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콜라는없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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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9-23 01:07:45 KST | 조회 | 2,976 |
제목 |
예전 경기(정명훈vs어윤수)를 다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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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는 바로 그 경기입니다.
헌데 이 경기를 주의 깊게 보다보니 몇몇 장면들이 눈에 띕니다.
경기는 저그쪽으로 기울었고 테란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중요한 점은
스캔을 통해 '감시군주+가촉'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정명훈의 센스가 빛나게 됩니다.
타락귀의 점액질과 무리군주의 공생충에 찢겨 나가는 그 와중에도
해병들이 감시군주를 점사해주는 모습입니다.
여기까지는 박진영 해설도 언급하고 있으며
적잖은 분들이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유닛 수로 비교해본다면,
업도 안된 해병들이 전멸하면서 전력차는 압도적으로 벌어진 상황입니다.
바이킹이 무슨 캠페인의 대천사 마냥 영웅인 것도 아니고
정면 대결(1바이킹vs16타락귀)에서 이길 가능성은 확실하게 '0'인 상황이지요.
아주아주 희박하지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희망을 걸어볼만한 방법은 '엘리'뿐입니다.
하지만 1밴시로 부화장과 가시촉수를 모두 깨버리고 엘리를 시킨다?
힘들어보이는게 사실입니다.
어쨌거나 감시군주를 끊는데에 성공했고,
좀 전에(50:19) 스캔을 통해 '촉수'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확인했기에
밴시가 기쁜 마음에 촉수가 있을만한 지역으로 헐레벌떡 달려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잠시 후에 미니맵으로 부화장을 확인하고 다시 방향을 틀게 되지만요.
그래서 영상을 생각 없이 보다보면
'대체 밴시가 왜 부화장을 외면하고 저쪽으로 가려고 하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50:19때의 스캔을 통해 얻은 정보로 감군을 점사하고 촉수를 제거하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행히도(?) '미니맵의 큰 점 발견 + 부화장 생존으로 시야밝힘x'라는 것을 뒤늦게 떠올리긴 했지만요.
하여간 그렇게 부화장을 발견하고 밴시가 프리딜을 넣고 있는 상황에서도
남아 있는 1건설로봇+1바이킹이 쉼없이 맵을 누비고 있는 모습입니다.
부화장을 깬다고 하더라도 아직 촉수가 남아있고,
50:19 이후로 그 위치는 아직 추적되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그렇게 바이킹과 건설로봇이 목숨을 걸고
촉수의 예상 경로를 뒤진 결과
51:44를 전후하여 마침내 그 위치를 추적하는데 성공합니다.
미니맵에 붉은 사각형으로 표시를 해 두었는데
사각형 정중앙의 점이 촉수이고
좌측 하단에 건설로봇, 우측 상단에 바이킹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설로봇의 시야가 닿았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바이킹은 확실하게 볼 수 있는 시야였습니다.
어윤수 역시 바이킹에 의해 촉수가 발견되었다는 점을 눈치챘습니다.
사진을 보면 갑자기 3타락귀가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미니맵을 보면 테란 건물을 신나게 철거하던 무리군주들이 촉수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트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군이 지근거리에 있었기에 바이킹으로 촉수를 제거하는 것은 무리였고,
끝내 뒤쫓아온 3타락귀에게 잡혀서 장렬한 최후를 맞게 됩니다.
밴시에 초점이 맞혀져 있기에 그 장면을 직접 확인할 수 없지만,
미니맵에 찍혀 있던 점(바이킹)이 사라져가는 것을 통해 그 처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바이킹은 죽었지만 그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당장 1초가 귀중한 순간인데
부화장을 깨고 '어느 쪽'으로 향해야 할 지 알려줬습니다.
위의 밴시만 봐도 정확하게 촉수쪽으로 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바이킹의 정찰 임무가 완수된지 수십 초가 지났고,
아직 부화장 파괴로 인한 '건물 시야 드러남'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밴시의 마나가 다 떨어져가기에 방향을 조금이라도 잘못 잡는다면
분노에 찬 타락귀에게 곧바로 격추될겁니다.
이 때 6시에 남겨둔 궤도사령부의 스캔이 촉수의 정확한 위치를 발견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놓은 상황에서
이제 밴시의 마나보다 촉수의 체력이 먼저 떨어지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짧지만 긴 시간이 지나고...
대략 2초를 전후한 시간을 남기고
끝내 촉수를 제거하여 저그를 엘리시키는데 성공합니다.
..
보면 볼수록 새로운게 보이는 놀라움이 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에는 그 극적인 '밴시의 영웅담'에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단 2초를 남기고 밴시 하나로 역전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는 기적'
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다 해설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감시군주 점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쓰러져가던 상황에서 해병으로 감시군주를 잡는 정확한 판단을 하다니!'
하면서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또 보면서 '스캔', '바이킹', '건설로봇' 등등의 활용까지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젠 감탄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느껴지더군요.
'기적이 내려와 이긴 경기'가 아니라,
'자신이 쥐고 있는 하나 하나의 요소를 모두 활용하여
희박했던 가능성을 쟁취한 경기'였던 겁니다.
50:19부터 시작된 여러 스캔이 없었더라면
해병이 감시군주 점사를 하지 못했더라면
바이킹과 건설로봇이 정찰을 제대로 하지 않았더라면
미니맵을 통한 부화장 발견이 늦었더라면
이 모든 것들을 받고도 밴시가 정확하게 날라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승리도 없었을 겁니다.
이 경기의 승자였던 정명훈이 '운좋은 도박가'가 아닌 '위대한 도전자'로 평가받을만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단지 이 경기뿐만 아니라
수많은 경기들 또한 숨겨진 보물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경기 화면에 제대로 보여지지 못해서
해설이 닿을 수 없는 부분이라서,
혹은 너무 예전 경기라서
등등의 이유로 스투와 함께 했던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잊혀지고 있지요.
물론 그 많은 경기들을 다 복기하고 분석하여 드러낼 순 없겠지만
이렇게 발굴해낸 1경기 1경기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고
그들의 노력과 절실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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