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27일, 국민게임이라 불리던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가 출시되었다. 전작 스타크래프트가 한국 e스포츠의 시작을 알리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 만큼, 스타2도 그 흥행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GSL(Global Starcraft 2 League) 오픈 시즌을 필두로 스타2의 최고를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당시 1억이라는 파격적인 우승상금과 함께 스타2 공식 대회의 초대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재야 고수들이 예선에 참여하는 가운데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중학생 소년이 있었다. 바로 'Maru' 조성주였다.
14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본선에 진출하며 최연소 게이머로 이름을 알린 그는 첫 상대인 홍승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내었다.
2010 GSL 오픈시즌 1 64강에서의 14살 조성주
조성주의 첫 상대였던 Cella 홍승표. 이 경기는 내용보다 그의 'Holy Check' 세레모니와 최연소 프로게이머 조성주의 승리로 인해 화제가 되었다.
최연소 게이머라는 타이틀이 있었지만 그의 목표는 '최연소'가 아닌 '최고'였다. 하지만 그에게 정상의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했다. 조성주는 자유의 날개 시절 1부리그라 할 수 있는 GSL 코드 S에 거의 참가하지 못했고, 팬들의 주목은 정종현, 임재덕, 장민철 등 당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선수들과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나 천재 이윤열 등 전작 스타1에서 전설적인 성적을 거두고 스타2로 전향한 올드 게이머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었다. 신체 전성기가 20대 초반인 프로게이머 세계에서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기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최고로 올라서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자세였다.
스타2의 팀 리그인 GSTL(Global Starcraft 2 Team League)에서 종종 활약할 뿐 개인리그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던 그에게 찾아온 것은 스타크래프트2의 첫 확장팩인 군단의 심장이었다.
2013년 3월 12일 군단의 심장이 출시된 후, 새롭게 추가되고 변경된 유닛들과 함께 스타2 리그 역시 변화를 맞이하였다. 13년의 역사를 끝으로 스타2로 종목을 변경한 온게임넷 스타리그(OSL)와 기존 스타2 리그였던 곰TV의 GSL 모두 군단의 심장으로 대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기존의 강자들은 왕좌를 지키기 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들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다.
스타크래프트2:군단의 심장에서 추가된 유닛 중 화염기갑병, 땅거미 지뢰, 예언자는 게임의 견제를 너무 쉽고 강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온게임넷 스타리그 최초의 군단의 심장 대회이자 마지막 개최 대회였던 2013 WCS(World Champion Ship) Korea 시즌2의 예선을 통과한 조성주는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처음으로 진출하였기 때문에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한 대회에서 우승을 한 사람이라는 뜻의 '로열로더'가 될 자격이 있었다. 이전보다 견제가 중요해진 군단의 심장 스타일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하던 조성주는 4강전에서 바로 전 대회인 WCS Korea 시즌1 준우승자이자 WCS 시즌1 파이널에서 우승을 하며 군단의 심장 최강의 테란으로 여겨졌던 이신형을 상대로 4:0 완승을 하였고, 결승전에는 전 시즌 스타리그 우승자이자 자신이 꿈꾸던 로열로더인 정윤종을 상대로 4:2로 승리하며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최연소 로열로더로 등극하였다.
전 시즌 우승자 정윤종의 노림수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전략을 성공시켜 승리를 거머쥐었다.
17살의 나이로 스타리그 정상에 오르며 생애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진 출처:게임메카)
스타리그 우승을 통해 우승자 목록에 이름을 새긴 조성주는 이후 '진에어 그린윙스'로 팀을 옮기며 더욱 날아오를 준비를 하였고, 이후 스포티비에서 개최한 SSL(Spotv Starcraft 2 League) 결승전에서 조중혁을 상대로 4:1 승리를 거두며 생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변칙적인 운영과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한 조성주는 탄탄한 운영과 완벽한 기본기를 자랑하는 이신형과 함께 군단의 심장 최강의 테란으로 평가받는 데 성공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2차례의 우승을 통해 우승자 대열에 자리매김한 조성주였지만 그에게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이 처음 문을 두들겼던 무대인 GSL에서의 우승이었다. 그는 7년 동안 꾸준히 우승을 위해 도전했지만 4강전에서만 4번 패배하며 상대방의 결승 진출을 바라봐야만 했다. 더욱이 자신을 이기고 결승에 진출한 네 명의 선수(백동준, 김도우, 이신형, 고병재) 모두 그 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컸을 것이다.
그러던 그의 염원은 2018년에 결실을 맞게 된다. 그동안 기습적인 공격 전술과 컨트롤은 뛰어나나 후반 운영에는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으나 자신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시키며 더욱더 완전한 모습으로 성장하였다. 조성주는 2018년 3월에 열린 WESG 2017(World Electronic Sports Games) 결승전에서 박령우를 상대로 승리하여 한화 약 2억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받았고, 우승의 기세를 이어간 그는 2018 GSL 시즌1에서 8년 만에 꿈에 그리던 GS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스타2 선수 중 유일하게 OSL, SSL에 이어 GSL까지 모두 우승에 성공하며 국내 3개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한다는 뜻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그는 시즌2까지 연이어 우승에 성공하며 GSL 2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018년의 상반기 대회를 싹쓸이한 조성주는 연이은 타이틀 획득과 함께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상금 순위 1위에 등극했다.
2018 GSL 시즌1(왼쪽)과 시즌2(오른쪽)에서 연이어 우승한 조성주는 2011년에 연속 우승을 달성한 임재덕에 이어 7년 만에 연속 우승자이자 최초의 테란 연속 우승자가 되었다.
$635,211달러(한화 약 7억 1천만원)로 전체 프로게이머 상금 순위에서 104등을 기록한 조성주는 '폭군' 이제동을 누르고 역대 스타크래프트 시리즈 게이머 중에서도 상금 순위 1등을 차지했다. (자료출처:esportsearnings.com)
역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날로 기록을 세우고 있는 조성주이지만 그의 2018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성주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스타2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물리치고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정식종목이 아니라 시범종목이기 때문에 금메달을 딴다고 해서 금메달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연금 혜택과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조성주는 현재 GSL 시즌3 8강에 진출해있는 상황인데 8월 30일에 아시안게임 경기를 치르고 난 후 9월 2일에 바로 GSL 경기를 치러야 한다. 여태까지 GSL에서 4연속 준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있었으나 연속 우승은 조성주 자신을 포함해 2번 밖에 없었다. 3연속 GSL 우승이자 2018년 GSL 정규리그 싹쓸이라는 초유의 업적을 노리는 측면에서 보자면 해외 출국으로 인해 몸 상태 조절이 어려워지는 아시안게임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시안게임은 조성주에게 있어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 그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 국내에 스타크래프트2를 알리겠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보며 꿈을 키우고 프로게이머의 길로 나아가게 했던 선배 프로게이머의 역할을, 이제는 자신이 롤 모델이 되어 또 다른 '소년'들이 정상에 도전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에도 e스포츠를 정식종목으로 고민하는 만큼 e스포츠의 입지가 예전보다 굉장히 높아졌고, 국내에서도 e스포츠의 인식 제고를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태극기를 달고 한국을 대표할 뿐 아니라 스타크래프트2를 대표하여 사람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는 그에게 있어 이번 아시안게임은 절대 무의미하지 않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조성주
조성주의 금메달 달성을 막을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조성주는 연말에 열리는 스타2 세계최강자전인 2018 WCS Global Final(이하 글로벌 파이널)의 진출권을 일찌감치 따놓은 상태이다. 스스로 적수가 없다고 말한 아시안게임과 달리 GSL은 스타2 최강국인 한국 선수들의 무대인 만큼 강자들이 많고, 한국과 해외지역의 상위권자들이 모두 참전하는 글로벌 파이널에는 스타2 올스타전인 GSL vs the World 2018에서 정상급 한국 선수들을 연이어 잡아내며 우승한 핀란드 저그 'Serral' 유나 소탈라가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잘하다가도 한순간의 실수로 승패가 갈리는 곳이 프로의 세계인 만큼 그 누구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지만, 조성주를 보자면 불가능이라 생각되지 않을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분기까지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며 이미 2018년 최고의 선수로 점찍어진 그가 나머지 일정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2018년을 조성주의 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것이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전에 전역하고나서 xp 보는데 사람이 많이 줄었네요 ㅠㅠㅠ
시간날때마다 스타2 칼럼이나 기타 게임글들 많이 써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예전에 쓴 글들은(마지막 글이 1년전이지만..) 여기서 보실수 있어용 https://blog.naver.com/thorz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