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테란 유저로서 블쟈가 이대로 패치를 단행하면 토르와 이를 이용한 중후반 운영 빌드가 완전히 사장될 거라 본다. 블쟈는 이번 밸런스 테스트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메카닉 대공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밸런스 테스트 맵에서 여러 교전 실험을 한 결과, 이대로 패치하면 그 취지를 살리기는 커녕 오히려 본전도 못 찾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 테란 유저가 바이오닉이라는 편한 길을 두고 굳이(?) 토르를 쓰겠다고 하면 크게 바카닉 조합과 메카닉 조합으로 쓰임새가 나뉜다.
먼저 바카닉 조합으로 토르를 쓴다면 바이오닉에 토르 소수(3~5기 정도)를 섞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조합했을 때 먼저 테프전에서의 쓰임을 살펴보면 일단 지상 관문병력을 상대할 때엔 강력한 보조 화력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토스가 바보가 아닌 이상 테프전에서 적당한 딜탱용으로 아주 탁월한 불멸자를 안 쓸리가 없다. 여기에 유저에 따라서는 분열기도 대테란전용으로 쓰는데(ex. 백동준 등), 이 두 로공 유닛은 토르에게 막강한 상성을 보인다. 불멸자는 잘 알다시피 막강한 대중장갑 화력, 분열기는 전작의 리버에 버금가는 미친 화력으로 토르를 녹인다. 물론 토료선 플레이로 최대한 살리는 플레이가 가능하긴 하나, 어디까지나 가능할 뿐이지 실전에선 바이오닉 컨트롤 하기에도 너무 벅찰 뿐더러 한계가 분명하다. 언젠가는 토스의 지상 병력과 정면으로 붙게 되는 시기가 분명히 찾아오는데 이때 토르가 그 느린 지상 딜을 넣을 틈도 없이 불멸자, 분열기에 터져 나가고 만다.
공중 병력과 상대할 때도 토르는 역시 매우 처참하다. 이번 밸런스 패치대로 된다면 패치 전과 다르게 불사조를 활용하는 여러 운영 빌드는 억제조차 못한다. 그나마 공허포격기 정도는 물렁살인 관계로 호각이긴 하나 테프전에서는 공허포격기 자체가 잘 안쓰인다. 폭풍함의 경우 사거리에 닿으면 강력한 데미지를 입히기는 하나 토르가 소수인 관계로 폭풍함이 긴 사거리를 이용해 치고 빠지면 가다가 다뒤진다. 물론 이 부분은 해병도 똑같긴하나, 해병이야 물량과 빠른 기동력으로 밀어붙이기라도 하지, 토르는 걍 노답이다. 우주모함의 경우는 더 암담하다. 컨트롤 안하면 요격기나 때릴 것이고 본체 강제 어택해도 요격기의 막강한 dps에 일점사당한다. 그나마 해병의 도움을 받아서 요격기를 다 처리한다면 우주모함을 상대하는 게 가능하긴 하겠으나, 뭐하러 기동력 느린 토르로 본체를 추노하나? 차라리 그 돈으로 바이킹 2기나 해병 6~7기 뽑는게 훨씬 이득이다.
바카닉 조합으로서 테저전에서의 쓰임은 다행히 테프전에 비해서 낫긴 하지만, 그래도 위와 비슷한 이유로 안 쓴다. 지상에서는 탱크처럼 긴 사거리를 가지지 못한 탓에 의료선을 활용해도 궤멸충을 필두로 한 조합에 농락당하고, 공중에서는 패치 전과 다르게 뮤탈을 억제하지 못한다. 물론 궤멸충은 탱료선, 뮤탈은 해방선으로 카운터칠 수 있긴 하나 그 둘을 뽑고 토르까지 뽑기엔 테란은 현실적으로 벅차고 무엇보다 위와 같이 카운터 많은, 잉여스런 토르를 굳이 쓸 이유가 하나도 없다.
결국 바카닉 조합으로 토르를 소수 섞는 건, 일정 수 이상이 아니면 힘을 쓰질 못하는 토르 특성상, 지상에서도 제 역할을 못하고 대공으로도 쓰레기인 잉여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메카닉 조합으로 토르를 쓴다면 내 생각으로는 지상 딜탱+대공 딜 용으로 적어도 10기 이상의 다수 토르를 주축으로 하면서 지상 딜용 탱크 6~8기+지상 탱용 화기병을 섞는 조합이 되야 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이 조합이 워낙 가스를 많이 먹어서 사실상 불가능한 조합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테란이 4멀티를 확보하고 남는 광물을 포탑+행요 도배하며 막으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며 무엇보다도 이 정도 수의 토르가 조합되어야지 후반에 가서도 메카닉 조합이 대공이 커버가 된다. 앞에서도 말햇듯이 토르는 일정 수 이상이 아니면 차라리 안 모으니만 못하다.
그래서 이렇게 조합했을 때 테프전에서의 쓰임을 살펴보면 일단 지상 화력은 매우 막강하다. 관문병력은 걍 압살당하고, 잘못된 자리배치로 인한 딜로스만 안 생기면 불멸자와 분열기도 다수 토르의 딜탱+탱크의 강력한 화력으로 박살낼 수 있다. 공중의 경우도 바카닉 조합에서와는 다르게 상당히 막강하다. 불사조는 응원귀만도 못하게 되며 공허포격기는 상대적으로 사거리가 짧아 때리기도 전에 박살난다. 폭풍함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위와는 다르게 토르가 다수인 관계로 폭풍함을 잘 몰면 설령 가다가 2~3기 죽어서 쪽수가 약간 밀리더라도 워낙 중장갑 대공이 쎄서 역시 박살난다.
여기까지만 보면, 밸런스 패치 후 위와 같은 메카닉 조합은 거의 무적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우주모함이 뜬다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뀐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메카닉으로 4멀티도 확보하기 매우 힘든 테란과 달리 토스는 테란이 메카닉 조합이라는 걸 조기에 알기만 하면 아무리 못해도 2~3멀티 정도는 테란을 앞서게 되는데, 이 정도 자원이면 얼마든지 토스는 우주모함을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인데 분광기 플레이나 점추를 이용한 흔들기 등으로 어느 정도만 흔들어주면 바이오닉과 달리 메카닉은 이를 막는데 자원을 둘째치더라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결국 테란 진출 타이밍에 토스는 상당수의 우주모함과 이를 운용할 자원력이 되고, 요격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는 테란은 개망한다. 물론 지뢰나 해방선을 섞으면 해결 할 수 있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뢰는 광전사 등의 지상 병력을 어느 정도 버려주거나 요격기 사출을 사용하면 처리가 가능하고 해방선은 모으기엔 가스가 턱없이 부족하다.
메카닉 조합으로서의 테저전에서의 쓰임은 테프전과 비슷하다. 지상 화력은 압도적이고 대공도 어느 정도 상대가 가능하나 바카닉에서는 기동성 때문에 봉인된 무리군주가 토르보다 긴 사거리와 공생충의 길막을 활용해 우주모함처럼 토르를 쳐부순다.
결국 메카닉 조합으로서의 토르 다수는 테프전이든 테저전이든 지상 화력도 막강하고, 공중 화력도 강하기는 하나 우주모함과 무리군주로 인해 사장된다.
그래서 나는 토르의 패치가 천벌포 상향보다는 재블린을 상향시키는 게 어떤 식으로 조합하든 간에 메카닉 대공의 극상성을 잘 상대해서 본래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내가 생각하는 상향안은 [노업시 15*4] ------업글당 3씩 오름--------->[풀업시 24*4]인데 너무 높으면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토스나 저그 유저들은 토르를 사기 완소 유닛으로 만들려고 하냐고 뭐라 할 수도 있다. 맞다. 확실히 이렇게 패치하면 정면 화력은 정말 쎄긴 쎄다. 근데 이렇게 아까도 언급했듯 토르는 어느 정도 쌓여야 쎈 유닛인데, 토르의 기동력과 회전력은 상당히 떨어진다. 다수의 토르는 더욱 더 그러하다. 그에 비해 토스나 저그 병력은 아무리 고급유닛이라 해도 그 회전력, 기동력이 토르 수준이거나 아니면 오히려 더 좋다(애벌레 펌핑, 시간증폭, 점막 등의 활용). 그러니까 다른 능력치는 다른 유닛들이 토르보다 더 좋은데 화력마저 이들에게 밀리면 토르를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블쟈, 특히 dk에게 하고픈 말은 토르의 이러한 딜레마를 좀 제대로 알고 제대로 패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추신 - 내 글에 대해 비판은 해도 좋은데 비난, 욕설은 하지마라. 나도 스투에 애정을 갖고 이렇게 글올리는데 인신공격, 패드립은 넘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