스타1 팬들을 잡는 것이 한국시장에서의 흥행 여부를 결정 지을 정도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고, 특히 스타1과 같은 RTS 장르이고 또한 같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인 스타2의 경우 더더욱 스타1 팬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현재 스타2가 한국시장에서 기대만큼 맥을 못 추고 있고, 과거 스타1의 흥행에 비하면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은 물론 롤을 필두로 한 MOBA(AOS) 장르의 새로운 인기몰이가 한 몫을 하고 있긴 하겠습니다만 기존에 존재하던 스타1 팬들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과 대립했던 것이 어찌보면 큰 이유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과거 온게임넷이 스타리그 및 프로리그를 잠정 중단, 사실상의 포기를 선언하면서 스타2 팬들로부터 '배신감, 실망감'을 느꼈다며 각종 비판을 받았는데 온게임넷이 개국 당시부터 온게임넷의 정체성으로서 갖고 있던 것은 본래 스타1이지 스타2가 아니기에 온게임넷이 비판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현재 스타2 팬들 중 기존 스타1 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본인이 과거부터 즐겨오던 스타크래프트의 포기'라는 명분 하에 온게임넷을 비판할 수 있었겠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스타1 팬과 스타2 팬은 사실상 양분되어 있는 상황이므로 스타2 팬들로서는 단순히 자신들이 좋아하는 게임의 중계를 한국에서 가장 큰 게임 방송사인 온게임넷이 포기했다는 것, 특히 스타2의 시장 상황이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 발을 빼고 물러섰다는 것에 대한 지극히 감정적 반응 외에는 온게임넷을 비판할 명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온게임넷이 새로이 스타행쇼 시즌 4를 진행하면서 스타2의 현재 상황과 문제점, 발전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은 온게임넷이 비록 사기업으로서 상업성이 떨어지는 스타2 중계에서 현재 물러나 있기는 합니다만, 또한 비록 스타2가 자신들을 탄생시키고 오랫동안 자신들의 이익 기반이 되어 준 스타1은 아니긴 합니다만, 어찌되었든 스타2도 스타1과 같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이기는 하니 자신들이 당장 스타2 리그를 개최하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기왕이면 스타2가 잘 되었으면 하는 의미에서, 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자신들이 스타2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의미에서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노력이라고 생각하고 바람직한 선택이며 한편으로는 스타 팬의 입장에서 고마워 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돈 안 된다고 스타2 중계 포기 할 때는 언제고 염치없이 스타2를 입에 담느냐. 하는 얘기마다 스타2에 부정적인 것들 뿐인데 스타2에 악감정 갖고 망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더니 스타2 버릴 때부터 진작에 알아봤다.'라는 식의 감정적, 비합리적 대응을 할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스타2의 흥행과 재기 여부는 스타1 팬 층을 다시금 스타크래프트 시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하등 문제 될 것이 없겠고요.
물론 현 스타2 팬들 입장에서야 열렬히 현재의 스타2를 응원하고 사랑해주는 자신들의 의견을 일부 외면한 채 그저 대중적 인기몰이에만 치중하여 자신들과 대립관계에 있는 스타1 팬들을 배려하여 그들을 스타2 시장에 끌어들이려는 시도들이 못마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노력의 주체가 블리자드이든 방송사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그러나 동시에 스타2 팬들 역시 스타2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스타2가 대세게임으로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마음 한켠에는 있는 것이 사실 아닌가요?
스타2가 세계적으로는 아직 충분히 인기 있고 상업성이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한국에서도 롤이나 스타1 시절과 비교되어서 그렇지 충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대중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실상 스타2는 현재 매니아층에 국한된 시장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매니아라고 한다면 자신들이 현재 큰 문제없이 게임을 재밌게 즐기고 있는 이상, 특별히 리그의 존폐를 고민할 정도로 위기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현재의 틀에서 큰 변화없이 게임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일 것입니다.
스타2의 경우에는 스타1과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니 더욱이 스타1과 가까운 방향으로 스타2의 개발이 진행되는 것을 원치 않겠죠.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스타2 팬들의 입장인 것이고, 스타1 팬들이나 방송국의 입장에서는 또 다를 수 있습니다.
스타2 팬들과 대립하는 스타1 팬들, 현재 스타2에 흥미가 없는 스타1 팬들이라고 해서 스타2에 대한 아쉬움이 없겠습니까?
비록 스타1에 국한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오랫동안 '스타크래프트'라는 시리즈를 즐겨왔던 사람들이고, 스타2 개발 초기에는 그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레던 사람들인데 말이죠.
다만 그것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껏 즐기지 못했던 것일 뿐이고, 아직 스타2의 마지막 확장팩의 개발이 진행 중이니 만큼 기왕이면 다시 한 번 자신이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죠.
방송국 입장에서는 스타1 중계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고, 어찌되었든 같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로서 스타2에 대한 애착심도 다른 게임에 비해 남다를 수밖에 없기에 웬만하면 스타2가 잘 되어서 자신들도 다시 스타2를 중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 되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고요.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방송국의 경우 단순히 게임에 대한 애착심만 갖고 리그를 진행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니 리그 중계를 위해서는 게임의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스폰서 계약 등 중계를 위한 주변 여건이 자연스럽게 갖춰지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고, 대중적 인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방송사가 직접 나서서 게임의 현 문제점과 앞으로의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오히려 해당 게임에 대한 애착심과 리그 중계를 위한 적극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현재 세계적으로 스타2 리그가 운영이 잘 되고 있는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오히려 한국시장에서만 국한되어 흥행몰이를 하던 스타1 시절에 비해서는 현재의 스타2의 여건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으므로 앞선 논의와는 상관이 없이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대상이 생기면 점차 그 대상에 대한 애착과 더불어 일체감, 소유감을 느끼게 되는데 현재 스타2 팬들에게는 스타2가, 스타1 팬들에게는 스타1이 그럴 것이고, 스타1 팬들의 경우 이에 더 나아가서 스타1이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첫 작품 만큼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전체에 대해서도 같은 감정을 갖게 될 것이란 생각입니다.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대상이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혹은 다른 누군가가 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털어 놓거나, 혹은 자신이 즐기던 방식에서 변화를 주어 더 이상 자신의 흥미도를 떨어뜨려 놓는다면 좋아할리 만무하겠죠.
그렇기에 스타2 팬들은 스타2가 현재의 스타2의 정체성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이겠고, 스타1 팬들은 애초에 스타2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니 이제라도 변화하여 자신들의 입맛을 만족시키기를 바라는 것이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타행쇼가 비록 스타2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단순히 현재 스타2 팬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같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스타2를 외면하고 스타1 팬들 및 잠재적 스타2 신규유저들을 포함한 모든 e스포츠 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스타2 팬들 입장에서야 스타행쇼가 스타2 프로리그 시간과도 방송시간이 겹치고, 이유야 어쨌든 과거 자신들에게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겨준 온게임넷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데다가, 오고가는 대화의 내용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상이한 경우가 많으니 당연히 불편하게 느껴지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그저 현재의 스타2 시장 상황에서 자신이 스타2를 즐기는데 만족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타2 시장이 좀 더 성장하여 대중적 인기를 누림으로써 더 큰 즐거움을 얻기를 원하는 것인지,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어떠한 점들이 보완,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결국 스타행쇼에서 다루는 내용들을 포함하여 스타2에 대한 모든 논의들에 대한 평가는 이와 같은 생각들이 고려, 선행된 채 이루어져야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타2 한국시장을 논할 때 세계시장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고, 세계적으로 훌륭한 게임으로 평가 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서는 의미 있을지 모르겠으나 엄연히 한국시장에는 적용되는 내용이 아닌 만큼 한국시장에서의 스타2를 논할 때는 무의미한 것이겠죠.
스타1의 흥행 여부를 보더라도 e스포츠에 있어서, RTS 장르에 있어서 한국시장과 세계시장은 차별성을 갖고 있고, 블리자드의 개발 의도, 추구하는 방향과는 무관하게 한국시장에서 활동하는 한국팬, 한국유저로서 어디까지나 한국시장과 한국 팬들의 특성을 고려한, 이에 맞는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