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쇬쪱쓜쇩뫍훷뛈볓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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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9-06-05 00:14:47 KST | 조회 | 854 |
제목 |
펌) 김유진- 점막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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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또 우리 저글링이 막 쫓기었다.
내가 마당을 먹고 정찰을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언덕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드득 푸드득 하고 사신의 총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신형이네 사신(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저글링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폭탄을 쏘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푸드득하고 일벌레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일벌레를 또 쪼이며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바퀴를 올리고 달려들어 신형네 사신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발업으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신형이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건설로봇 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배를 째면 쨌지 남 선못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이렇게 게임하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만척체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 한 계집애가 남 겜하는 놈 보구…….
"그럼 이렇게 하지 이건 아니지 하듸?"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겜하기 좋니?"
또는,
"블컨이나 되거든 하지 벌써 연습을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의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앞마당께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뿌렸는지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건설로봇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선못 당한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햇 건설로봇이 맛있단다."
"난 건설로봇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돌리던 김으로 그 저글링을 도로 보급고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우리가 이 동네에 들어온 것은 근 삼년째 되어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신형이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보급고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트리플으로 횡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동리 해설이,
"너 얼른 결승을 가야지?"
하고 웃으면,
"염려 마서유. 갈 때 되면 어련히 갈라구!"
이렇게 천연덕스레 받는 신형이였다.
본시 부끄럼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등어리를 3병영으로 한번 모질게 후려쌔리고 달아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주는 건설로봇을 안 받아먹는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러잖아도 저희는 마름이고 우리는 그 손에서 배재를 얻어 대회를 부치므로 일상 굽실거린다.
우리가 이 GSL에 처음 들어와 연습상대가 없어서 곤란으로 지낼 제 집터를 빌리고
그 위에 부화장을 또 짓도록 마련해 준 것도 신형네의 호의였다.
그리고 우리 령우 도우도 연습때 상대가 딸리면 신형이네한테 가서 부지런히 연습해다 먹으면서
인품 그런 집은 다시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곱씩이나 준한 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 다니면
동네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준 것도 또 령우였다.
왜냐하면 내가 신형이하고 일을 저질렀다가는 T1 가족네가 노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연습상대도 떨어지고 16강도 내쫓기고 하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계집애가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간 담날 저녁나절이었다.
광물을 한 짐 잔뜩 지고 앞마당을 내려오려니까 어디서 일벌레가 죽는소리를 친다.
이거 뉘집에서 일벌레를 잡나, 하고 신형네 울 뒤로 돌아오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똥그랬다.
신형이가 저희 집 앞마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이게 점막 밖에다 우리 씨여왕을 꼭 붙들어 놓고는,
"이놈의 여왕!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레 패 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대가리나 치면 모른다마는 아주 애벌레도 못 낳으라고 그 볼기짝께를 주먹으로 콕콕 쥐어박는 것이다.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둘러보고야
그제서야 신형네 본진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잡은 바퀴 땅굴을 갖고 신형네 본진의 중턱을 후려치며,
"이놈의 계집애! 남의 여왕 애벌레 못 낳으라구 그러니?"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나 신형이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해병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 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번식지를 탈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여왕을 잡아 가지고 있다가
네 보라는 듯이 내 앞에서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본진에 뛰어들어가 계집애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여왕이 맞을 적마다 땅굴로 외곽만 후펴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땅굴을 치면 칠수록 가스가 물러앉으며 뼈대만 남기 때문이다.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
"아, 이년아! 남의 일벌레 아주 죽일 터이야?"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까 그제서야 트리플께로 쪼르르 오더니 울밖에 섰는 나의 부화장을 겨누고 여왕을 내팽개친다.
"예이 저그 더럽다! 여왕 더럽다!"
"더러운 걸 널더러 입때 잡고 있으랬니? 망할 계집애년 같으니"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트레플께를 횡허케 돌아내리며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
라고 하는 것은 여왕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마빼기에다 점막을 찍 갈겼는데
그걸 본다면 애벌레집만 터졌을 뿐 아니라 골병은 단단히 든 듯싶다.
그리고 나의 등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이 바보 녀석아!"
"애! 너 배넷병신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얘! 너 느 커리어가 우없이라지?"
"뭐 내 커리어가 그래 우없이야?"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땅굴을 홱 뚫어 들어갔더니
그때까지 본진 위로 나와 있어야 할 신형이의 해방선이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돌린 해방선을 울 본진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견제를 이토록 먹어 가면서도 대거리 한 마디 못하는 걸 생각하니
돌부리에 채이어 발톱 밑이 터지는 것도 모를 만큼 분하고 급기야는 두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신형이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사람들이 없으면 틈틈이 제 집 해병을 몰고 와서 우리 저글링과 쌈을 붙여 놓는다.
제 집 해병은 썩 험상궂게 생기고 쌈이라면 의료선도 끌고 오는 고로 으레 이길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우리 저글링이 면두며 눈깔이 피로 흐드르하게 되도록 해 놓는다.
어떤 때에는 우리 저글링이 나오지를 않으니까 요놈의 계집애가 사령부를 쥐고 와서 꾀어내다가 쌈을 붙인다.
이렇게 되면 나도 다른 배차를 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는 우리 저글링을 붙들어 가지고 넌지시 장독께로 갔다.
저글링에게 가스를 먹이면 병든 군락이 살모사를 먹고 용을 쓰는 것처럼 맹독이 뻗친다 한다.
장독에서 가스 한 접시를 떠서 링 주둥아리께로 들여 밀고 먹여 보았다.
링도 가스에 맛을 들였는지 거스르지 않고 거진 반 접시 턱이나 곧잘 먹는다.
그리고 먹고 금시는 용을 못쓸 터이므로 얼마쯤 기운이 돌도록 고치 속에다 가두어두었다.
마당에 점막을 두어 짐 져내고 나서 쉴 참에 그 맹독충을 안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밖에는 아무도 없고 신형이만 저희 본진 안에서 광물을 뜯는지
혹은 바위을 깨는지 웅크리고 앉아서 일을 할 뿐이다.
나는 신형이네 해병이 노는 밭으로 가서 맹독충을 내려 놓고 가만히 맥을 보았다.
두 놈은 여전히 얼리어 쌈을 하는데 처음에는 아무 보람이 없었다.
멋지게 쪼는 바람에 우리 맹독충은 또 피를 흘리고 그러면서도
날갯죽지만 푸드득푸드득하고 올라 뛰고 뛰고 할 뿐으로 제법 한번 박아 보지도 못한다.
그러나 한번엔 어쩐 일인지 용을 쓰고 펄쩍 뛰더니
발톱으로 언덕을 하비고 내려오며 무빙을 쪼았다.
해병도 여기에는 놀랐는지 뒤로 멈씰하며 산개한다.
이 기회를 타서 작은 우리 맹독충이 또 날쌔게 덤벼들어 다시 무빙을 쪼니
그제서는 감때사나운 그 대강이에서도 피가 흐르지 않을 수 없다.
옳다 알았다, 맹독충만 먹이며는 되는구나 하고 나는 속으로 아주 쟁그러워 죽겠다.
그때에는 뜻밖에 내가 링링쌈을 붙여 놓는 데 놀라서
울 밖으로 내다보고 섰던 신형이도 입맛이 쓴지 눈쌀을 찌푸렸다.
나는 두 손으로 볼기짝을 두드리며 연방,
"잘한다! 잘한다!"하고, 신이 머리끝까지 뻐치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서 나는 넋이 풀리어 기둥같이 묵묵히 서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큰 해병이 한번 쪼인 앙갚음으로 호들갑스레 연거푸 쪼는 점사에 우리 맹독충은 찔끔 못하고 막 곯는다.
이걸 보고서 이번에는 신형이가 깔깔거리고 되도록 이쪽에서 많이 들으라고 웃는 것이다.
나는 보다 못하여 덤벼들어서 우리 저글링을 붙들어 가지고 도로 집으로 들어왔다.
가스를 좀 더 먹였더라면 좋았을 걸, 너무 급하게 쌈을 붙인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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