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조선누룽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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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6-01-20 16:22:24 KST | 조회 | 594 |
제목 |
전태양 파이팅! - (헌정작)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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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형이야!"
2015년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포스트 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한창인 이곳 롯데월드 가든스테이지의 남자화장실에서 전태양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영호!
그가 누구란 말인가!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전무후무한 위대한 업적을 쌓으며 최고, 최강의 프로게이머라고 불리는 선수가 아닌가! 스타크래프트2에서 잠깐 주춤 했지만 마침내 3연킬! 올킬을 눈앞에 둔 이영호의 이 행보에 그 누가 흥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마침내 최종병기의 부활의 신호탄이 될 오늘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 이영호를 따르고, 믿었던 전태양에게 있어서 이 순간은 언젠가 반드시 오게될 예정된 수순의 미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쁘지 않은게 아니었다.
그런 초롱 초롱한 눈으로 전태양은 이영호를 바라보면서 쉴새없이 떠들어댔다.
하지만 그런 전태양의 행동이
이영호에게는 짐이 되어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음을 전태양은 그땐 아직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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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형이... 은퇴라고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
영호형이... 은퇴라니...
전태양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전태양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이내 이해했다.
"왜죠!? 감독님!? 영호형은 3킬을 했다고요! 영호형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가 부족한 탓이잖아요! 제가! 프종빨러 김유진을 이기지 못했으니까 그런거잖아요! 그런데 왜 영호형이 은퇴를 해야되는데요!?"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못하고 대들고 말았다.
영호형의 은퇴를 감독님이 바라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분노를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은 눈앞에 감독에게 대드는 방법 밖에 전태양은 몰랐다.
그 후 감독에게 들은 말로 전태양은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이영호가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본인이... 은퇴를 결심했었다는 것...
'쾅!'
"제기랄!"
감독의 방에서 나오면서 전태양은 애꿏은 벽을 치면서 욕지걸이를 내뱉었다.
과거의 강함을 잊어버린 최약의 삶
최강에서 최약으로...
그리고 다시 최약에서 최강으로 가는 그 험난한 여정에
이영호는 지치고 나약해 졌음을...
그것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로 옆에서 봐 왔으면서도
자신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
자신이 얼마나 영호형에게 의지하고 있었음을...
영호형 처럼 언제나 강하고... 팀이 3대 0으로 지고 있어도 웃을 수 있는 그런 강대함을 가지고 싶었는지
전태양은 이영호의 은퇴 소식을 듣고 마침내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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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빈자리가 되어버린 이영호의 자리를 바라보며 전태양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게임을 할때마다 영호형이 앉아있는 저 자리를 바라보며 얼마나 큰 힘을 얻었던가...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이 이렇게 찾아올 것이라고는 전태양은 알 수 없었다.
전태양에게는 아직 이 괴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태양아 정말 안갈거야?"
연습을 하는 둥 마는 둥 마우스만 붙잡고 연신 이영호의 빈자리만 힐끗 힐끗 쳐다보던 전태양에게 보다 못한 전상욱이 말했다.
"영호 뒷정리하는 것도 도와주지도 않고, 너 영호랑 작별 인사는 제대로 했어?"
"......"
"야 전태양 너 형이 말하는데 그렇게 대답도 안하고 그럴 거야?"
전태양은 알고 있었다. 이러면 안된다는 것. 이러면 이럴 수록 팀원들에게도
영호형에게 폐가 된다는 것...
영호형을 더욱더 힘들게 만든다는 것... 하지만 전태양에게는 너무나도 참기 힘든 현실이 었다.
"형이 뭔데요"
마침내 내 뱉은 말.
"뭐?"
전상욱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말하자,
전태양의 감정은 더이상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 하고 말았다.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요! 영호형이 왜 은퇴하는지 알아요!? 형들 때문이에요 형들 때문! 이 c!발 프로토스 sㅐ끼들 꼴도 보기 싫어!"
"저... 저자식이?!"
"참아 오늘만은... 태양이도 많이 힘들꺼야..."
전상욱의 어깨를 잡고 진정시키는 김대엽은 슬픈 눈으로 뛰쳐나가는 전태양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또한 자신들 프로토스들에게 이영호의 은퇴의 원인이 있음을 알기에...
그리고 그를 위로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뛰쳐나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부탁한다... 영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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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태양이는 숙소를 나갈 준비를 하는 이영호는 물론이고 타른 팀원들과도 대화하지 않았다.
영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을 떠나는 자신이 그에게 더이상 무슨 말을 해줄 수 있겠는가
자신은 승부를 포기했다.
노력을 해도 노력을 해도 빨라진 게임, 달라진 양상들은 점차 자신이 적응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변해갔고, 다시금 나오는 공허의 유산에 적응할 자신이 도무지 없었다.
자신은 패배자이며, 도망치는 개였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눈물을 훔치며 숙소를 뛰쳐나가는 전태양을 보며, 이영호는 자신이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직감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이영호는 전태양을 쫒아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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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공원이었다.
가끔 운동차 오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바깥공기를 쐬러 나오는 장소.
한 평생 게임 밖에 모르던 그들이 즐겨찾는 그 장소는 그렇게 특별하지도, 유명한 장소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별을 하기에는 누구보다도 최적의 장소였다.
마침내 멈춰선 전태양과 이영호는 이 추억의 장소에 서 있었다.
"태양아"
"왜요"
조금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에 이영호의 가슴은 찡했다.
말을 걸었지만 어떤 말을 해주어야될지 이영호는 몰랐다.
열심히해라? 그런 흔한 말만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해줄 엄두가 안났다.
열심히 하는 것을 포기한 자신이 그 말을 입에도 되는 것인지 덜컥 겁이 났고, 아무런 말도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 때 전태양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형... 그거 알아요? 저는 형이 은퇴 안했으면 좋겠어요. 형은 제 우상이었어요. 언제나 강하고.. 언제나 누구보다 더 많이 연습하고... 노력하고... 저도 형 처럼 되고 싶었어요."
전태양의 고백과도 같은 말에 이영호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가 자신을 우상처럼 바라보고 있다는 것.
그것은 누가봐도 명백했다.
자신 또한 그의 우상으로 군림하기 위해 노력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의 환상을 깨부수지 않도록, 죽을 듯이 연습하고, 그의 우상으로서 존재할 수 있기위해 이겨왔다.
하지만 더이상 그 환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이상 전태양은 자신을 우상처럼 여기던 작은 꼬맹이여서는 안된다.
"형... 은퇴 안하면 안되요...? 조금만 더 저랑 같이 게임 하면 안되요?"
마침내 눈물 범벅인 얼굴을 들고 전태양이 말했다.
그리고 영호는 태양이에게 말할 결심이 섰다.
"태양아 여태껏 정말 고맙다. 나도 네가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나를 언제나 믿어주는 네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맙다."
"혀어어엉 ㅜㅜㅜ"
"하지만 말이야. 태양은 전 우주에서 단 하나 뿐이야. 내가 있으면 너라는 태양이 떠오르지 못해. 넌 태양이야. 매일 다시 떠오르는 태양(sun)! 내가 있고 나만 바라보면 넌 달(moon) 밖에 되지 못해"
"혀엉혀엉 ㅜㅜㅜㅜㅜ"
"다시금 떠오르는 태양이 되어라 태양아 네가 스타2를 비추는 그리고 KT롤스터의 태양이 되어라"
그 말만 하고 떠나는 이영호의 뒷모습을 전태양은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바라보았다.
그의 뒷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흐르는 눈물에 흐려지는 시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라보고, 가슴속에 새겼다.
태양은 지더라도 내일 또 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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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아 지더라도 울지마라
네가 지는 것은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ㅈㅗㅅ같은 프로토스의 종빨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정말 ㄱㅐ새끼인게
이런 밸런스인데도 네가 이기는게 너무도 보고 싶다.
하지만 지더라도 그 누구도 널 탓하지 않을 거다.
단지 한마디 해주고 싶은 말을
이겨줬으면 좋겠다
테란의 자존심 전태양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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