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라그나로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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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9-02-01 00:18:38 KST | 조회 | 1,731 |
제목 |
[자작칼럼] 다시 한 번 코드S의 문을 두드리는 도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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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2019 GSL S1]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 다시 한 번 코드S의 문을 두드리는 도전자들
2018년에 스타크래프트2가 남긴 기록은 국내외의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외국인 선수의 스타크래프트 정복, 이는 스타크래프트1 시절부터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말이었다. 그러나 프로게이머의 집념은 사람들의 편견을 뛰어넘었다. 핀란드의 유나 소탈라(이하 Serral)는 2018 WCS Global Finals에서 최강이라 불리었던 한국 선수들을 모두 쓰러뜨리며 우승 트로피를 높게 들어 올렸다.
Serral의 우승과 함께 전 세계 최고의 스타크래프트2 리그라 자부하던 한국의 Global Starcraft 2 League(이하 GSL)의 위상 역시 흔들렸고, 2019 GSL 시즌 1의 부제는 빼앗긴 명예를 되찾고 부흥을 꾀한다는 의미인 RE : GENERATION이 선정되었다.
이런 GSL의 부제에 딱 알맞은 선수들이 있다. 한때 정상의 자리에 올랐으나 무대를 떠나고, 세월이 지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돌아온 91년생 프로게이머 둘을 소개한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돌아온 국본 'Fantasy' 정명훈
마지막 GSL 코드 S 경기: 2015년 8월 19일 (정명훈 vs 한지원)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 태어나면 피해갈 수 없는 것, 바로 병역의 의무이다. 프로게이머에게 있어 약 2년간의 공백은 매우 큰 문제이다. 프로게이머의 신체 전성기는 다른 스포츠보다도 훨씬 짧은 편이고, 패치에 따라 양상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공백 기간 동안 선수 때의 감각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그 이유다.
2016년에 수많은 테란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저그에겐 진짜 불을 질렀던 '야인' 변현우가 1월 29일 입대했고, 현재 GSL에 진출한 정상급의 선수들 역시 대부분 병역 문제를 앞두고 있다. 변현우는 입대 전 보여준 박령우와의 멸망전에서 전성기 때의 폼을 회복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더욱더 아쉬움이 남는 현실이다.
그러나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했던가.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이 있으면 만남이 있듯, 스타크래프트2를 은퇴한 선수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기도 했다. 테란의 황태자 문성원은 전역 후 복귀한 2018 GSL 시즌 3에서 1,059일 만에 본선 무대를 밟기도 했다.
2019년에도 최지성, 조중혁, 윤영서 등 전역을 명 받은 선수들이 GSL 무대로의 복귀를 시도하는 가운데, 정명훈은 현재 전역병의 수장 자리를 맡고 있다. 2016년 9월에 의무경찰로 입대한 정명훈은 쉬는 날이면 틈틈이 스타크래프트2를 하며 그랜드 마스터 랭크를 달성했고, 2018년에 진행한 GSL 슈퍼토너먼트 시즌 2와 스타크래프트2 BJ 멸망전 시즌 2를 통해 기량을 꾸준히 갈고닦았다. 비록 슈퍼토너먼트에서는 김도우에게 3:0 완패를 당했지만 자신이 준비한 전략을 선보이며 매 경기 최선을 다했음을 보여주었고, 멸망전에서는 프로가 아닌 조커의 위치로 팀에 편성되었지만 현역 선수들 못지않은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률 2위를 달성했다.
물론 프로게이머 정명훈은 스타크래프트2보다 스타크래프트1에서 이룬 업적이 훨씬 많은 선수이다. 그는 스타2 선수 시절 임팩트 있는 경기를 많이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국내 주요 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과거 GSL 무대에서 그의 밴시 한 기가 기적을 일으켰듯, 미래의 정명훈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마지막 GSL 코드 S 경기: 2016년 7월 26일 (장민철 vs 주성욱)
스타크래프트1에서 종족을 대표하는 최강자인 사대천왕과 택뱅리쌍이 있었다면 스타크래프트2에는 이른바 삼대장이 있었다. 스타크래프트2라고 하니 왠지 요즘 이야기 같지만 이 역시 어느덧 8년, 확장팩으로 따지자면 군단의 심장도 아닌 자유의 날개 시절의 이야기다. 테란의 '정종왕' 정종현, 저그의 '마왕' 임재덕과 함께 '프통령'으로 대표되는 그는 2010년 GSL 오픈 시즌 3과 2011년 2세대 인텔 코어 GSL Mar.에서 우승을 거두며 자유의 날개 초창기 프로토스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그는 스타크래프트2의 첫 번째 확장팩인 군단의 심장이 출시된 이후 이전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부진을 거듭하다 2015년에 은퇴를 결심했다. 은퇴 이후 개인 방송을 하던 그는 공허의 유산 출시 이후 복귀를 선언했고, CJ 엔투스에 입단하여 스타2 프로리그에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을 끝으로 프로리그가 종료되었고, 소속팀인 CJ 엔투스 역시 해체하면서 두 번째 은퇴를 하게 된 그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하며 팀을 이끌어나갔지만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되었으며, 리그오브레전드 대회인 LCK의 해설을 맡기도 했다.
프로게이머, 코치, 감독, 해설. e스포츠 관계 직종 풀코스 체험을 마친 그는 돌고 돌아 그를 정상의 자리에 올려주었던 스타크래프트2를 또다시 선택했다. 두 번째 복귀 선언 후 보란 듯이 2019 GSL 시즌 1의 자리에 이름을 올린 그는 프통령 재선에 도전한다.
코드 S에 입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들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테란 정명훈의 첫 상대는 조성주와 더불어 현재 스타2 최고의 테란이라 평가받는 전태양이고, 프로토스 장민철의 상대는 현직 프통령인 아이어의 방패 김대엽이다. GSL 32강은 더블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에서 2등을 하더라도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으나, 첫 경기에 패배해서 패자조로 떨어지게 된다면 이후의 경기에 적지 않은 부담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 될 것은 없다. 목표가 우승이라면 상대가 누구이든지 간에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전설적인 헤비 복서 조지 포먼은 최고의 주가를 달리다 무하마드 알리에게 패배한 후 은퇴를 선언하고 링을 떠났다. 은퇴 이후 목사가 되어 권투 글러브 대신 성경을 손에 쥔 그는 10년 후인 1987년에 은퇴를 번복하고 복싱 무대에 다시 올랐다. 사람들은 마흔에 가까운 조지 포먼을 한물간 복서라며 비웃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고, 1994년 45세의 나이에 도박사들이 우위를 점친 마이클 무어러를 쓰러뜨리고 헤비급 챔피언에 재등극했다.
비단 복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천재' 이윤열은 36세의 나이임에도 ASL 시즌 7 본선에 진출했다. 아쉽게도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는 것은 실패했지만 그가 준비한 패스트 핵 빌드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베테랑의 저력, 그것이 승산이 낮아 보임에도 수많은 팬들이 레전드들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만약 스타크래프트가 수치대로만 흘러가는 게임이었다면 2019년에 GSL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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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및 이전에 썻던 글은 https://blog.naver.com/thorzain 에서 읽으실 수 잇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월 2일부터 개막되는 GSL 시즌1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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