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sports의 한계.
E-sports의 정의는 전자 스포츠입니다. 좋게 말하면 스포츠고, 나쁘게 말하면 오락질 시청입니다. 고수들이 오락질을 하고, 대중은 그 오락질을 보며 희열을 느끼고, 회사들은 이때다 싶어서 투자를 하고, 팀을 만들며 광고를 하죠. E-sports의 주 고객은 바로 젊은 층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층은 게임에 익숙하고, 게임을 보고 즐기는 것 또한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판의 근간이 게임이라는 사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게임이 좋아야 사람이 몰리고, 경기가 진행되고, 팬이 만들어지고, 리그가 만들어집니다. 좋다는 것은 게임을 ‘하는 자’ 그리고 ‘보는 자’의 시선을 동시에 끌 수 있어야 합니다. 좋지 않은 게임으로는 (‘한국’ E-sports에 적합하지 못했던 게임) 바투, 그리고 한국에서의 워3, 카드라이더가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 열거된 3개의 예는 모두 ‘보는 자’의 입장에서 즐겁지는 않았기 때문에 E-sports에 좋은 게임은 아니었었죠.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는 종목들은 스타 1, 철권, 그리고 카오스 클랜전이 있고요. 이들은 ‘보는 자’의 정서에 알맞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나름 명줄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스타2가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우리는 E-sports의 한계에 대해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E-sports의 기반이 바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도 흥행하고 있는 대표게임 스타1의 후속작으로써, 스타2는 많은 문제들을 불러왔습니다.
스타2는 엄연히 스타1의 후속작이고, 스타1을 계승하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스타1이 만들어 놓은 업적이나 질서를 그대로 이어받겠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스타1의 후계자라는 상징성을 스타2는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작과 후속작이 비슷하거나, 큰 차이가 없다면 팬들은 돈을 내고 게임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나 저러나 비슷한거, 전작만 열심히 파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즉 스타2는 스타1의 후속작, 그 플레이 방식과 스토리를 그대로 이어받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사들은 두 게임이 다르게 느껴지도록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축구, 탁구, 배드민턴과 같은 스포츠에서 룰을 개정하듯이 게임의 규칙이나 양상을 조금만 비틀어 놓아도 되지 않냐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정도의 개정은 ‘패치’ 한 방으로 충분히 되는 문제임을 모두가 알기에 통하지 않습니다.
즉, 잘 나가는 종목의 후속작이 나왔다고 해서 프로게이머들이 죄다 스타1에서 스타2로 전향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RTS라는 방식과 배경만 같지, 사실상 완전히 다른 게임이기 때문이죠. 자신에게 익숙한 룰을 버리고 새로운 룰에 뛰어드는 것은 브룩 레스너가 레슬링을 버리고 K-1에서 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실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FIFA 시리즈를 예로 들어볼까 합니다. FIFA 시리즈가 리그화 될 수 없는 이유가, FIFA 시리즈가 새로 나올 때 마다 그래픽부터 조작방법, 타이밍까지 이곳 저곳 다 바뀌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에 모험심을 가지고 뛰어들 겁 없는 인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 게임계의 특성상, 후속작이 나왔다고 해서, 전작에서 뛰놀던 프로게이들이 후속작에 뛰어들기는 쉽지도 않고, 협회 입장에서도 일종의 도박과도 같다는 뜻입니다. 또한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보니, 팬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져다 줄지도 모르고요. 게임성이 부족한, 스타성이 부족한, 즉 보는 사람을 위하지 않는 게임은 반드시 빠른 기간내에 E-sports에서 외면받게 되어있거든요. 그리고 대부분의 실패한 게임은 이런 면이 부족한 편이었었습니다. 협회가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 몇 번의 시도가 모두 실패해서 문제지.
하지만 게임 회사는 새로운 작품들이 계속해서 인기를 끌어줘야 합니다. 원가는 싸지만 인건비가 비싼 IT 업계들은 상상 이상의 인건비 압박을 받을 수 밖에요. 그리고 현재 그 인기가 돈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길’은 패키지 판매입니다.
그러나 게임 회사들은, 불법 복제가 판치는 요즘, 패키지 형식의 판매에는 필히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있을 것입니다. 스타2의 출시가 곧 다가온다는 발표를 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 곧 크랙 뜨겠구나, 다운 ㄱㄱ' 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EA가 많은 캐주얼 게임 출시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점점 떨어지는 점은 이런 면을 반영하지 않나 싶고, 블리자드에서도 이런 점을 깨닫고 다양한 수입원을 얻기 위한 노력을 했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패키지 판매, 그리고 스타2의 ‘사용권 판매’와 같은 방법이 그런 것이지요.
그러나 스타1이 예상보다 너무 높은 성과를 거둔만큼, 스타2에는 이 성과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게 작용하고, 또한 들이대는 기준도 상상 이상으로 엄격했습니다. 출시해도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는 의문이었죠. 스타1을 가장 즐기고 잘 아는 한국에서 스타2가 뛰어넘어야 할 벽은 어떤 게임보다도 큽니다. 한국 E-sports를 들었나 놨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1은 정말 큰 상징성을 갖고 있어요. 그렇기에 스타2에 들인 공이 클 수 밖에 없고, 또 스타2는 여간한 성적으로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는 폴 샘즈와 마이크 모하임이 ‘우리는 E-sports를 통해 돈을 벌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는 인터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 모하임의 발언은 ‘현재까지만’ 이라는 전제를 숨기고 있다고 봅니다. 블리자드는 자신들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극대화할’ 궁극적인 해결책을 E-sports에서 찾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E-sports는 단순히 중계권료 뿐만이 아니라, 훌륭한 광고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경기장 내에 여러 광고들을 설치할 수도 있으며, 워크래프트3처럼 맵의 여러 부분에 회사의 로고를 넣어 홍보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수익을 벌 수도 있습니다. 한정적인 공간에 많은 양의 홍보물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 E-sports의 장점이죠. 그리고 이 산업에 대해 독점적인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는 (스타1이 독점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기 때문입니다) 블리자드는 E-sports의 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둘 수 있고, 그것이 이행된다면 더 이상 패키지 판매량에 목을 매달지 않아도 되는 초거대 게임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E-sports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게임과 게임의 제작사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블리자드가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사전에 시연회, 설명회 등 여러 방법으로 게임 제작의 진행과정을 알려 관심을 계속해서 유도해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E-sports는 블리자드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홍보수단임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야망은 협회의 개입과 팬들의 고정된 입맛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협회(방송사를 포함한)에서는 지적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중계권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며, 팬들은 스타1에 익숙해진 나머지, 지금도 여러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스타1 vs 스타2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게임이 계속해서 유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블리자드는 스타1의 인기와 명성이 스타2에 그대로 이양되는 것을 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또 스타1이 망하는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계속해서 명맥을 유지하며, 스타2에서 분리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요.
그렇기에, 블리자드는 친(親) 협회 성향을 띄는 양대방송사가 아닌, 곰티비라는 제3자와 손을 잡았지만, 곰티비 스타크래프트2 리그 (이하 GSL)의 현재를 보면 스타2가 그런 명성을 이어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상황들은 바로 현재의 E-sports(= 스타크래프트) 구조가 보여주고 있는 한계입니다. 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나가냐는 곰티비와 블리자드의 몫이고, 지금 블리자드는 무리해서라도 E-sports 파이를 키우기 위해 악마의 변호인단이라는 김&장과 손을 잡으면서까지 협회에게서 어떻게든 ㄵㅈ를 받아내려는 것이지요. 협회의 ㄵㅈ를 통해 어떤 것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3)에서 설명토록 하겠습니다.
2. GSL
사실 곰티비와 블리자드의 만남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양대 방송사라는 온게임넷과 엠비시게임 모두 스타1 외의 종목 도입에는 미온적이었고, 이미 11개의 구단을 통해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dog스파 역시 스타2 도입을 꺼려했을 겁니다. 마이크 모하임의 최종적인 그림이, ‘스타2 도입을 통해 스타1의 비중을 줄여나가고, 전체 E-sports의 파이를 넓히는 것’이라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협회에게 새로운 종목으로의 이동(도입이 아닌 이동에 가깝습니다)은 도박 중의 도박입니다. 즉 협회에게 버림받은 상태인 곰티비는 블리자드가 던져주는 중계권을 덥썩 물 가능성이 아주 높았고, 한순간에 dog스파와 곰티비의 위치는 스왑이 되었죠.
GSL이 시작되면서, 스타2는 한국이 유럽의 시장경제를 도입해 고속성장을 거둔 것처럼, 스타1의 역사를 더 빠른 사이클로 되풀이하여 성장하고 있습니다. 게임 출시 이후 길드가 생기는데 1년, 공식리그가 생기는데 3년, 스폰을 받는 팀이 생긴게 5~6년, 그리고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 7~8년 후였다면, 스타2는 벌써 공식리그 진행의 단계에 들어와 있고, 현재 인텔과 임요환 사이의 협상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보아 5~6년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향후, 저 7~8년 단계로 접어들 날이 오겠지만, 그 때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스타2 경기 중계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는데는 dog스파와 양대 방송사, 그리고 블리자드 간의 갈등 해결과 스타1의 정리가 완전히 진행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곰티비는 블리자드가 자사 게임을 알리고, 한국에서 다시 한번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첫번째 포석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dog스파 진영과의 갈등 해결 후에는 곰티비의 입장은 애매하질 거라 봅니다. 파급력이나 홍보효과면에서, 곰티비는 아직 온게임넷과 엠비시게임이 쌓아올린 노하우와 명성을 쉽게 따라갈 수 없는 것이 사실인 까닭입니다. 그런 면에서 곰티비는 살얼음을 걷고 있고, 자신들이 스타2에서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을 강하게 어필해줄 필요가 있지만, 현재 곰티비의 기획력이나 해설진들의 역량을 감안할 때, 상황은 많이 따라주지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제 자신에게 칼을 겨눌지 모르는 사람과 동침을 하는 것이 곰티비의 상황이라면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GSL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의문부호를 달고 있습니다.
E-sports리그 중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온게임넷 스타리그와 MSL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온게임넷은 ‘스토리’를 중시했고, MSL은 ‘실력’을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온게임넷의 우승자는 항상 그에 걸맞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기에 팬들이 알게되고, 지켜보게 되었고, MSL은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라는 대진 덕에 ‘진정한 강자는 어떻게든 올라온다’라는 명제를 훌륭히 이행하였습니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폐지 이후, 김택용을 제외하면, 연속 MSL 우승자는 없어졌고, MSL이 가진 ‘당대 최강의 산실’ 이미지는 무참히 깨져버렸습니다.
현재 GSL의 상황을 보면, ‘스타를 살릴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을 합니다. 사실 MSL이 더블 엘리미네이션을 폐지한 이유도 ‘팬들이 복잡해 하니까’, ‘팬들이 간단한 걸 좋아하니까’ 였습니다. GSL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간단 명료한 시나리오를 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즌1의 김원기는 강력했지만, 시즌2에서 이정훈에게 무참히 깨졌습니다. 시즌1 우승자에게 가던 관심이 깨졌죠. 그리고 이정훈은 김성제를 격파하고, 한준과의 명경기를 펼치며 ‘포스트 임요환’ 소리를 들으며 결승에 진출하지만 결승에서 패배함으로써 그런 이미지를 자기 스스로 파괴합니다. 임재덕도 마찬가지였고요. 우승자들이 계속해서 다음 시즌에서 어이없게 (기대에 어긋나게) 지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점차 GSL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죠.
그러면 사람들이 질문을 합니다.
“올라오고 싶지 않아서 올라 오는게 아니잖아”.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온게임넷의 스토리가 딱 이랬죠. 하지만 OSL의 인기도와 인지도는 MSL을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이야기’를 만들 줄 아니까요. 엄재경 해설과 전용준 캐스터, 그리고 김태형 해설 이 3인방은 인물의 대결구도를 하나의 이야기로 포장하는데 일가견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 우승자 임요환이 이번 시즌 8강에서 떨어져도 사람들은 ‘아 망했구나’ 소리 안 합니다. ‘박정석과 강민이 이제 스타의 별이 되는구나’하고, 온게임넷의 최면에 빠져듭니다.
온겜은 곰티비처럼 ‘사람들이 알아서 관심을 갖게 되겠지’ 하고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억지로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놓습니다. 지금의 곰티비 해설자들을 보면, 상황 설명에 대한 부분은 매우 좋다고 봅니다. 하지만 경기 내적인 개그나 상황설명에만 치중할 뿐, 그걸 넘어 경기 외적으로도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못 만들고 있어요.
예를 들면, 박서용 선수가 임재덕 선수를 꺾고 올라왔을 때, 박서용 선수를 철저하게 악역으로 포장을 해주던지, 혹은 지금까지 테란이 결승은 가도 우승만 못 했다. 그 한을 풀어줄 유일한 선수라던지, 이런 식으로 띄워주기를 하는 식의 전개가 필요했다는 겁니다.
“어?! 쟤 올라왔네.” 를 넘어서 “이야, 쟤 여기까지 치고 오다니 참 대단하다”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리그의 스케일을 너무 작게 만든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리그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다는 건 ‘아, 이번 시즌 결승은 그랬었지’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어? 벌써 새 시즌이네?’, ‘무슨 경기가 이렇게 많아?’ ‘뭐가 뭔지 모르겠네’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걸 뜻합니다. 2011 리그를 위한 선발전의 의미가 크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처음으로 열리는 스타2 리그’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습니다. ‘곰 인비테이셔널’만큼 크게 판을 벌렸으면 어땠을까요? 또 온게임넷이나 엠비시 게임처럼 경기 간격을 좀 더 넓게, 그리고 무대를 크게 잡았으면 어땠을까요? 스타2에 대한 관심이 한창 높았던 출시일 전 후, 그리고 곰티비 스2리그 시즌 1 타이밍 때 이랬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죠. 팬들은 생각보다 무감각합니다. 자극적인걸 던지지 않으면 관심을 쉽게 가져주지 않아요.
이슈를 만들지 못하는 기획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뜻입니다.
곰티비의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중박 이하’라고 봅니다. 한창 스타1이 휘청거릴 때, 그 때 곰티비의 대처가 좋았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두터운 팬층이 형성되었을 겁니다. 블리자드는 협회에서 스타2라는 새로운 판을 열어주기 전까지의 가교로 곰티비를 선택했고, 곰티비는 그 협상이 잘 끝난 이후에도 우리는 이만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김&장이 합류했어요. 시간은 촉박합니다.
3. 블리자드의 목표
이게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인데, 블리자드가 그렇게 막대한 돈을 E-sports에 투자하는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미래에 있을 더 큰 수익을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지금 스타1의 판을 뛰어넘는 스케일을 블리자드에서 추구한다고 저는 봅니다. 포모스에서 알게 된 친구 중에서도 프로 지망생이 있었고, 덕분에 프로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판은 인풋에 비해서 아웃풋이 너무나 적습니다.
한국 축구처럼요.
1000명이 지원자가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달려들면, 그 중 일반 사람처럼 버는 수준까지 가는 사람은 5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겁니다. 임요환, 홍진호, 김택용, 최연성, 이윤열처럼 막대한 돈을 쌓아 놓은 선수들은 전체와 비교하면 1000분의 1보다도 더 작은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고요. E-sports에 지원하는 것이 ‘인생 전체를 다 건 도박이 아닌 수준’이 될 때까지, 즉 지금의 온겜, 엠겜, 프로리그를 축으로 하지만, 그 외에도 자잘한 리그들이 군데군데 열리는, 혹은 2군 프로리그가 있는.
그런 수준이 블리자드가 기획하는 E-sports의 판이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중국정부가 기획하는 워크래프트3이 딱 이런 수준에 근접합니다. 이제 워3 프로리그가 개최되었고, 한국의 김성식 선수가 그곳에 참가하기 위해서 대륙으로 건너갔죠. 물론 온겜이나 엠겜처럼 일종의 정통성을 가지는 중심 개인리그가 없다는 점은 있지만서도, 중국의 구조는 한국의 구조보다는 더 탄탄해 보인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dog스파와 블리자드 간의 갈등인데, 블리자드가 김&장을 선택한 이유는 2가지 선택지를 생각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1) 스타1의 규모를 조금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가되, 스타2 판을 새로 열어라.
2) 다 갈아엎겠다. 우리가 할 수 있다.
dog스파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은 더 나빠질 뿐입니다. 언젠가 스타1은 끝날 겁니다. 언젠가는요. 그에 대비해서 스타2라는 게임이 남아있어야, 이 판은 유지됩니다. 2번은 양자 모두에게 타격이 큽니다. 블리자드는 E-sports라는 수익원을 잃고, dog스파는 기업에게서 뽑아낼 돈이 없어지고.
양측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새로운 판이 어떻게 펼처질 지 기대해봅니다.