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자가라의 타락귀와 케리건의 뮤탈을 바꾸자고 합니다. 확실히, 케리건에게 타락귀가 주어진다면 무리 군주와 좋은 시너지를 낼 겁니다. 무리 군주에게 필요한건 공대공 탱커고, 뮤탈리스크는 그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반면 타락귀는 잘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가라에게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자가라에게 왜 뮤탈이 쓸만하지 않은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자가라에게 타락귀가 왜 쓸만하지 않은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자가라의 유닛셋은 폭딜을 넣을 유닛과 그 유닛들을 보호하는 탱커 그리고 딜러가 입히는 피해를 극대화시키는 유닛으로 나뉩니다. 맹독충-변형체-저글링(분쇄하는 발톱)이 그 예죠. 갈귀-타락귀의 관계도 마찬가집니다. 타락귀는 타락으로 갈귀의 데미지를 극대화시키고, 탱킹으로 갈귀가 받는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타락귀, 변형체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왜냐? 어처피 자가라는 많이 뽑을 수 있으니까 변형체, 타락귀를 뽑을 자원, 인구수로 더 많은 갈귀, 맹독충, 저글링을 생산하는 것이 더 이득이니까요. 탱커가 없어도, 이속이 빠른 두 유닛의 특성상 부딫히기 전에 두세 기 잃는 게 다 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자가라가 교전에서 승리하는데 그 어떤 악영향도 끼치지 않죠.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타락귀가 쓰이지 않는 까닭은 타락귀의 인구수와 가격에 비해 타락귀의 가치가 낮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타락귀 대신 뮤탈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뮤탈리스크는 근본적으로 견제용 유닛이었고, 캠페인과 협동전에서는 여러 버프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 견제용 유닛을 정면 교전용 유닛으로 바꿔 놓으려 했습니다. 아바투르, 데하카의 뮤탈리스크는 그 시도가 먹혀들었지만, 케리건에겐 그렇지 않았죠. 케리건의 뮤탈은 공격력과 유지력 면에서 꽤 많은 상향을 받았지만 체력 쪽에서 상향을 받지 못해 너무나도 허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죠. 때문에 살모사, 밤까마귀, 고위 기사 따위와 만나는 순간 몇 조각의 고깃덩어리로 분쇄되어 버립니다.
전술했듯, 자가라에게 타락귀가 주어진 까닭은 갈귀의 탱킹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갈귀가 다소 버거워 하는 각종 광역기들로부터 갈귀를 보호하는 것, 그것이 갈귀 둥지를 지었을 때 갈귀와 함께 생산할 수 있게 되는 유닛의 역할인 것이죠. 그런데 갈귀와 똑같이 광역기에 취약한 뮤탈리스크가 타락귀의 자리에 온다면? 과연 뮤탈리스크가 갈귀가 받을 피해를 받아낼 수 있을까요?
게다가 뮤탈리스크는 딜용으로도 무쓸모입니다. 공중 딜은 갈귀가 쓱 지나가면 적 공중 유닛은 사라져 있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지상 딜도 일단 맹독충이 들이 박으면 80%의 지상 유닛이 사라지고, 나머지를 저글링이 처리하기 때문에 뮤탈리스크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갈링링 대신 뮤탈리스크를 뽑자구요? 인성비, 가성비 모두 갈링링에 밀리면서 기동성, 딜, 탱, 유지력 모두 크게 차이가 없는데 뮤탈리스크를 왜 굳이 뽑아야 하죠? 뮤탈리스크 대신 쓸 수 있는 유닛들은 너무나도 쓸만한 반면, 그 유닛들 대신 쓸 수 있는 뮤탈리스크는 모든 면에서 그 유닛들에게 밀립니다.
따라서, 자가라에게 뮤탈리스크가 주어진다고 해도 뮤탈리스크가 케리건한테 있을 때에 비해 더 쓸만해지진 않을 겁니다. 타락귀는 자가라 품에 있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공대공 탱커로서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한 버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딜은 갈귀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뮤탈리스크 역시 무리 군주와의 시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버프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자가라의 타락귀와 케리건의 뮤탈리스크를 바꾸자는 이야기가 많길래 한 번 써 본 글인데,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덕분에 여기서 장문의 글을 다시 한 번 써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