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대청마루감자탕 | ||
---|---|---|---|
작성일 | 2014-11-15 14:41:37 KST | 조회 | 9,702 |
제목 |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에게 드리는 개인적 팁
|
우선 엑스퍼 중에서 수능을 보신 분들께 다시 한 번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스2게에서 이런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스2게에까지 진로 질문이 간간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의 경험에 입각하여 조언... 이라기 보다는 먼저 대학에 다니는 사람의 생생한 이야기를 해주려고 합니다.
다만 제가 문과라서 이과 쪽 서술은 적을 수도 있으니 이해 바랍니다.
그럼 이즈음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을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1. 전공 선택, 이과는 무조건 공대 문과는 무조건 상경대?
: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하다가는 900% 후회합니다. 물론 공대(그 중에서 전자/화공/기계)와 상경대가 각 계열 중에서 취업에 그나마 덜 불리한 것은 맞습니다. (첨언하자면 이제부터 '유리하다'는 말은 더 이상 없습니다. 메이저 공대 기계과 나와도 서류 100장 내면 20장 정도 살아남는 게 현재의 현실이니까요. 한 6여년 전만해도 90장이 통과였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에도 안 맞는 전공을 공부해서 과연 제대로 된 학점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렇게 '성실성의 척도'인 학점에서 꼬이면 아무리 대학이 좋고 과가 좋아도 재벌, 공기업 등 여러분이 희망하는 직장들의 입사전형 1단계도 못 뚫습니다.
좀 극단적인 예지만, 제 절친선배 중에 메이저 과고 나오고 기계과 장학생으로 들어간 형이 있어요. 그런데 이 형은 물리, 기계랑은 전혀 안 맞고 오히려 컴퓨터(정확히는 일러) 활용에 빠삭한데 '아무 생각없이 그저 취업깡패'인 기계과로 갔다가 4학년 때까지 매일매일 후회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지금은 본인 적성에 맞는 진로 찾아놓고 졸업논문 쓰는 중) 사실 저도 '서류분쇄'라는 '루머' (루머 맞습니다. 아예 공학도만 뽑는 전형은 직렬 특성상 있지만 상경학도만 배타적으로 뽑는 전형은 없어요. 물론 우대사항이 있긴 한데 그거야 재벌 입장에서 '당장 써처먹기 좋은 사람'은 어느 정도 계산기 굴릴 줄 아는 사람이니까요... 휴우... 그렇다고 절대적 우대는 아닙니다. 비상경이어도 한은, 금감원 다 뚫습니다. 준비만 되어있다면) 때문에 무작정 상경계열을 생각했다가 머리가 미어터지도록 후회하고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만족하는 전공이기에 불만이 전혀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신 다음에 그것을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고민하세요. 그 다음에 결정하면 됩니다. 잘 모르겠다면, 요새는 진로탐색 프로그램들이 인터넷에도 (공인된 코스말입니다) 많이 있어요. 그거 활용하고 주변의 부모님, 담임선생님 등과도 진지하게 얘기해보세요. 3명 이상과 대화를 하다보면 거진 다 나오더라고요.
그럼에도 인문/사회/자연대 등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불안하다고요? 아예 자기자신을 특성화시키세요. 자기가 공부하는 분야의 깡패가 되면 뭐든지 길이 있습니다. 하다못해 대학원 연구장학생이라도 되니까요. (일반 기업 취직의 경우에도 학사와 석사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큰 배움'을 '스스로' 찾는 것이 대학생의 정의인데 그것조차 안 하실리는 없겠죠?
2. 대학 입시. 대학vs학과?
: 보통 이른바 높은 대학의 비주류 학과와 상대적으로 낮은 대학의 주류 학과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겁니다. 저는 웬만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학과'를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자기의 지망 학과가 입시시장에서 과소평가 받는 인문사회/자연계열이면 볼 것도 없죠) 그러나 여기에 제가 하나 고려 안 한 점이 있어요. 바로 '전과' 제도 입니다.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맞나?) 등을 제외한 웬만한 대학에서는 2학기 혹은 4학기 전과제도가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맞지 않는 전공의 수업'을 감내하며 높은 학점을 받아낼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전과를 하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실패의 가능성도 항상 있으므로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3. 동일 레벨에서는 선택을 어떻게 하나요? (탈락 위험이 없다고 가정할 때)
: 휴우... 저는 대학 서열화나 학벌사회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입시 상담을 해주는 처지에서는 일단 현실적인 고려를 해야죠. 그리고 현실을 보면 몇몇 대학이 동일 레벨로 묶여있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다만 제가 모든 급간을 다 알지는 못하니 입시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학을 위주로 말씀드릴게요. (이과는 학과 보정이 있고 들쑥날쑥이 심해서 문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연세대vs고려대(고려대vs연세대) : 이 정도 레벨이면 사실 연대 모 과 쓰면 붙고(떨어지고) 고대 모 과 쓰면 떨어지고(붙고) 이런 거 거의 없습니다. 그냥 본인 취향껏 가세요. 다만 사학을 전공하겠다면 고대를 추천합니다. 서울대와 함께 서강학파의 '포스트모더니즘' 폭주를 막는 투탑입니다. 그리고 자x련과 같은 노답 단체들이 신촌의 경x대학 등지에 다수 분포하고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노이즈마케팅 하려고 총학선거에 나온 것 같더라고요...) 다만 연정은 그야말로 고유명사로 봐도 될 정도로 상당한 명성을 지니고 있으니 정치학도를 꿈꾸시는 분들 참고 바랍니다.
- 서강대vs성균관대vs한양대 : 이 동네는 소위 '폭발과 펑크'가 잦은 곳이라 본인의 지망대로만 갈 수 없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어느 정도나면 13학년도에는 서강대 인문대학이 경제/경영대학을 제치기까지 했습니다... (...)
만약 전과를 염두에 둔다면 한양대 밖에 선택지가 없습니다. 서강대나 성균관대는 전과 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로스쿨 생각한다면 한양대 정책 추천합니다. 법대의 직속후예이자 (이게 큽니다. 동대학 우대는 타 대학도 다 있지만 다른 곳은 법대를 해체하고 다른 학부를 도입했다가 내홍이 있었는데 한양대는 법학08-정책09로 바로 이어집니다.) 자대 로스쿨 진학시 전액지원 해줍니다. 그리고 이건 대부분 가고나서 알게 되는 사실인데 인문대가 의외로 내실이 있습니다. 국문에 정민(한시. 이걸로 설명 끝) 사학에 박찬승(근현대사 교과서 저자) 중문에 엄익상(서울 중국어 표기 首尔 만든 분) 교수 등등... 그러므로 예비 인문학도들은 자기가 그 과 중에서도 어떤 것을 공부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대학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과는 자신이 없고 대신에 복수전공으로 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다면 서강대를 추천합니다. 복전 신청에 있어 학점으로 자르는 제한이 없습니다. 또한 예수회 대학이라서 인문학을 비롯한 순수학문을 아직까지 제값 취급해주는 몇 안되는 대학입니다. 참고로 동유럽사에서 '세계적 10탑(국내 10탑이 아닙니다. 이 분은 폴란드사에 있어 세계 정상급이며 폴란드어로 논문 쓰는 교수님입니다...:;)' 중 1명인 임지현 교수가 서강대 사학과 출신입니다. 그 밖에 art&technology 전공이라고 해서 미디어아트 쪽 공부하는 과가 있는데 인문/공학/예술 융합이 목표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자세히 알아보고 결정하면 좋을 것 같네요.
성균관대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학 운영 측에서도 반도체와 같은 특성화과 아니면 찬밥 취급하고 (그래서 경영vs글로벌경영/경제vs글로벌경제/사회대vs글로벌리더(!!!) 등의 알력이 예상 밖으로 심각합니다... 물론 도찐개찐이지만) 학내 생활에 있어서도 '자치'라는 게 없어요. 아니 '형식상으로' 있긴 있는데 다 막고 때려부수죠. 뭐 난 그런 것과 상관없다 이런 식으로 확언할 수 있으면 모르겠습니다만 막상 대학에 들어가면 '결코 상관없을 수' 없습니다. 이거 하나는 제가 확담하죠. 뿐만 아니라 아직도 학부제를 유지해서 전공진입의 기준이 '닥치고 학점'입니다. (서울대는 전공적성 면접+동점자 등의 경우에 학점으로 분별) 치사하게도 '사회과학계열'로 사회대와 경제대를 묶어놔서 수험생들에게 '경제/통계 진입의 환상'을 심어주죠. (현실은 시궁창)
- 경희대vs시립대vs외대vs중앙대 : 입시시장에서 '논외' 판정을 받는 경희대 한의예과 등은 예외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경희대가 서강대 포지션을, 중앙대가 성균관대 포지션을 맡고 있다는 전제를 우선 생각하면 매우 편합니다. (실제로 성대-삼성 중대-두산이죠.)
고로 순수인문사회계열에 뜻이 있다면 볼것도 없습니다. 경희대 가세요. 심리학과 빼고 다 있습니다. 게다가 등록금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회담장면이 아프리카(!!!)로 생중계되어 학생들이 자기가 낸돈이 어떻게 결정되고 쓰이는지 다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젝을 비롯한 해외 석학을 꾸준히 초빙하고 아예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개설하여 전인교육의 선두에 있는 대학입니다. 후칼의 교양수업이 들을 때는 좀 머리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이 인상깊다고 하네요.
혹여나 외고를 나왔고 전공어를 포기하지 않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어학 쪽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싶다면 외대를 권합니다. 그리고 외교계열을 노리는 분도 외대가 좋습니다. LD학부라고 해서 국립외교원이나 외교부 공직을 준비하는 신설학부(라고 쓰고 법대-자전의 후예라고 읽는다)가 있거든요. 다만 외대에는 순수인문(사철)계열이 없으니 유의하세요.
무난하게 공무원을 하고 싶으면 시립대 도시과학 트로이카(세무/행정/도시행정)을 추천합니다. 지금이야 특채는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가장 유리한 학과들이죠. 그리고 트로이카는 아니지만 도시사회학과도 시 공무원 준비하기에 괜찮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아 그리고 비장의 반값등록금으로 인해 등록금이 100만원이 채 안 되는 곳입니다. 이게 제일 중요하네요 ㅎㅎ 고로 만약 자신이 인문사회도 어학외교도 아니라면 시립대 추천합니다.
(중앙대는 성대보다도 더 때려서라도 뜯어 말리고 싶습니다. 각종 파탄과 기행은 기본이요 군대 다녀오니 과가 없어졌더라는 제보가 끊이지 않는 동네입니다. 그렇다고 성균관대처럼 재단의 태클 속에서도 학생자치활동을 끈질기게 유지하는 단위가 있냐? 없어요. 거의 없어요. 삼성성균학원에 이어 두산중앙학원입니다. 혹여나 심리학과 가고 싶어서 중앙대 쓰겠다면-경희/외대/시립에는 다른 과는 있는데 심리학과가 없음- 반수해서라도 서강 심리가세요. 그게 천배 만배 낫습니다.)
4. 군대는 보통 언제 가나요?
: 자기가 대학 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그리고 소속 단과대가 어디냐에 따라 많~이 갈립니다.
상경대 분들은 그냥 최대한 빨리 다녀오세요. 어차피 연고대처럼 반 조직이 내실화되어 있어 반이 과 역할을 대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이런 경우는 뒤에 사회대 경우 얘기할 때 말하겠습니다.) 보통은 인원 배정을 위해 1~5반 정도로 나누기만 하고, 방치합니다. 과 생활이나 뭔가를 기대할 수가 없어요. 오래 있어봤자 자x련 등의 노답 뉴라x트 단체 등에 멋모르고 낚일 확률이 높습니다. 상경학도들이 선호하는 경제경영학회 등으로 위장하고 접근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넘어갈 수 밖에 없거든요. 그렇다고 군대가 정답인 건 아니지만, 군대에서의 '정훈' 등이야 '용비어천가'인 것 쯤은 다들 아니 걸러들을 수 있지 않습니까.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당사자의 지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함) 서강, 경희 등처럼 자체 정화조직이 있는 단위가 아닌 이상 최대한 빨리 다녀오고 대학 생활은 중앙/연합동아리 등의 활동으로 채우세요. 학생회 테크 절대 비추합니다. 우선 뭣도 아닌 것들이 면접으로 사람을 가르는가 하면 (쉽게말해서 자기네랑 쿵짝 맞는 사람만 뽑겠다는 거임) 피라미드 식 구조라서 학년이 올라갈 수록 국장급이 안 되면 옷벗어야 합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의 인연?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쌩입니다. 인간적 유대관계라기 보다는 한 명 한 명을 사업 상대로 볼 뿐입니다. 게다가 상경계열 학생회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여러분이 그토록 증오하던 집단의 (광범위한 의미에서) 일원이 될 확률이 매우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된 인간들이 부지기수이고요. 인터넷 등에서 비추하는 경우(당장 이 댓글에도 있더라고요)는 십중팔구가 이 경우입니다.
사회대(그리고 연고대 상경), 인문대 분들은 개별 선택하기 나름입니다. 과/반(연고 상경 혹은 학부제 대학) 생활(학회/소모임/동아리 등)을 하겠다면 2학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본인들도 후배 받아서 '사람을 이끌고 함께 하는' 연습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과에서 생활을 하겠다면요. 초중고 때 임원 이상 해본 적 있고 대학에서도 그런 '리더십'에 관심있다면 학생회 테크도 괜찮습니다. 보통 연초에 수습집행부를 모집할 때부터 같이 하는 게 정석이고요, 그 외에도 학생회 한해살이 도중에 각 사업마다 기획단을 모집하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돕고 싶다고 하면서 합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하고 싶다면 누구나 다 받아줍니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더라도 팽당하고 그러는 거 없어요. 그래서 해볼만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끼리 서로 같이 활동하고 친해지면서 가을 선거를 준비하는 거죠. 물론 다른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중앙/연합동아리도 괜찮은데 연합동아리의 경우, 알짜배기 몇 군데를 제외하면, 남녀 쌍쌍이 목적인 곳도 있어서 (...) 공대와 여대를 선호하는지라 안 맞을 수도 있을 겁니다. 만약 자기 단위가 학부제라면 더더욱 2학년 이후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과 생활을 안 하더라도 자기 단위 구성원이 누군지는 알고 가야죠...:;
이공학도들은 대체요원 등을 염두에두고 스트레이트로 대학원에 가는 경우가 잦은데, 문과는 그런 거 없으니까 (...) 늦어도 졸업 전에는 군대 다녀옵시다.
5. 마치며
이 말이 100%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 대학의 경우(부산대, 전남대 등의 국립이나 명문사학 제외) 학소동의 공동체 문화에서 좋은 건 온데간데 없고 이른바 군대놀이만 남아있는 실정이니까요. 그러나 백지 상태로 들어가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보다는 이렇게 먼저 대학 다니는 사람의 팁이 새내기들에게 받아들여지면 조금이라도 나은 스타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다들 입학까지 건승하세요!
그나저나 공허의 유산 빨리는 아니더라도 내년 겨울 이전에 나오면 좋겠네요...^^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PlayXP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